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샘과 민수샘이 청계 준비에 손을 보탠 아침.

지난 비바람에 명상정원 ‘아침뜨樂’ 현수막이 떨어져내렸고,

흙 뒤집어쓰고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담가두었던 것을 연규샘이 씻어말렸고, 민수샘이 걸어주었다.

연규샘은 부엌 일을 돕고 떠났다.

멀리서 홍인교 엄마, 박미선 엄마가 아이들 간식을 보탰네.

얼마나 많은 손발들과 마음으로 물꼬가 살아가는가.

 

청소년 계자!

공을 많이 들이는.

학기 끝에 그렇게 모여 자신을 점검하고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깊은 시간.

아, 우리 아이들이 들어선다.

(무겸이가 버스를 놓쳤다.

 모두가 그를 안내했고, 무사히 들어온 그를 온 마음으로 환대했다. 결 고운 풍경이었다.)

 

처음처럼 학교 한 바퀴. 이름하여 ‘물꼬 투어’다.

그것은 공간에 대한 쓰임과 안내이기도 하지만

물꼬에서 무엇을 익히는가를 아는 시간.

 

‘마주보기’.

아는 이도 있지만, 또 처음 걸음하는 이가 있고, 오랜만에 오는 이도 있다.

처음처럼 만나기.

사람은 변하기 참 어렵기도 하지만

어느새 또 그에게 스민 어떤 시간들이 고스란히 들앉아있다.

허니 새로 만나기.

그가 아무 변화가 없어도 보는 내가 또 달라져있기도 하지 않더냐.

왜 왔는가, 마음에 지금 걸리는 것이 무엇인가부터들 내놓다.

 

‘믿음의 동그라미’.

뒤란 그늘 아래 둥글게 앉아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나눈.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훈련의 시간.

 

‘소금꽃’.

명상정원 ‘아침뜨樂’의 아고라 풀을 뽑았고, 돌의자를 일으켜세우기도 했다.

마음을 기꺼이 내는 일이었고,

성실을 붓는 일이었다.

먼저 하니 따라 할 수 있었고, 내가 내니 그도 내는,

안 할 수도 있지만 하는 자유를 배우는 시간.

 

‘水仙花(수선화)’

내려오며 달골 수영장 가는 길도 닦았다.

초등 아이들이 계자에 와서 쓰일 길이기도 하니 계자 준비를 돕는 시간이기도 했던.

그리고 물에 풍덩!

우리 모두 물에 떠가는 꽃송이였나니.

 

‘夜생화’.

마음을 풀어내는 실타래와 장작놀이와 夜단법석이 이어진.

노래집 놓고(지난해 엮어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 노래도 하나 익히고.

숙제검사를 하지.

모두 책 한 권을 내밀면 열이 열 권을 읽게 되는.

시와 책과 영화와 자신의 삶들이 주제였다.

성찰하고 격려하고 힘을 받고.

마당에 불도 피웠네,

밤마실도 다녀왔다.

 

‘화백’(和白).

밤참을 준비할 때 물었다, 도대체 물꼬 왜 오냐고, 물꼬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선생님들이 먼저 ‘산다’. 보여주기! 그리고 본 대로 하기.”

아이들도 저마다 한 마디 보태고 메모를 남겼더라.

 

태희: 물꼬는 모든 일을 기꺼이 할 수 있게 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공간,

        책임감과 리더쉽의 중요성이 실감되는 곳.

주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있다.

유나: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을 뚜렷이 할 수 있다.

해찬: 물꼬는 나의 쉼터, 물꼬를 통해 성장한다.

계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 편하다

효기: 공고든 인문계든 상관이 없다. 그 벽이 없다.

윤호: 항상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을 물꼬와 함께 하고 싶어서 물꼬에 온다.

지혜: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곳. 오면 올수록 편해지는 곳

현지: 평소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게 됨. 쉼터로서의 의미.

        광주 친구들과 놀 때와는 다른 느낌. 말로 형용하기는 어려움.

무겸: 공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곳. 모두가 평등한 곳.

 

아, 그렇구나...

 

아름다운 내 어린 벗들이여,

서로를 살리는 만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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