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여름 청소년 계자를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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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김무겸:

요번에 청소년 계자가 처음인데 형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힘든 일도 솔선수범하여 해주고, 그래서 다른 어린이들이랑 같이 있었을 때보다 훨씬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나는 전부터 꾸준히는 아니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왔었기 때문에 알아보아주는 누나, 형들이 있어서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물꼬가 좋은 이유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 잘하는 사람도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 나서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와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는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것 또한 물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물꼬에 휴양하려고 생각하고 올 수 있는데, 나는 물꼬가 내 집 같다. 왜냐하면 엄마도 좋아하고, 무량이(* 동생)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박2일 있으면서 일할 때 힘들었지만 양심이 있기 때문에 형들이 쉬기 전까지 쉬지 않았다. 왠지 물꼬는 ‘양심’같은 것도 배우는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기회가 되면 혼자 와서 찾아뵙고 싶다.

 

7년 정유나:

이번에 처음으로 언니를 따라서 여름 계자에 신청했을 때 처음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가서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두렵고, 긴장되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까 조금 있다가 긴장감이 풀린 듯했다. 그래도 모르는 것도 많고 새로운 환경이여서 힘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언니오빠들이 친절했고, 어려운 일은 없어 순조로웠다. 엄마는 이곳에 있으면서 중학교 첫 1학기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고 오라고 했는데, 많이 편하고 즐거워서 스트레스나 고민을 저절로 잊게 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사람들과 공동생활 하거나 일상생활 할 때 자신이 해야 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서 배웠다. 집에서는 내 물건도 어질러놓고 그냥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이곳에 오니까 자신의 물건을 자기 자신만이 관리하고, 여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되었다. 물꼬에서 함께 일하는 것, 생활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얻고, 스트레스도 없어져서 마치 중학교 생활을 부담감 없이, 긴장감 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많이 쌓여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꼬에 오니까 자연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처음 와서 독립적 개인적이면서도 함께하는 두 가지 모두의 중요성을 느꼈다.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그때는 조금 더 자유롭고 긴장감 없이 지내고 다른 사람들과도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이 학교에서는 지식보다 사람으로서 행동해야 하는 상식이면서도 어려운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절대로 실행하지 않는 행동들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집에서는 단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많이 느꼈다.

이 학교가 계속 운영되어서 나도 매번 항상 참여하고 싶다. 벌레와 뜨거움이 많이 짜증났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8년 이윤호:

이번 청소년 계자 때에는 아침뜨락에서 풀도 뽑고, 돌도 들고, 계곡에 가는 길도 내고 마지막으로 소도 옆 그네 주변에 풀을 다시 뽑았다. 이런 일은 밖에서는 돈을 줘도 하지 않는 일들이지만 물꼬에서는 별 타령 없이 잘해낼 수 있었다. 위의 일들이 실제로는 물꼬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물꼬를 위해 손발을 보태어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했다.(* “윤호야, 맞아. 손발을 보태는 것에 첫째 의의! 한편, 누군가 잠깐만 손을 보태도 힘을 더는 이곳 삶이란다. 했던 일들, 여기 남아있는 식구들이 다 해야 하는, 꼭 해야는 일들이었거든. 사람 손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거 한둘이 하고 있자면 얼마나 많은 일들인데, 그렇게 뚝닥 손 보태서 또 힘을 덜었으이.”)

요즘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어서 아무 걱정도 없다. 그래서 여러 물꼬인들이 격정이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큰 해결책이나, 더 나아질 수 있는 의견을 낸 것도 아니다. 그냥 아, 저 사람의 상황이 저렇구나, 마음이 저렇겠구나, 정도의 이해(?)였다.

