2016. 6.13.달날. 가끔 구름

조회 수 694 추천 수 0 2016.07.09 08:34:44


이제야 학교 꽃밭의 앵두를 따 먹다, 다 익도록 모르고.

산딸기며 오디며 볼똥이며가 익을 때 함께 익는 걸.

벌써 물러터진 게 보이는.

올해도 못 다 먹고 여름을 시작할세.

뽕잎전도 못 부쳐 먹고,

감잎차도 뽕잎차도 덖지 못한 게 여러 해다.


어제 이어 달골에 작은 굴삭기 일 반나절. 보조아저씨도 같이 들어와.

몰아붙이며 일하다.

‘아침뜨樂’으로 진입하는 길 아래 유공관 묻어 원 배수관에 연결하고,

깨진 배수관 파낸 자리에 새 배수관 묻고 땅 고르고,

맨 아래 연못 너무 깊은 수위 낮추고,

계단 앞 정리하고,

물고기 모양 꼬리 지느러미 부분 길 정리와 돌 쌓기.

어렵게 어렵게 마무리하다.

“전국이 다 소나기 내렸다는데...”

비 구경 못했다. 비가 참아줬다, 굴삭기 들어온다고, 일이 될라고.

이제 비님 오시라, 와 주시라!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앞에 매단 현수막,

고리만 있어 바람에 약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만 끊어졌네.

그런데 이쪽을 맞추니 저 쪽이 뚝,

저 쪽을 맞추니 아래가 뚝,

결국 세 군데가 다 끊어져 어쩌나 하는데,

아하, 작은 돌을 끼워 동그랗게 말아 끈을 이으니

꼴은 구김이 생겨 좀 그러했으나 멀쩡히 팽팽하게 붙어있다.

방법을 찾았노라 먼 벗에게 자랑하니,

하하, 흔히 그리한대네.

사람들 생각이 다 그만그만할세.


블루베리 솎아주다.

이리 말하니 꽤 여러 그루 되는 양.

고작 다섯 그루, 그 가운데 둘은 올해 열매를 달지 못하다.

세 그루, 세가 약해 작년에도 세 알만 남겼더랬다.

새 한 알, 사람 한 알, 땅에 한 알.

올해는 그래도 줄기마다 한 알씩 남기니 예닐곱 개도 더 되지 싶다.

귀한 이들에게 보이리.


오후 원석샘과 개집을 만들다.

2003년 가을에 와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함께한 장순이네 집이다.

그 집 하나 손수 지어주지 못하다 다 늙어버린 그의 시간 앞에서야

이제 더는 안 되겠다 하고 낸 마음이다.

자재를 새로 살리야 있겠는가... 그렇다.

마침 가마솥방 내부 공사할 때 뜯어냈던 마룻바닥재가 있다.

50년은 족히 됐을.

그 건물 상량하던 해가 대들보에서 읽기로 1968년이었다.

바닥재 가운데 쓸 만한 것들, 그리고 그 가운데 쓸 만한 부분을 살려내고

길이를 맞추고 자르고.

암수 끼워 맞춰놓으니 아, 정말 아이들 소리가 와글와글하는 것만 같은.

아, 좋아라!

이제 벽체와 지붕.

“선생님이 고만 하라 할 때 고만해야지...”

그럴 때 계속해서 사단이 난단다.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내일 계속하기로.

자재 사서 재단하고 만들면 하루도 안 걸릴 일인데,

재료를 찾고 다듬고 자르고, 아무래도 더한 품과 시간이 더는.

그런데 그게 또 의미가 있는 물꼬 삶이려니.


‘아침뜨樂’ 안내판을 몇 곳에 세우다.

이 역시 글씨는 금룡샘이 출력하여 보내준.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 역시 현수막이며 시 잔치 준비의 반은 당신이 하셨네.

샘이 물꼬에 머물라치면 일을 아니 해본 사람한테 번번이 일 못 한다 타박한 것들이

새삼 죄송했네.

일이란 게 어디 몸 쓰는 일만 있던가, 여기 일만 해도.

‘아침뜨樂’에 이르는 길이 안내판까지 섰다.

이번 시 잔치가 고래방을 나와 정말 거기서 하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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