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24.쇠날. 창대비

조회 수 702 추천 수 0 2016.07.16 12:02:39


순방이 있으면 답방도 있어야지,

이생진 선생님이 물꼬 시 잔치 오시면

물꼬에서 선생님 시낭송 모임이 있는 인사동으로 걸음을 하고는 했다.

인사동에서 오랫동안 선생님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달에 한 차례 마지막 쇠날 저녁 시를 읽어왔다.

마침 올 6월은 선생님의 미수잔치를 겸하는 모임.

아리샘 정호샘 세순샘 연규샘과 그의 벗,

그렇게 물꼬 품앗이샘들이 걸음했네.

“건강하시어요, 선생님. 오래 뵙고 싶습니다!”


학산의 진수샘이 소병선샘 편에 선물을 보내왔다.

예년이라면 시 잔치에 실어오셨을 터이다.

해마다 시 잔치에 빠지지 않았던 병선샘과 성순샘 두 분은

라오스로 사진촬영여행을 떠나 함께하지 못했고,

두 분 편에 같이 오던 남진수샘한테

일 많은 철 부담이실까 연락도 못 드렸던.

그런데 두 분 여행 다녀와 물꼬 다니러 가신다는 편에

진수샘은 블루베리와 비트를 한 가득 보내오시다.

두 분은 또 언제나처럼 산골서 귀한 화장지 꾸러미를 싣고.

그런데 남도를 급히 다녀올 일 생겨 마주하진 못했네.

죄송하고, 고맙다.


새벽 창대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어제 부음을 받고 선배들이 동행하자 연락하였으나,

그 차편에 가면 걸음도 수월할 것을,

아무래도 일정이 되지 않아 발인 전 빈소를 가느라.

요새는 아이들이 조옴 바쁘던가, 치료수업 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워.

새벽 4시 물꼬를 떠났다.

가는 길이야 번잡스럽지만 퍼붓는 비는 큰 반가움이었다.

아, 이리 또 적셔지는구나,

측백이며 나무들을 심고 마른하늘이 오래 야속하였으니.

고맙다, 고맙다.


돌아오는 길 진주 들러 시 잔치에서 사회를 보고 간 저온샘한테 인사도 넣고,

함양 상림에 들러 숲을 거닐다 왔다.

일찍이 최치원 선생이 만들었다던가.

진도 운림산방 상록수림이 자연의 거칠고 자연스러운 멋이 한껏이었다면

상림은 다듬은 손길이 또 주는 맛이 있었네.

못을 나와 둑에 번진 연을 몇 뿌리 뽑아도 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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