우리는 대개 피로하거나 근육이 뭉치면 안마를 받고는 한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거나, 피로가 풀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물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뭉친 생각이나 삶에서 힘들거나 지루할 때, 물꼬가 우리의 삶을 안마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힘든 삶에나 사회속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왜 물꼬는 다른 곳과는 다른 느낌인지 궁금하였다. 환경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습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때에 환경의 가장 큰 요인은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수업 시간에 얼핏 들은 것과 연관시키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한다. 나 혼자서 일어설 수 없고 옆 사람과 함께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사람인(人)자도 이렇게 인간의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다시 알려줄 수 있듯이 물꼬에서 만나는 흔히 [물꼬인]들과의 관계와 좋은 교류로서 나 자신의 삶을 회복해 나아가고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물꼬가 이렇게 나의 삶의 회복수단으로 꼽힌 이유가 바로 물꼬인이라고 생각한다.

 

10년 김태희:

이번 여름 청소년 계자는 어색한 사람 한 명 없이 모두가 친해지고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물꼬에서 몸을 쓰면서 하는 일을 만약 일상생활로 돌아가 하라고 했으면 불평불만을 내뿜으면서 했을텐데. 항상 이곳 물꼬에만 오면 기꺼이 무슨 일을 하게 되고 내 자신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자신감도 생긴다. 특히 이번 청계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특히 자신감. 자신감을 많이 얻어가게 되는 것 같다. 숙제 검사 시간에 유독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재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등 많은 것을 알고 가게 되어서 좋다. 청소년 계자는 새끼일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고 영향도 매우 큰 것 같다. 처음 오는 유나도 적응을 잘해서 너무 기특했고 새로운 친구 주원이, 계원이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아직 서투른 윤호와 무겸이는 많은 형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멋진 새끼일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내 자신도 기특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깊은 경청의 자세, 온화한 말투(?)’ 등이 내가 더 노력하고 실천해야 함을 깨닫고 다짐한 것들이다.

항상 물꼬는 자주 와도 새로운데 이번 청계는 왠지 모르게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공부에 대한 의욕감도 더욱 생긴 것 같고 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물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 청계 또한 뜻 깊은 시간이였고 또 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성적이 올랐을 때 정말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물꼬이다. ‘아, 내가 물꼬에 갈 수 있구나!’

평소 열심히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활해서 그런지 너무 더웠는데 모두 불평불만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서 고마웠고 또 오고 싶다. 땀을 흘리고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물꼬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또 한번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에 울컥함도 있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옥샘, 젊은 할아버지(삼촌)께도 감사하다.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10년 정주원:

“물꼬 학교”라는 곳은 참으로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아룸다운 공간이란 걸 느꼈다.

사실 이 학교에 올 때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자유학교는 말 그대로 학생들을 자유롭게 가르치는 곳 같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은. 집에만 있을 땐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세상은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제자리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물꼬 학교는 그런 나를 존중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가끔 나는 이중인격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낯선 사람한테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반대로 나의 소중한 가족한텐 무관심하고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어떤 체험이든 좋게 좋게 말한다. 나쁜 버릇이지만 다른 사람에게선 “착한”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이렇다는 걸 알고 깨달았지만 나를 바꾸기가 힘들다. (지금도 나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주원아, 나는 네 성찰 앞에 하염없이 놀랍고 기특하고, 그리고 고맙다!”)

자기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다시 주워담지 않아도 친구들은 이해해 준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발표를 무서워하는 나에겐 편한 곳이기도 했다. 갈무리 시간이 되면 하루가 어땠는지, 방금 한 활동은 어땠는지 말하는데 내 차례가 되곤 하면 말들이 입 밖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툭툭 튀어나왔다.

요즘은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나의 이야기나 고민을 털어놓은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주의깊게 들으면서 내 고민들이 잠깐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꼬는 이런 점이 좋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집안에서도 실천할 수 있게 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바른 생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선생님께서 현재의 나는 여태까지의 나를 모여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알아봐주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내가 살아온 일생이(비록 짧지만) 헛되이지 않았단 걸 알게 되었다(* “그럼, 그럼. 그대가 얼마나 충분하고 매력적인 사람인 줄 아노니!”). 이런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과 깨달음이 나를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여태까지의 활동들은 나를 조금도 움직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나를 이해시키게 만들고 싶다.

물꼬는 각자의 인생에서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곳이고 세상에게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합니다, 물꼬 여러분.

