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25~26.흙~해날. 맑음

조회 수 729 추천 수 0 2016.07.16 12:04:26


고래방 바닥, 그리고 된장집 지붕 보수.

이번학기는 주말마다 어른들이 모여 하는 공사가 잦네.

이번 주말은 목수 민수샘과 금룡샘이 움직였다.

“지난번엔 쉬다가만 갔으니 이번에는 일을 좀 하고 갈게요.”

민수샘 말은 그리 하였지만,

나름 어디 손을 봐야할까, 무엇이 필요할까 둘러보는 시간이었음을 짐작한다.


달골 내려와 아침을 먹고 보이는 일부터 하나 같이들 하였네.

고추장 집 보일러실 문이 또 쏟아지듯 내려앉아 있었던 것.

소사아저씨가 평상에다 가져다 놓으셨네, 이 보세요, 하듯.

혼자 고치기만도 세 차례, 원석샘도 와서 같이 손보기를 또 한 번,

그런데 또...

문을 잡아주는 부분을 더 보강하다.

이제야 쉬 떨어져 내리진 않을 테지.

남자들 여럿이니 좋더라, 늘 낑낑하다.

목공일도 힘이 좀 돼야 수월한.


고래방 바닥은 해마다 계자 전 손을 본다.

습이 많은 곳인데다 장판이 깔려 있으니 그 습이 달아날 수 없어 모이고

그 아래 나무들이 썩어가지.

그런 부분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거다.

모두 바꾸자니 너무 큰일에다 비용도 비용이고,

꿀렁꿀렁 내려앉는 곳마다 부분 부분 그리 고쳐오고 있었다.

젊을 적 학교에서 소사 일을 했다던 목수 아저씨가

류옥하다랑 도서관에서 서예 동문수학한 인연으로 와서 몇 해 고쳤고,

그 분이 일을 접으신 뒤론 또 두어 사람의 손이 거쳐갔다.

그러다 작년에는 꾸역꾸역 그냥 지나갔고,

올여름은 해야지 해야지 하는데

물꼬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짠하고 민수샘이 등장.

물꼬는 삶의 훌륭한 주연들이 늘 등장하는 멋진 무대.

들으며 지겨울 수도. 이 반복되는 낡고 오랜 살림의 반복,

그러나 하는 이는 늘 ‘새롭게’ 보며 사는 거다.

다른 무슨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골에도 올랐다.

남도의 한 빈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가서

거기 논둑으로 번져 나온 연을 몇 캐왔더랬지.

명상정원 ‘아침뜨樂’ 아가미못에 심다.

뜨락 들머리에 건 현수막을 다시 떼어내

양 가 쪽을 재봉질해서 나무를 끼우고 다시 걸기도.

달골로 들어가는 길목 뜨락 안내판과 계곡 앞의 ‘길없음’ 표지판,

그리고 뜨락의 미궁 쪽에 세워둔 장승 둘,

다시 파서 안으로 시멘트 넣어 실하게 세웠네.

나무 아래를 불에 달구랬는데 손쉬운 방법을 택한.


본관 창문에 붙여 겨울을 나고 떼놓았던 비닐들도

이제야 씻어 말렸다.

목공실에 들어 장순이 사랑채(이제 집이 생겼으니 이건 사랑채가 될) 지붕 뼈대도 만들다.

육각으로 전통 누각 지붕처럼 해볼 량.

오래전 계자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은 흙집(이랄 것도 없이 겨우 개집만한 원형 흙벽).

장순이는 허술하긴 해도 컸던 이전의 제 집 두고

꼭 거길 들어가 있고는 했더랬다.

그간 그 지붕은 양철지붕 거칠게 뚝 묶여있었지.


해날 늦은 오후 샘들과 된장집 지붕 자재 사오다.

일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상황이나 보자고 시작한 일이 자재를 사러 나가게까지 된.

낡은 지붕 떼어내는데 날 어둑해지고 있었다.

“고만해, 밥 묵자!”

“자재들 올려만 놓구요!”

금룡샘 다리가 좀 긁히기도.

괜찮으시려나.

주말에 쉬러 들어와 널린 일에 또 붙으셨네.

돌아가 곤하시겄다.

민수샘은 남아 낼 오전 지붕에 못질하고 떠난다 한다.


사람들이 마음 모아 어떻게든 일이 되어가는 양을 보고 있노라면

느껍다.

날마다 기적을 만나는 물꼬 삶이다.

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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