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건지기.
몸을 풀고 티벳 대배로 백배를 하고 명상하는 아침 수행.
우리 무슨 인연 깊어 이 깊은 산골에 모여 이런 아침을 여는가,
도반이었다, 도반.
‘나팔꽃’.
노래 노래 하라,
우리 삶을 노래하기,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
일상을 살아내는 것, 삶의 방향(가치관)에 대해 말하다.
그리고 나아가기, 어깨 펴고.
짧으나 대엿새는 될 질감의 이틀.
마지막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은 일을 했다.
그네 아래 풀 뽑기.
예취기가 닿지 못할 자리.
무슨 도움이 그리 되려나고들 했지만
그런 손 잠깐만 보태도 얼마나 덜어지는 이 너른 살림이더냐.
‘마친보람’.
아이들이 갈무리글을 쓰는 동안 점심밥상을 차려냈다.
이 밥 먹고 다음 걸음들을 가라, 사랑이고 사랑일지니.
다시 한 학기를 잘 살아내고 보고하러 모이기로.
무겸이가 드디어 중학생이 되었고, 첫 청계를 했다.
뺀질거리기도 하더니 이제 선배들이 잘 보여준 대로 저도 그리 하고 있더라. 고맙더라.
터울이 긴 언니들에 이어 초등 때 왔던 계윤이,
잘난 언니들에 치고 공부에 치더니 설움을 빼고 갔다. 예쁘게 잘 크더라.
8년 윤호가 드디어 새끼일꾼이 가능해지는 나이.
갈수록 올차지더라. 학년이 높아간다고 모두가 어디 그렇더냐.
주원이는 초등 1년 때 왔다가 10년이 되어 나타났다. 잘 컸더라, 고맙더라.
언니 따라 온 7년 유나는 낯설 법도 하련만, 아주 깔끔돌이마냥 새침한 인상이더니
달골에서 풀은 또 얼마나 열심히 뽑고, 어울리긴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10년 태희, 11년 해찬 현지 지혜 효기, 무슨 말을 더하랴.
우리의 내일이 얼마나 밝은지를 보여주는 그들이라.
요새 청소년들이 걱정이다 어쩌다, 그 말이 얼마나 무색한지 그들을 보면 알리.
대개 초등 저학년에 만나 고등학생이 되었다.
현지가 물꼬 10년을 채우고 다시 1년을 시작한다지.
긴 세월 그들이 자라는 과정을 기억(기록)할 수 있어 고맙고, 영광이라.
그들이 물꼬를 통해 성장했노라지만,
아, 나는 그들로 성장했나니.
손을 보태러 와서 일을 더 만들면 그게 무슨 도움이겠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제발 욕실 뒤를 좀 돌아봐주시게,
말 떨어지기 무섭더만, 멋지게 정리하고 갔다.
하지만 남자방에 던져둔 젖은 수건 둘의 주인은 반성하시라!(ㅎㅎ)
아이들 보내고 한숨 돌리는 오후,
‘여름이라 덥다. 더우니까 신난다고 꽃 피운 애가 있어서 사진 보낸다....’
점주샘의 베란다에 핀 꽃이 왔다.
좋은 일이 있었고,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우리들의 여름에 대한 격려와 지지로 읽었다.
저녁에는 윤실샘 해산 소식이 왔다.
나이 많은 임산부였다.
달을 못 채웠으나 5시간 진통 끝에 자연분만했단다. 고맙다.
그리고 또 고맙다, 세상으로 무사히 와준 윤진아!
‘당분간 집중치료를 받느라 바로 안아볼 순 없지만 잘 자라주리라 굳게 믿어 봐요.’
그럼, 그럼!
사람이 간 소식보다 온 소식이 더 반갑다마다.
고마운 소식들이여, 고마운 삶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