 

10년 김계윤:

사실 처음에는 올지 말지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언니들(* 열다섯 살, 열세 살이 차이는 언니들) 때부터 알고 있고 존재해왔던 곳이었기 때문에 지금 제 모습에 자신도 없고 안 좋은 것들만 보여드릴까 봐 오기 직전날 밤까지도 고민을 했습니다. 작년 1월부터 엄청 힘들었습니다. 학원, 과외로 이리저리 치여 살고, 그래서 전보다 체력도 떨어지고, 성격도 많이 나빠지고(전보다 더),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달라진 게, 안 좋아진 게 느껴져서 또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인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은 저에게 여러모로 엄청난 영향을 줬습니다. 언니들이 다 잘되는 걸 보고, 사촌 오빠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불안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많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게 있어서 물꼬는 가끔 생각나고 가보고 싶지만 여러모로 걱정이 되는 곳입니다. 사실 안 좋은 기분이긴 한데 이유도 어떤 기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기분 나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여전히 좋지는 않습니다.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고 안하면 불안해서 무언가를 허덕이면서까지 해야 됐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여전히 집에 가서 할 숙제 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나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나서, 화가 나서 더 여유로운 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든 어디든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분명히 더 좋은 쪽으로, 편한 쪽으로 끌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꼬에서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여진다는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1박2일 동안 신기하게도 친해졌고 다들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떡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11년 권해찬:

옥쌤께서 야참을 준비하며 우리에게 물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 이 시간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해보며 내가 왜 이렇게 물꼬에 오는지 그러한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나도 그 질문을 들으며 정말 궁금해졌다. 굉장히 오랜 기간 물꼬를 찾으며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오랜 고민 후에 아마도 가장 큰 의미는 ‘정신적 안식처’인 것 같다. 일상생활을 살다보면 사소한 것에 힘들어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그러한 가치들이 나도 모르게 현혹되어 쫒고 있는데 물꼬에 와 그런 삶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의 삶에 대한 방향들을 다시 정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 같다. 이번에 특히 여러 고민들이나 힘든 일들이 많아 걱정도 되고 힘들고 조급해졌는데, 이곳에서 그런 고민들을 잠시 놓고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꽤나 의연해졌고 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은 듯하다. 또 다른 물꼬의 의미는 ‘성장’인 것 같다. 물꼬에 지내며 겪는 모든 경험들, 일이든, 새로운 만남이든, 여러 배움 등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들이 확실히 내가 한 인간으로써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마음가짐과 몸가짐들은 쉽게 흐트러지고 다시 가지런하게 자리 잡아도 내 것이 아직 완전히 아니어서 또 다시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이곳에 계속 찾으며 그런 것들이 내 것이 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 참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참 물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나에게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이런 인연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11년 양현지:

겨울을 한번 건너뛰고 온 계자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도 있었지만 나름 오래왔다고 건물자체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그냥 내 집 같이 편안하기만 했다.

중학교 졸업 이래로 오기 전에 항상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상황이 자주 갈리었는데 결국 오게 되었다.

일은 지금까지 청계 중에 한 일들 중 가장 피곤함을 느꼈다. 고1때까지만 해도 낙천적인 건지 뭔지 스트레스 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고2 들어 부쩍 스트레스 받는 것 같은 생각도 많이 들고 생각한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입시도 너무 가까워져서 고민이 좀 있었는데 청계하면서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은 더 편해진 것 같다. 물꼬든 물꼬 사람들이 됐든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매년 여름, 겨울마다 꼬박꼬박 온 건 아니지만 옛날 글집이라던가 가끔 그냥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에 추억 한켠으로 물꼬가 자리 잡을 것 같다.

