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20.물날. 가끔 해

조회 수 719 추천 수 0 2016.08.06 02:28:02


 

바람, 그리고 볕 없음,

그러나 조금만 움직거리면 땀이.

31도. 이젠 이 정도의 숫자는 더위 축도 못 끼게 생긴.

호박 하나 따왔네. 새우젓을 넣고 호박찌개 끓였네. 풋고추와 쌈장도 내놓고.

땀 송골거리며들 먹었네.

좋은 사람들과 모여앉아 여름 별미를 먹는 맛이 행복했네.

이런 순간, 충분하다, 라고 절로 되내이게 되는.

 

아침에는 안개가 아침을 열었다.

퍽 덥겠다 했더니 그랬던.

제도학교 3년차 12학년 류옥하다는 새벽밥을 먹고 도시락을 들고 버스를 타고 나가다.

밤에 실어 와야.

이번 주는 이리 움직일.

기숙사 없으면 어쩔 뻔 했나.

이리 내내 지내기야 어렵지.

 

오랜 숙제들이 많은 낡고 너른 공간이다.

보일러실 그을음을 좀 닦아내야지,

후미진 곳일수록 윤나게 해야지,

그예 했다.

연규샘과 학교 아저씨는 고래방 뒤란 창고 한 쪽 벽면도 닦아냈다.

가래나무 아래 습이 많은 곳,

시커멓게 곰팡이 앉기 잦았다. 했다!

 

해 기울녘 모두 소도로 갔다.

돌탑 하나 틈틈이 올리고 있다.

또 두어 줄 올려 볼꺼나.

“아무나 하라고 안해!”

연규샘한테 생색도 내며.

돌탑, 그건 정성스러움, 지극함의 다른 이름.

가마솥방 앞에서 옮겨놓은 돌탑은 소나무 옆에서 널부러진 돌들로 있었고

한 단씩 그리 쌓이고 있다.

땀으로 흠뻑 몸이 젖었을 때의 희열이 있지.

잠시 씻고들 나왔다.

 

12학년 한 아이의 소식.

중등을 간 이후엔 뜸했다.

그 역시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니 굳이 이 먼 곳을 오기 쉽지 않았을.

대안교육연대에서 인턴쉽 중이라지.

끝나면 물꼬부터 달려온단다.

잊히지 않아 고맙다.

한결 같은 그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처음과 끝이 같았던 분들.

물꼬 아직 여기 있으니 이곳에서 또 만나는 날이 있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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