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선생님의 시집 <섬 사람들>을 읽는 밤.

모여 앉아 시를 들었다.

시가 쉽다고 시인의 마음이 쉬운 건 아니다.

이생진 선생님이 쓰신 시들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온 자리였으니.

 

아침수행을 오랜만에 진언과 함께했다.

소리가 주는 힘이 있다.

더 힘차지더라.

땀에 젖는 만큼 기도가 닿기라도 하는 양 차오르는 감동이 있었다.

무엇보다 홀로 하던 해건지기를 같이 하는 이들이 있을 때 더 수월함이려니.

 

가마솥방의 돌탑을 무너뜨리고 형태가 고른 돌들을 따로 골라내놓았다.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미궁 공간에 놓으면 좋겠다 한.

돌을 올렸다.

달골 햇발동 거실 러브체인은 꽃을 피웠더라.

마른 날들이 오래이니 꽃들도 온 힘으로 툭툭 피워 올린다.

그리고, 콩밭 매는 사흘째.

 

민수샘 금룡샘 연규샘이랑 모두 같이 나가 류옥하다를 실어오다.

(아이들 뒷간이 오랜 고민이었고, 목수 민수샘한테 구조를 좀 바꿔보며 좋겠다 부탁했고,

드디어 생각을 정리하고 그가 왔다. 금룡샘이 바라지 하기로. 내일 작업이다.)

읍내 가서 치킨도 달고 오자고, 맥주와 함께.

덥기도 더운 날들이니, 모두 또 모였으니.

“친구들 모여 펜션 놀러가는 것 같네.”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즐거웠다.

“아, 여기 장순샘만 있으면 독수리 오형제인데...”

그가 그리웠다.

오래 침잠해있는 장순샘이다.

드디어 내일은 건너오겄다.

 

청계에 처음 아이를 보내는 엄마의 전화.

신청에서부터 문의들이 계속 엄마의 일이었다.

낯설 때, 혹은 아이의 부탁으로 그럴 수 있지만

새끼일꾼의 첫째 조건은 자신이 하는 신청이다.

저부터 건사할 수 있어야 누굴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신청부터 아이의 의지가 있어야.

그런 것을 기반으로 자발적 에너지로 돌아가는 물꼬이다.

자식을 돕는 것과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사이,

그게 또 ‘균형’이 필요한 일이겄다.

 

여름 한창이다.

짧은 메모 하나. 언제 시가 될지도 모를;

가을이 왔다. 여름이 그리웠다.

겨울이 왔다. 가을이 그리웠다.

봄이 왔다. 겨울이 그리웠다.

여름이 왔다. 여름을 지날 땐 여름이 그리운 줄 몰랐다.

이 여름도 우리가 그리워할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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