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샘이랑 느지막히 한 아침수행.

모이면 먹는 게 일이라

아침은 뚝딱 있는 떡들 종류별로 죄다 나와서 떡국이 되다.


소정샘이며 호성샘이며 정재샘이며 아이들을 끼고 가마솥방에 모여 도란도란

혹은 책방에서 책을 펼치거나 소파에서 살짝 잠잠이를 붙잡고 있기도.

산마을 비 오는 날의 풍경이다.

반죽하여 수제비도 끓이고 부침개도 부치고.

덕분에 오후에는 여유로이 책상 앞에도 앉았네.

으윽, 근데 서너 시간 작업을 통째 날린.

어째 그런 일이.

이러면 또 한동안은 책상 앞에 앉기 싫은.

글쓰기 작업 멈추는, 얼마쯤은.

학교 아저씨는 비 근 틈에 마당 한편에 줄 선 포도의 봉지도 씌웠네.


전통주 공부하는 정재 총각(전통주라니 이리 불러야만 될 것 같은)

저녁을 준비해주겠다고 나서서

감자 갈아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은 부침개도 부쳐내다.

들깨가루를 넣은 감자국이 일품.

아, 이런 날도 있네, 오신님이 내신 밥상이라.

감자전을 잘 부쳐내는 방법도 배웠어라.


흙날 소정샘네들 떠나다.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공간과 공간, 안과 밖의 사물들

어느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어

이곳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다’ 했다.

잘 도착했노라 문자가 들어왔네,

‘옥샘이랑 친하다는 기억만 믿고 물꼬 일상의 흐름을 깨고 온 것 같아서,

공명하지 못하고 응석만 부리고 온 것 같아서,

어떤 식으로든 물꼬를 소비하고 온 것만 같아서 죄송하고 무겁다’고.

“‘충분하고, 충만하게’, ‘균형’,

나눠주신 깨달음 저도 깊이 새겨볼게요.”

남들 다 하는 육아라지만 힘들지,

남들 다 하는 공부인데도 힘들다마다.

남들 다 살아가는 일인 걸 힘들고말고.

아이들 자라는 시간을 같이 담을 수 있길.

내년에는 책 작업(소정샘이 그림에 그토록 재능 있음을 여태 몰랐네)도 같이 하자 했다.


괭이 들고 학교아저씨며 금룡샘이며 ‘아침뜨樂’에 들어

골짜기로 모이는 물이 뜨락을 할퀴지 않도록 물길을 잡아주고

늦은 오후 국가스텐 전국투어 단독콘서트가 있는 대구에 가다.

산골 변방에 살아도 이런 호사를 누리는 날이 다 있는.

내 모자라면 누군가는 또 그것을 채워주나니.

벗이 보내준 표.

티켓 비용에 깜짝 놀랬네.

티셔츠라도 사서 보내야지 했는데, 그것마저 품절이더라.

인터넷으로 살 수 있냐 했더니 15일 투어 마지막 공연이 있는 대전에서나 가능하다고.

고맙다, 먼 곳이나 가깝고 오래나 늘 신선한 그리운 벗이여.


7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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