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무성하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둘레 칡들, 거센 기세로 덤비듯 타고 가고,

환삼덩굴도 화마처럼 측백나무를 휘감는다.

낫을 휘둘렀고, 돌계단 무성해진 풀도 어둡도록 맸다.

괭이를 들고 뜨락의 물길도 살폈네.

밭에 거름 뿌리고,

가을 푸성귀 준비로 밭두둑도 올리고...

그렇다. 삶은 계속된다.

산마을은 낫다고 하지만, 움직이는 순간 땀이 온 옷을 적신다.

 

개미들도 태풍 왔는 줄 아는가,

달골 햇발동 부엌에, 학교 가마솥방에 출현했던 개미들이

싹 사라져버렸다.

습한 날들이다.

비바람 지나려나 했지만

태풍은 멀리서 소문만 무성했다.

 

“제가 이번에 많은 성적을 올리고 돌아왔습니다!”

한 새끼일꾼의 소식.

물꼬가 아이들의 삶을 고무시키는 영광의 자리라니!

그대들의 삶이 또한 물꼬를 밀고가는!

계자는 아이들 자리가 듬성듬성하다.

어른들 자리가 차고, 새끼일꾼 자리가 차고(청계),

그리고 초등 아이들 자리가 채워지는 요즘이다.

기말을 끝내고 이제야 서서히 잠을 깬 아이들처럼 청소년계자들을 신청하고 있다.

반가웠다.

오래 만났던 아이들이다.

11학년 현지는 물꼬 시간 10년을 채우고 다시 1년을 시작한다지.

 

달날이었다.

“너무 늦게 연락을 하셨네요.”

서초동에서 변리사들이 모여 만든 회사의 수장이기도 했던,

대학 때 판소리 동아리도 같이 하고 이후 같이 성우향 선생님의 소리를 같이 받기도 했던,

그리고 초창기 물꼬 계자를 함께 꾸리기도 했던 벗,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동기랑 통화를 했다.

“그 친구 세상에 없습니다. 7년 전 떠났어요.”

아...

우리 그리 늙거나 죽거나 할.

다 무슨 소용인가, 지금에 있기!

 

밤에 잔뜩 결심했던 일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부서져버리기를 반복한다.

조금 앓았고, 덕분에 충분히 쉬고 또 쉬는, 그리고 원 없이 잤다.

계자 전 몸만들기쯤?

사흘을 저녁이면 배앓이를 했네.

먹는 일에 게으르다가 어쩌다 먹고는 그리 되었다.

벗의 집 ‘숨어드는 방’을 그리워도 했다.

모든 긴장을 풀고 숨어드는 곳, 친정 같은, 아이들의 아지트 같은,

사람들에게 물꼬가 그렇다고도 하는,

내게도 그런 공간이 있다.

그런데, 물꼬 또한 내게 역시 그런 곳이기도 할지라.

사는 곳이 여행지고 사는 곳이 극락이라.

 

영화를 좀 보기도.

선배가 영화를 전용으로 보는 자신의 랩탑을 통째 들여주고 갔다,

볼 만치 보고 돌려달라고.

고단한 삶의 숨통을 틔워준다,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물꼬 삶에 대한 지지와 격려에 다름 아닐.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Martha Marcy May Marlene,2011)을 보다.

어마어마했다, 29살 감독의 첫 장편 연출이라니.

한 농장에서 집단생활을 하다 도망 나온 여자가

유일한 혈육 언니 곁에서 불안의 시간을 보내는 스릴러 드라마.

영화란 감독의 말하기라, ‘말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참, 내 식으로는 이 영화를 한 공동체의 허위에 대한 보고서라 읽었다.

 

망설이다 서성이다 혹은 게을러 결국 하지 못한 말, 만나지 못했던 인연들이 있다.

사과이거나 해명이거나 찬사이거나 전하지 못했던 시간...

용서하시라, 지나간 시간들이여, 사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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