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이 집을 지어주고 있었다.

2003년 가을 이 산마을에 족보와 함께 와

긴 세월 물꼬의 시간들을 지켜온 그이다.

고등학교 은사님 댁에서 왔던.

‘호텔 캘리포니아’라고 이름을 달만치 널찍한 집이다.

오래 마련해 주고팠으나 바쁜 일들에 늘 밀리고 말더니

한 때 건축 일을 했던 품앗이 샘 하나 붙어 짬짬이 지어지고 있었다.

지난번엔 뼈대를 세웠고,

거기 가마솥방 바닥을 뜯으면서 나왔던 마룻재를 이어 붙여 벽체를 만들고

그리고 어제오늘 지붕을 이고 있었다.

플라스틱 재질의 주름식 문이 창고에서 나와 맞춤하게 지붕이 되고,

오늘은 거기 피스를 박았네.

피스 자리엔 물 스미지 말라 실리콘을 쏘았다. 그게 또 물꼬에 있었더란다.

일은 또 그리 되었으니.


“입주도 시켜줘야지.”

농기계 집으로 가 있던 장순이를 데려오고,

운동하기 좋으라고 머리 저 위로 나무 사이에 매달아두었던 철사를

이제는 나이 들었으니 힘들지 말라고 땅으로 내려 거기 고리를 걸어주었다.

그에게 번듯한 집 하나 주고 싶었던 소망을

이제야, 이제 와서야 이루었네.

멀리서 와 움직여준 샘께 감사.


가지 오이 토마토 호박 고구마 마늘 고추들 심겨진 밭을 돌며 두루 살펴봐주고

달골 올라 측백나무에 물을 주었다.

가문 날들이다.

그리고 바깥수업 행.


오늘은 아이랑 상담 시간 내내 많이 웃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고,

만나는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있고,

그 일을 오래도록 하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들먹이며 또 웃을 일 많다.

우리 집의 은어에 가까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댔네.

하루는 물꼬에 방문자가 있었을 때였는데,

아이랑 달골 기숙사를 나올 녘이었다.

“아, 내 똥?”

“어머니 똥 어딨어요?”

“바람방에.”

“제 똥 쓰세요.”

방문자, 이 사람들 참 이상한 가족이구나 했더라지.

똥 얘기라니, 그 똥을, 어머니 똥 대신에 아들 걸 쓰라니...

우리 집에선 아이를 똥돼지라 부른다.

조옴 굵어야 말이지.

그렇게 뚱뚱한 것들은 똥 자를 붙여 부르는.

아이폰 배터리고 통통하게 생겨 그 역시 똥이라 부른다, 앞뒤 떼고.

허니 내 똥은 내 아이폰 배터리를 말함이겠다.

“엄마 똥줄만 챙겨다 줘.”

짐작 되겠지만 배터리에 연결되는 선을 이른다.

삶을 공유하는 이들이 가진 은어에 가까운 말들이 있다.

같이 무대에 공연 한 편 올리고 나면

같이 한 사람들끼리 아주 한참을 거기서 쓰인 대사를 일상에서 읊으며 배를 움켜잡지.

그런 즐거움들이 있다.

사는 일이 그렇게 구석구석 재미진 것들이 많기도 한.

그러니까, 사는 일이, 웃을 일이 흔한 게다.

없이 사는 사람들이 그런 것마저 없다면 너무 속상하잖은가.

자, 웃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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