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와서 고맙고(굴삭기 작업을 그래서 할 수 있었지),

와서 고맙고(150그루의 측백나무에 물을 길어다 주던 가문 날들이었더랬다),

볕 나서 고맙고(이불 잘 말렸고나),

늘 하늘 고마운 삶!


지금 새벽 2시.

낮 버스로 연규샘이, 저녁 버스로 여진샘이, 어스름녘 희중샘이 들어와 움직이다

좀 전에야 다들 잠자리로 갔다.

연규샘은 밤새 리포트 써서 제출하고 새벽차를 타고,

희중샘은 근무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선 걸음,

여진샘은 복학을 준비하며 시간을 내왔다.

이 너른 살림 달랑 두 사람이 오가다 샘들 들어서니,

사랑하는 오랜 벗들 들어서니,

아, 반갑고 또 반가웠어라.


사흘의 빈들모임이라고 열지만

사실 6월은 흙날에 있는 시 잔치 ‘時원하게 젖다’가 중심.

그러니까 오늘 하루는 함께 준비하는 날,

내일 시 잔치, 그리고 모레 갈무리 하는 날이 될 것.


늦은 저녁을 먹고 남은 일을 챙긴 다음

자정에야 목공실 들어가 아침뜨樂 각 공간 안내판을 만들다;

아가미못, 아고라, 달못, 옴(온우주), 미궁(labyrinth), 꽃그늘 길.

샘들에게는 발자국을 만들라 했다, 아침뜨樂 이르는 길에 붙여도 재미지겠다 하고.

밤 10시엔 일을 끝내고 일찍 달골들 올라 쉰 뒤 내일 이르게 움직이자 목표는 그러하였으나...

자자, 이제 끝, 하고 보니 밤 1시도 넘었더라.

그제야 달골을 올라온 것.


오전에는 시 잔치 건으로 두어 곳의 언론과 통화를 했고,

그리고 여름 계자를 위해 보도의뢰를 하다.

서울에서는 아침뜨樂조감도를 금룡샘이 인쇄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찍어서도 그렇게 선명하게 인쇄될 수가 있다니!


“그래도 삼촌 몰골을 좀...”

학교아저씨, 두어 해 전까지는 직접 이발을 해드렸으나

나이 먹어가니 게을러진다.

아이들 머리며 마을 어르신들 머리도 손질해드리고는 하였는데.

사람들 맞을 때 제일 많이 마당을 오가는 분이 단정하면 좋으리.

그렇다고 머리를 묶지는 않으시니.(남자는 자고로 머리가 짧아야한단다)

잠깐 면소재지 태워다 드려 깎게 하다.


미처 손이 못간 것들 치우고,

겨울 바깥신발들이며 슬리퍼가 이제야 들어가고,

아직 본관 뒤란에 붙어있던 비닐을 떼고(씻지는 못한 채 일단 개켜놓고 시 잔치 뒤로),

달골도 올라 손 덜 간 것들 정리;

달골에서 쓰일 해우소 안내도 붙이고,

굳어진 석회 빻아 다시 옴 자도 써넣고 미궁도 다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 아고라 돌 의자 기울어진 것들 어둑하도록 바로잡다, 힘쓰다.


아리샘 들어서다, 새벽 2시가 지나자.

내려오는 길에 잠시 휴게소에 눈을 붙이고 오자니 그리되었더란다.

내일 전체 움직임에 대한 안내.

지난 네 해 사회를 맡았던 아리샘은 이번 시 잔치에서 감독 역,

올 사회는 시인 문저온샘이.

감독역에서 빠져 밥바라지만 하게 되니 아무래도 사람들 맞이며 두루 여유가 있겄다.


그나저나 다리, 벌레물린 오른쪽이 땡땡 부어올라 사혈을 해서 가라앉혔는데,

다른 쪽이 또 물려 심하게 부풀어 오르다.

이러면 절뚝거리거나 행여 어른들 보시면 마음 편치 않으실.

병원 갈 짬이 없으니 뭐 또 사혈. 한밤에.

가라앉고는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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