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21.불날. 흐림, 하지

조회 수 678 추천 수 0 2016.07.16 11:58:52


아침까지 비 왔다.

하지만 땅 겉만 살짝 아주 살짝 적셨다.

‘하지’다. 정점에서 다시 짧아지는 해.

늘 이맘때면 스웨덴의 하지제를 그리워한다.

내년에 웁살라에 있을 거라던 계획이 달라지면서

보리라던 하지제도 못 봐 아쉬울세.


바깥 수업을 가기 전 태석샘 저녁을 대접했다.

시 잔치에 놓였던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조감도를

수채화로 그려주셨더랬네.

스마트폰에 코 박고 있다가 혼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고, 그래서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그런 한탄들.

그런데 말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절박한 무엇이 또한 있지 않겠는가!

우리 어른들의 더한 무엇(성찰?)이 더 필요하단 생각.

‘어른들은 뭔가 제 발이 저릴 땐 별것도 아닌 걸 부풀려가며 스스로 흥분하고, 스스로 화내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가며 장황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한 성장소설에서 열세 살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정신교육에 그랬지.

‘어른들은 이상하게 남의 얘기를 잘도 지어내고 관심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곧 자기의 행복도 아닌데, 남의 불행한 이야기는 아주 좋은 얘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막상 남의 불행을 보면 같이 눈물짓는 게 또 어른들이었다. 그러나 남의 행복을 보고 같이 웃음 짓는 일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런 구절도 있었다.

낯이 뜨거워진다, 우리 그렇다, 나 그렇다.

아이들 앞에 설 때 훗날 저 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하리라,

그러면 등을 곧추세우게 된다.

아이들 문화를 한탄하기 전 아이들 향해 애정으로 귀 기울여주기,

우리 꼴이나 좀 보기!


밤 2시 달 휘영청,

아, 하지의 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34 106 계자 가운데 다녀간 손님들 옥영경 2005-09-07 1209
4833 150 계자 나흗날, 2012. 1.11.물날. 바람 매워지는 옥영경 2012-01-19 1208
4832 2011.11. 2.물날. 흐림 옥영경 2011-11-17 1208
4831 143 계자 나흗날, 2011. 1.12.물날. 간밤 눈 내리고, 맑게 갠 아침 옥영경 2011-01-17 1208
4830 2008.12.13.흙날. 겨울황사 옥영경 2008-12-26 1208
4829 2007. 3.1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1208
4828 2007. 1.29.달날. 맑음 옥영경 2007-02-03 1208
4827 2005.12.14.물날.흐리다 한 밤에 눈 / 아이들만 돌린 하루 옥영경 2005-12-16 1208
4826 8월 31일 물날 흐리다 비도 몇 방울 옥영경 2005-09-12 1208
4825 3월 10일 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5-03-13 1208
4824 2013 여름 청소년계자(7/20~21) 갈무리글 옥영경 2013-07-28 1207
4823 2012. 9. 7.쇠날. 종일 흐리다 밤 9:10 비 옥영경 2012-10-01 1207
4822 2012. 3.29.나무날. 상쾌한 바람 뒤 저녁 비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207
4821 2011.12.11.해날. 흐리나 푹한, 그러다 해도 반짝 옥영경 2011-12-20 1207
4820 2011. 6. 6.달날. 맑음 / 단식 1일째 옥영경 2011-06-14 1207
4819 2008. 9. 5. 쇠날. 맑음 옥영경 2008-09-21 1207
4818 2007. 4.13.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4-24 1207
4817 예비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13. 1.18.쇠날. 맑음 옥영경 2013-02-01 1206
4816 2011.10.22.흙날. 비 옥영경 2011-10-31 1206
4815 2011. 9. 4.해날. 빗방울 옥영경 2011-09-10 12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