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23.나무날. 흐림

조회 수 681 추천 수 0 2016.07.16 12:01:05


마침내 했다.

한 국립대 때문이었다.


물꼬에서 발급하는 물꼬양식으로 봉사활동확인서가 제출되다가

언제인가부터 각 학교에서 봉사활동‘인증기관’양식이란 걸 요구해왔더랬다.

거친 이 공간의 자원봉사란 건

이름만 갖다 올리고 어슬렁거리는 봉사와 결코 차원을 같이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원봉사’였다.

그것도 그 어느 곳보다 몇 갑절 힘이 든.

그런데도 인증기관에 등록을 하지 못해

(대안학교라는 물꼬의 특수성 때문에. 자신의 학교 아이들에게 인증을 남발할 수 있다?)

애쓴 자원봉사자들(물론 품앗이일꾼들과 새끼일꾼들)에게

그런 거라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자신의 학교에서 물꼬 자원봉사활동양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우리 새끼일꾼 혹은 품앗이일꾼들이 자원봉사를 왔다는 사실.

물꼬는 그런 마음과 손발로 꾸려진다!(이럴 때 이 자랑스러움이란...)

어찌 되었든 물꼬 대표로서는

고생한 샘들한테 그런 작은 것조차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인증기관등록처를 설득해 결국 공인기관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국립대는 또 다른 인증등록처의 인증서를 요구해왔다.

“여성가족부와 행자부 소속 자원봉사등록처들끼리 연계가 되는데두요?”

연계된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도 한사코.

경직된 기관(국립!)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겠다.

그 과정의 일을 바깥에서 원규샘이 해왔고,

최소한의 것만 물꼬 교무실에서 해서 보내면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오늘 그 절차를 밟는데,

담당자가 이곳 사정 헤아려 날을 넘기지 않고 처리해주었다.

자신의 일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도와주는 사람들 덕으로

또한 물꼬가 수월하게 굴러가나니.


상급기관으로 진학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개서를 써야하거나

자신들이 쓴 소개서를 봐주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이번 학기도 취업소개서를 읽어야 할 일이 여럿.

상반기로서는 마지막이지 싶은 소개서가 어제 하나 왔고,

오늘 아침 첨삭(딱 그거네)하여 부랴부랴 챙겨 보냈다.

심각한 청년실업이다.

일자리가 없다, 일단 일자리가 있어야 가지.

특히 대졸자 일자리가 제한적.

대졸이 아닌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만,

거의가 대졸이니 또한 안 간다.

흔히 눈높이 문제가 요인이라지만 청년들 욕할 것도 아니다.

교육정책과 엮어 발생한 문제.

‘묻지마 진학’이 문제인 것.

공부를 해서 그걸로 성공하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 다 안다.

결국 중고진로교육이 바뀌어야 될 테지.

우리 얼마나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

그걸 발굴해내는 교육이 될 수 있어야지.

하지만 그 재능으로 하는 일이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또 우리 사회.

인간다운 경력경로가 없다.

그리하여 젊은 인력들이 시험에 쏟는 시간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취업준비라는 게 순전히 시험준비이다.

공채사회.

공적신뢰가 없으니 그렇게 또 할 수밖에 없는.

이런 무지막지한 공채는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던가.

그래서 그 시험으로 순위를 매겨 뽑아놓으니

막상 회사 들어오면 정작 실무가 안 된다.

누가 그러더라, 요새 애들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그렇다고 대단히 영어가 잘 되냐, 그것도 아닌 것 같은.

실제 그 일자리에서 잘 쓰일 능력은 또 갖춰있지 못하단 말이다.

다시 이야기를 돌아와서,

일자리가 없다!

방법은? 뒤집어야지. 혁명? 그런데 그걸 누가 하냐고, 이 시대.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면? 일을 줄여야지. 서로 일해야.

좋은 일자리를 소수의 사람들이 오래 일하고 있고,

기업들이 또한 적은 사람으로 많이 부리려하니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사실 그게 또 생산성이 높고.

자,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더 많이 쉬고, 서로 좀 그러자니까!

그런데, 얼마 전 한 국책연구기관, 학벌 좋고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원들한테

일 년에 무급으로 두 달 쉬고 그렇게 남은 돈으로 일자리를 만들자니

찬성하는 이들이 10%도 안 되었다던가(여유도 있고 생각이 좀 있는 사람들일 텐데도).

아니면 이제 정말 혁명밖에 길이 없는 이 나라.

결국 그렇게(기꺼이 내 일자리를 나누는) 할 수 있는 가치관을 길러야.

그래서 또 교육이 중요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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