그리고 항상 올 때마다 구성원이 달라서인지 청계의 분위기가 다른 것도 신선하다. 평소보다 이번 해 반년동안 더 힘들었던 일이 많아서 평소에 물꼬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오게 되어서 더욱 좋았다. 오빠도 눈치가 보여서... 앞으로 남은 1년 4개월 동안 휴식과 집중? 할 일?의 적절한 배치와 선택과 집중을 잘 해서 다 같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1년 4개월 그 이상이 남은 애들도. 특히 청계에서 이번에 처음 한 캠프파이어도 인상적이었고 밤마실도 깜깜한 걸 무서워해서 좀 무서웠지만 좋았던 것 같다. 아침 일곱시 이십오분에 나가서 새벽 두 시에나 집에 오는 하루의 1/4도 집에 있지 못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잘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일박이일동안 조금이나마 누리고 가서 기쁘다. 마지막으로 다시 선택과 집중,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별로 의지하고 싶어하지 않고 결과야 어찌됐든 혼자 진취해가고 싶은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가끔은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번 겨울부터는 오지 못하겠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멀리 있으나 물꼬는 그대를 기억하고 기도할 것이야!”), 계속 생각날 것 같고, 시간이 지나서 또 올 것이다.

 

11년 옥지혜:

이번에는 작년 청계와는 다르게 보낸 것 같다. 늘 물꼬에 올 때는 혼자 지루하게 버스타고 기차타고 왔었는데,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효기가 청계 전날에 7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마산에 달려왔다.

그래서 재밌게 놀다가 다음날 새벽에 만나서 같이 기차를 타고 왔는데, 별 다른 건 하지 않았지만 늘 혼자 가던 길을 그냥 다른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좋았다. 그렇게 먼 길을 와서 반갑게 인사하던 얼굴을 미리 잡혀있던 다른 약속 때문에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제대로 맞이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작년 청계에 왔을 때는 어린 시절 와보고 긴 발걸음을 안했던 터라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고 아이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는데, 한 번 본 친구들이라 그런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들과도 거리낌없이 손도 마주잡고 어울렸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물꼬에 제대로 발걸음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꼭꼭 숨겨왔지만, 사실 내면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계자가 끝나면 늘 뿌듯하지만 마음 한켠에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일상생활 중에 문득문득 물꼬 생각이 나고, 홈페이지도 매일 들어가다시피 하고 그냥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기대하고,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하는, 물꼬가 뭔가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진짜 이번 청계에 느낀 거지만 오면 올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작년에 물꼬를 다녀가서 그런지 올해는 진짜 내가 봐도 내가 달라진 거 같은 모습을 느낀다. 부정적이기보다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고, 늘 하고 싶었지만 남들 시건이 두려워 나를 꽁꽁 감추고 살았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맞서게 되었다. 내 생각을 바꾸고 나를 제대로 드러내니 문득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고, 나는 극단에서 연극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늘 관심있던 분야라 남들보다 두배 세배는 더 열심히 했고, 첫 공연을 하고 나는 알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구나. 그렇게 내가 하고 싶고, 즐기는 일이 생기니 목표가 뚜렷히는 정해지지 않았지마는 성적도 점차 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나를 발견한다.

물꼬가 참 고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기회를 줘서. 점점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게 되는 쉼터가 되는 것 같아 고맙다.

 

11년 김효기:

작년 물꼬를 갔다 와서 많은 생각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등학교를 들어와서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곳에 관심이 생기고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대학을 가면 집에서 하는 가업도 쉽게 알릴 수 있고 연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 어깨 너머서가 아닌 한 직업을 가진 일꾼처럼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이슈가 건강식품이라 가업 쪽이랑 관련이 돼 있는 제품도 많이 나오고 가업(양봉)이 몇 번 TV에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드는 생각이 일단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확보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답이라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우선으로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나중에 가족들과 먹고 살 방안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가끔 가족끼리 외식하는 날이 있는데 한 날 아버지가 외식 도중 하시는 말씀이 집 기둥이 쓰러지면 그 집은 무너지는 것처럼 한 집의 가장이 무너지면 그 집안도 무너진다, 그만큼 가장의 자리가 크고 가족들을 바라보고만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아버지가 그날 이후 더 존경스럽게 보이셨습니다.

물꼬를 오면서 나날이 나 자신이 발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물꼬를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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