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은 기말시험 기간이다.
수행하며 떠오르는 얼굴들에게 맑은 기운 보내기.
지붕 일 하기 좋으라는 날씨이다.
새벽부터 쨍하던 해이더니
지붕에 오르자 흐려가는 하늘.
“이야, 날씨 좀 봐라, 이러니 어찌 힘이 아니 날까.”
물꼬의 하늘, 이라 부르는 그 도움.
때마다 절묘한 날씨이라.
다 끝내고 내려와서야 늦은 아침을 먹다.
어제부터 된장집 지붕을 손보았다.
민수샘과 금룡샘과 학교아저씨가 움직인.
오래된 사택 세 채 가운데 하나인 된장집은 양옥일자지붕.
비가 새던 것을 위에 뼈대를 세우고 양철 슬레이트로 비스듬하게 지붕을 이었더랬다.
바람에 덜렁거리고 녹슬어가기 여러 해,
구멍 숭숭한지도 또 한참이 되었네.
이제 더는 안 되겠구나,
그럴 때 목수 민수샘 등장하여 다시 이게 된 것.
어제 늦은 오후 플라스틱 슬레이트를 사왔고,
먼저 있던 낡은 슬레이트를 뜯어내고 새 걸 올려두었더랬다.
오전에 민수샘이 다시 올라 거기 못을 박았네.
일을 잘하는 것도 잘하는 거지만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지를 읽으며 기쁘고 고마웠다.
일은 저리 해야지, 마음은 저래야지, 그렇게 또 배움이 일어난 시간.
물꼬도 작은 꾸러미를 나누었다.
민수샘이 일을 다니며 장만하고픈 게 있다 했는데,
마침, 뜻밖에도 여기에 그게 있었다.
그리고 감자를 좋아하는 그이다.
감자가 가장 맛좋은 때,
며칠 전 수확한 감자가 또한 있었다. 나누다.
이곳에 손발 보태는 이들의 마음을 어찌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이 옹색한 살림의 우리도 나눌 게 있으니 이 또한 복되지 않은가 즐거웠던.
새벽 금룡샘 돌아가고, 점심을 먹고 민수샘도 떠나고,
민수샘은 또 다음 걸음을 일러주고 갔다.
계자 전 아이들 뒷간 변기를 바꿔주기로.
아무래도 앉은 데 불편하니.
오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 또 해결이 되려는.
오후엔 원석샘이 ‘호텔 캘리포니아’ 지붕을 씌워주러 왔다.
(“완전 호텔이야! 너무 좋다!”
“그럼, 집 이름도 지어주지 뭐. 호텔 캘리포니아!”
그리 되었던 거다.)
어제부터 지붕재를 사야 할까, 이러저러 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이 안에 있는 걸로 어찌 해결해보자,
뭐 대부분의 결론이 그러하지만, 그러기로 했다.
학교를 두어 바퀴 돌다가 큰 해우소 뒤란 창고에서
욕실에 썼던 접이식 플라스틱 문이 접혀져 몇 개 세워져 있는 걸 또 용하게 보았다.
구석구석 살림 많은 이곳이다.
눈 밝은 그에게 감동.
그런데, 그게 또 자르고 말고 할 것 없이 붙이니 딱이었네!
“오늘은 여기까지!”
공사며들을 할 때 언제나 무리하게 일을 끌고 가지 않기로 했다.
꼭 한 발 더 가다가 사달이 나고는 하더라.
어둘 녘 내일로 다음 일을 미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