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계자 부모님들께

조회 수 1288 추천 수 0 2016.08.05 10:18:09


물꼬입니다.


비가 많으면 많아서

날이 매서우면 매워서

이리 더우면 또 더워서 걱정들이 많으십니다.

그렇지요, 아이 내놓는 마음이.

 

대해리도 덥습니다.

두어 걸음만 옴작거려도 땀이 삐질거립니다.

그런데 좀 나아요.

심지어 한낮 불볕더위에 본관 골마루는 바람 솔솔 얼마나 시원한지요.

계곡 물 서늘하기로야 두 말이 필요 없고,

꼭 나무 그늘 아니라도 그늘에만 들면 무에 그리 덥다고들 하느냐 싶습니다.

해 넘어간 뒤 마당 퍼질러 앉으면

아, 충분하다, 그런 마음이 절로 들지요.

저녁이 내리면 그제야 온갖 존재들이 참았던 숨을 쉬느라 부산해

소리 소리로 산마을이 꽉 차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판 더위 한반도라 하니

어느 때보다 이곳도 더운 기온이 덮치듯 몰려와

다른 계자들과 시간 흐름을 좀 다르게 꾸리려 합니다.

저녁 밥상을 물린 뒤 모둠방에서 하던 한데모임을 밀고

고래방으로 건너가 채운 열기보다 더한 대동놀이를 먼저 하고,

밤마실을 나갔다가 한데모임을 모깃불 피우고 마당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낮에는 낮잠도 자고,

하루 두 차례도 가던 계곡이지만 한 번 나서서 더 많이 계곡에 머물까도 합니다.

예년 여름이라면 정상을 밟던 산오름 길도

올해는 너른 계곡을 중심으로 오르려 하지요.

삼도봉을 향해 미나미골로 오르거나 민주지산을 향해 쪽새골로 올라 되밟아 돌아오던 길을

이번에는 티벳길이라 물꼬가 이름붙인 은주암골로 들어 동굴을 하나 들여다보고

되밟아 내려와 너른 계곡에 오래 머무르려 합니다.

 

믿고 맡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라면, 아버지라면 어찌 하였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그늘과 함께하는 여름이시기.

 

2016년 8월 5일 쇠날

자유학교 물꼬 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0782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4270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2353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1813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1687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1376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1491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0308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8555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774
639 [12.3~4] 생태교육지도 예비교사연수 물꼬 2016-11-29 1330
638 [2017.1.8~13] 2016학년도 겨울 계자(초등) file 물꼬 2016-11-04 1729
637 [2016.12.24~25] 2016학년도 겨울 청소년 계자 file 물꼬 2016-11-04 1369
636 2016학년도 겨울 계자 자원봉사 file 물꼬 2016-11-04 1452
635 2016학년도 겨울 계자 밥바라지 file 물꼬 2016-11-04 1206
634 고 3 수험생들에게 물꼬 2016-11-04 1311
633 [11.1~2.28] 방문일정 물꼬 2016-10-26 1319
632 [10.29~30 / 11.5~6] 가족상담 물꼬 2016-10-26 1216
631 2016 물꼬 소개 영상 둘 물꼬 2016-10-16 3410
630 2016년 근황 - 물꼬의 오랜 인연들께 물꼬 2016-10-13 1280
629 태풍 차바 지나고 물꼬 2016-10-06 1236
628 [10.21~23] 10월 빈들모임 file 물꼬 2016-10-05 1209
627 지난 6월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 풍경이 사진 혹은 영상으로 담긴 곳 물꼬 2016-10-05 3293
626 [10.10~11] 제도학교의 ‘물꼬 여행’ [1] 물꼬 2016-09-29 1311
625 [9.19] 가을학기 여는 날 물꼬 2016-09-20 1201
624 [9.3~4] 생태교육지도 예비교사연수 물꼬 2016-08-24 1310
623 12학년 또는 대입수험생 자소서 고쳐 쓰기 물꼬 2016-08-24 1313
622 [162 계자 통신] 대해리는 지금 소나기 내리는 중 물꼬 2016-08-07 1311
» 162 계자 부모님들께 물꼬 2016-08-05 1288
620 늦게 잡힌 여름 계자 일정에 대해 물꼬 2016-07-15 13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