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16.나무날. 갬

조회 수 684 추천 수 0 2016.07.13 10:58:09


비가 내렸다지만 역시 겉만 적시고 지나갔다.

마른 날이 오래다.

마음도 혹 먼지 날릴라...


빈들모임, 그 가운데 시 잔치를 준비하는 날.

여태 해온 것이 다 준비였겠지만, 리허설 같은 날일 테지.

학교는 이즈음이라면 풀이 제일 일일 터인데,

지난주부터 가장자리며 바깥 둘레는 다 깎았고,

지난 불날이던가 운동장은 유기농장 광평의 조정환샘이 저녁에 와서 깎아주셨다.

오늘은 종일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있겄다.


'아침뜨樂'은 비로소 공간들이 이름을 얻었다.

맨 꼭대기 하늘로 향한 물고기 모양의 입 언저리 못은 ‘아가미못’,

그 둑 아래 걷기명상터는 미궁이 있으니 그대로 ‘미궁(labyrinth)’,

아가미못에서 땅 밑으로 이어져 흘러내린 물이 고이는, 중앙 연못은 ‘달못’,

분도출판사(서광사라고 잘못 기억했던)의 <달못>처럼.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따금씩 달님이 땅을 찾아 내려오신답니다. 하늘에서 뉘엿뉘엿 얼음같이 차가운 그 못으로 멱 감으러 오셨다가 부르르르르 온몸을 떨며 말리시는데, 그 바람에 그 못가에는 주르르르르 보석하고 금이랑 은가루가 흩뿌려진다나요. 사람들은 그래서 그 못을 달 못이라고 부릅니다. 정작 그 못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요. ...’

여깁니다, 여기!,

그리고 아직 머리 안에만 있는 작은 터널 길 ‘꽃그늘 길’,

광장 ‘아고라’,

걷고 쉬는 ‘옴(온우주)’.


아고라에서 시 잔치가 있을 것이다.

아가미못에서부터 내려오며 널린 것들 치우고,

바위들 주변 풀을 뽑고,

바람에 날릴까, 걷어두었던 현수막 다시 걸고,

부레옥잠도 못에 넣고,

햇발동 앞마당으로 와서는 쓸러 내려온 흙에 묻혔던 보도블럭 흙도 긁고

햇발동 안으로 들어가 형광등도 풀어 닦고,

창고동으로 가서는 난로도 한 번 지펴 공간의 습과 냄새도 없애고.

사물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야, 밤 8시도 훌쩍 넘어 마을로 내려가다.


부랴부랴 씻고 흙 묻어 있는 입은 옷 채 차를 몰고 나가다.

태석샘과 조감도를 마저 그리기로 한 날.

엊그제도 같이 작업.

여기 이걸 넣구요, 여긴 이렇게, 이곳은 이런 장면을 연출 좀 해주시고...

그리고 오늘 마저 하기로.

밤 10시가 다 돼가는.

자정이 넘겠구나 싶더니, 남은 것들 마저 채색을 해두셨다.

“밥 살게요.”

수채화를 부탁하자마자 바로 흔쾌히 재능기부하마셨던 당신이다.

종일 하고 앉았을 일, 그리 또 시간 벌었네.


문을 닫기 직전인 마트로 가서 장을 보고 들어오다.

짐을 부리니 오늘도 학교 불이 자정 넘어 꺼졌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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