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27.물날. 맑음

조회 수 773 추천 수 0 2016.08.10 16:31:46


 

계속되는 폭염.

도교육청에 들어갔다.

교육감과 면담이 잡혀있었다.

즐거운 자리였다.

교육감님, 배석했던 담당 사무관이 물꼬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 박수를 쳤다.

무슨 기조(基調)연설이 된 듯했던.

물꼬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건 이 시대 혁명의 하나이고 저항인 이야기.

우리가 산골에서 무엇을 하고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번 청계 갈무리글을 그대로 내밀었다, 짬날 때 읽어보시라.

그리고, 우선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횡포에 가깝게 이어져왔던 건을

그예 개선하게 되다!

고맙다. 법이니 규칙이니 있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방법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실업고를 다니는 한 친구의 메일.

가업을 잇겠다 작정한 멋진 친구.

그런데, 현실에서 자신의 처지 혹은 방향에 대해 받게 되는 시선이 불편하고 힘들기도 한.

실업계 아이들은 어떻더라는 편견과 자주 만나야 하고,

어떨 땐 친척으로부터도 실업계 대표자이기라도 한 양 비난을 받게 되기도 한단다.

대학진학을 준비해야하는 것인가 최근 하고 있는 고민을 나눠주고 있었다.

 

‘**야,

 

먼저 우리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알게 되었음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너 같이 멋진 청소년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또 기쁘다.

관계를 넓혀준 네 친구에게도 고맙다.

 

어머니는 좀 어떠시냐,

어디가 아프신 걸까...

어여 댁으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쾌차를 빈다.

 

오후 중차대한 약속이 있어 나서야는구나.

마음이 바빠 글이 거칠 수 있을 것이다. 헤아려주길.

그래도 답글을 기다리는 네 마음이 바쁠까 하여 서둘러 몇 자.

 

1. 술, 담배에 대한 생각

고시원의 경험... 얼마나 속상했을까, 친척들 속에서 또한.

어른들이 참으로 어리석다.

아이들이 술 담배 피운다고 막 돼 먹은 사람이라니.

나는 다만 건강 때문에 그것을 저어할 뿐이다.

너 또한 건강을 살필 수 있길.

왜냐하면, 죽을 때까지 평생 우리의 영혼을 지고 갈 그릇이니.

그리고 혹시 술 담배가 너의 일이기도 하다면 뒷자리가 깔끔하길.(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2. 물꼬 아이들은 다 집안이 좋다?

물꼬에는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있다.

지난여름 청계만 하더라도 **보육원 아이들이 함께했다.

못 사는 집 아이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잘 사나 못 사나, 잘 살면 좀 낫겠지만,

이 고단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아땅의 우리 아이들이라는 사실.

공부만 해도 꼭 잘하는 아이들이 오기보다

여기 오려고 부모를 설득하며 성적을 올리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니까 이곳을 드나들며 내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그렇게 실질적인 성장도 한다는 것이지.

너 또한 그리 마음 가져지지 않더뇨.

 

3. 실업계 아이들에 대한 편견?

나는 괜찮은 실업계 아이들을 더 많이 안다.

더 철들고 더 건강한 아이들이 많았다.

더구나 나는 일을 통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간다 믿고

나 역시 이 산골에서 그리 사는 사람이다.

어디서 교사가 아이들 밥 해멕여가며 가르치더냐.

나는 이곳에서 풀 뽑고 청소하고 밥하는 속에 아이들을 가르친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니어서 우리 아이들이 내 말에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지.

이런저런 고민 끝에 필요하다면 대학도 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학을 간다고 삶에 대한 방향성이 잘 닦인 대로(大路)는 아니다.

대학 진학 비율이 이즈음엔 90%에 육박할 걸.

실속 있게 생각하자.

우선 지금 실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하고,

'필요하다면' 대학을 가야지.

단, 언제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가야 함을 잊지 말 것!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간들 따위

내 생애에 밥 한 숟갈로 되어주지 못하는 사람들 따위

무시하기.

물론 어렵다. 나 또한 다르지 않고.

하지만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다.

너는 더 큰 그릇이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4. 흔들림에 대하여

사람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나이를 먹어도, 앞으로 더 나이 먹어도.

무엇을 이제 정리했다 싶어도 생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그러기를 요구하지.

그렇게 흔들리는 게 건강한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그 속에 자기중심을 찾는 것.

지금 내 글을 통해, 혹은 깊이 생각한 후 자신의 생각을 다잡았다 싶어도

또 우리는 흔들림 앞에 설 것이다.

그때는 그때대로 또 중심을 잡으면 될 일,

생이란 그런 거구나 받아들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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