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15.쇠날. 빗방울 다섯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6.08.06 02:09:26


 

다들 사느라 욕본다.

어제는 구미의 한 어머니와 상담,

오늘은 김천의 한 장애아의 어머니와 상담.

딱한 상황들이다.

예전 물꼬의 상설과정을 듣고 지금도 그러한가,

그렇게 아이를 맡기려는 이들이 여전히 찾아든다.

현재 물꼬는  입학과 졸업 과정이 있는 상설학교 대신

다른 곳에 학적을 갖고 있으면서 물꼬에 단기간 머무는 위탁과정을 열고 있고,

학교를 고민하는 아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도 돕는다.

홀로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는 24시간 식당에서 일한다.

그러자니 밤에 돌볼 사람이 필요하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 순간도 쉬어보지 못했을 장애아동의 엄마는

대안학교들에서 하는 여름 캠프조차 몇 퍼센트의 장애아동을 받는다고 해놓고도

명분만 그러하더라, 아이 보낼 때가 없더라 통탄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열악한, 재정이든 환경이든, 물꼬가 이런 상황을 수용할 일이 갈수록 느는 듯.

저녁에는 물꼬의 품앗이일꾼인 청년 둘 저녁을 먹다가 전화를 넣었다.

청년실업자, 그 이름자들이다.

“옥샘, 힘 줘서 고맙습니다!”

그것을 못할까나, 그것조차 안 할거나.

사느라 욕본다, 모다, 이 땅에서.

위로와 위안도 한 짐 더는 역할을 할 수 있겠거니.

 

아침에 달골 앞마당 화분들 물을 주는데,

흐린 하늘 믿고 지난 닷새 거들떠도 안 보다가,

이상하지, 바람이 불어서인지, 마치 가을볕 아래 그렇게 서있는 것 같은...

요새는 그렇게 까마득하고 아득한 순간들이 잦다,

시간을 넘어서는 어떤 곳에 서 있는 것 같은.

햇발동에 들어앉아 보낸 닷새가, 도저히 현실감이 없기도.

옴작거려야는데, 그래놓고도 이승과 저승 그 너머의 어디쯤인 양...

봄바람 같은 묘한 밤바람이 일기도 하더라.

어느 순간 나무가 되어있고, 돌이 되어 있고,

그러다 벽에 걸린 그림이 되기도 하는 경험들.

그렇게 모든 사물과 일체화 되어가는 삶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영화 <room>(2015).

7년 동안 컨테이너에 납치 감금된 채 그 안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 엄마의 탈출기,

혹은 아이가 엄마를 살려낸 분투기.

아이랑 보낸 시간들을 생각했다.

아이들이 더 마음이 넓다.

우리를 헤아리고 받아들여주고 용서하고 격려하는.

내 아이도 내 아이들도 그러했다.

“야아, 딱 어릴 때 류옥하다더라.”

늘 드나드는 선배가 그랬더랬다.

그렇더라. 그 아이를 기대고 살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기대고 살았다.

고맙다, 내 어린 벗들이여!

 

달골에 머물 땐 아침 저녁 문을 잠근다.

여기까지 와서 뭔가를 훔쳐 간다면 그 정성을 봐서 줘야 한다,

그래놓고도 결국 문을 잠그는.

사람들이 같이들 움직일 땐 잠그지 않는데.

그러니까 누군가가, 물론 성별은 남자, 먼저 들어가 있을까 봐,

여성들이 가진 선험적으로 가진 두려움이란 게 있는 거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

선험적으로 인간이 지닌 것들에 대한 이해가 전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상담의 기본도 그것이겠지만.

그래서 ‘연민’이 모든 관계의 토양이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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