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입니다.
비가 많으면 많아서
날이 매서우면 매워서
이리 더우면 또 더워서 걱정들이 많으십니다.
그렇지요, 아이 내놓는 마음이.
대해리도 덥습니다.
두어 걸음만 옴작거려도 땀이 삐질거립니다.
그런데 좀 나아요.
심지어 한낮 불볕더위에 본관 골마루는 바람 솔솔 얼마나 시원한지요.
계곡 물 서늘하기로야 두 말이 필요 없고,
꼭 나무 그늘 아니라도 그늘에만 들면 무에 그리 덥다고들 하느냐 싶습니다.
해 넘어간 뒤 마당 퍼질러 앉으면
아, 충분하다, 그런 마음이 절로 들지요.
저녁이 내리면 그제야 온갖 존재들이 참았던 숨을 쉬느라 부산해
소리 소리로 산마을이 꽉 차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판 더위 한반도라 하니
어느 때보다 이곳도 더운 기온이 덮치듯 몰려와
다른 계자들과 시간 흐름을 좀 다르게 꾸리려 합니다.
저녁 밥상을 물린 뒤 모둠방에서 하던 한데모임을 밀고
고래방으로 건너가 채운 열기보다 더한 대동놀이를 먼저 하고,
밤마실을 나갔다가 한데모임을 모깃불 피우고 마당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낮에는 낮잠도 자고,
하루 두 차례도 가던 계곡이지만 한 번 나서서 더 많이 계곡에 머물까도 합니다.
예년 여름이라면 정상을 밟던 산오름 길도
올해는 너른 계곡을 중심으로 오르려 하지요.
삼도봉을 향해 미나미골로 오르거나 민주지산을 향해 쪽새골로 올라 되밟아 돌아오던 길을
이번에는 티벳길이라 물꼬가 이름붙인 은주암골로 들어 동굴을 하나 들여다보고
되밟아 내려와 너른 계곡에 오래 머무르려 합니다.
믿고 맡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라면, 아버지라면 어찌 하였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그늘과 함께하는 여름이시기.
2016년 8월 5일 쇠날
자유학교 물꼬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