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
도교육청에 들어갔다.
교육감과 면담이 잡혀있었다.
즐거운 자리였다.
교육감님, 배석했던 담당 사무관이 물꼬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 박수를 쳤다.
무슨 기조(基調)연설이 된 듯했던.
물꼬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건 이 시대 혁명의 하나이고 저항인 이야기.
우리가 산골에서 무엇을 하고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번 청계 갈무리글을 그대로 내밀었다, 짬날 때 읽어보시라.
그리고, 우선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횡포에 가깝게 이어져왔던 건을
그예 개선하게 되다!
고맙다. 법이니 규칙이니 있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방법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실업고를 다니는 한 친구의 메일.
가업을 잇겠다 작정한 멋진 친구.
그런데, 현실에서 자신의 처지 혹은 방향에 대해 받게 되는 시선이 불편하고 힘들기도 한.
실업계 아이들은 어떻더라는 편견과 자주 만나야 하고,
어떨 땐 친척으로부터도 실업계 대표자이기라도 한 양 비난을 받게 되기도 한단다.
대학진학을 준비해야하는 것인가 최근 하고 있는 고민을 나눠주고 있었다.
‘**야,
먼저 우리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알게 되었음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너 같이 멋진 청소년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또 기쁘다.
관계를 넓혀준 네 친구에게도 고맙다.
어머니는 좀 어떠시냐,
어디가 아프신 걸까...
어여 댁으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쾌차를 빈다.
오후 중차대한 약속이 있어 나서야는구나.
마음이 바빠 글이 거칠 수 있을 것이다. 헤아려주길.
그래도 답글을 기다리는 네 마음이 바쁠까 하여 서둘러 몇 자.
1. 술, 담배에 대한 생각
고시원의 경험... 얼마나 속상했을까, 친척들 속에서 또한.
어른들이 참으로 어리석다.
아이들이 술 담배 피운다고 막 돼 먹은 사람이라니.
나는 다만 건강 때문에 그것을 저어할 뿐이다.
너 또한 건강을 살필 수 있길.
왜냐하면, 죽을 때까지 평생 우리의 영혼을 지고 갈 그릇이니.
그리고 혹시 술 담배가 너의 일이기도 하다면 뒷자리가 깔끔하길.(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2. 물꼬 아이들은 다 집안이 좋다?
물꼬에는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있다.
지난여름 청계만 하더라도 **보육원 아이들이 함께했다.
못 사는 집 아이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잘 사나 못 사나, 잘 살면 좀 낫겠지만,
이 고단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아땅의 우리 아이들이라는 사실.
공부만 해도 꼭 잘하는 아이들이 오기보다
여기 오려고 부모를 설득하며 성적을 올리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니까 이곳을 드나들며 내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그렇게 실질적인 성장도 한다는 것이지.
너 또한 그리 마음 가져지지 않더뇨.
3. 실업계 아이들에 대한 편견?
나는 괜찮은 실업계 아이들을 더 많이 안다.
더 철들고 더 건강한 아이들이 많았다.
더구나 나는 일을 통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간다 믿고
나 역시 이 산골에서 그리 사는 사람이다.
어디서 교사가 아이들 밥 해멕여가며 가르치더냐.
나는 이곳에서 풀 뽑고 청소하고 밥하는 속에 아이들을 가르친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니어서 우리 아이들이 내 말에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지.
이런저런 고민 끝에 필요하다면 대학도 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학을 간다고 삶에 대한 방향성이 잘 닦인 대로(大路)는 아니다.
대학 진학 비율이 이즈음엔 90%에 육박할 걸.
실속 있게 생각하자.
우선 지금 실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하고,
'필요하다면' 대학을 가야지.
단, 언제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가야 함을 잊지 말 것!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간들 따위
내 생애에 밥 한 숟갈로 되어주지 못하는 사람들 따위
무시하기.
물론 어렵다. 나 또한 다르지 않고.
하지만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다.
너는 더 큰 그릇이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4. 흔들림에 대하여
사람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나이를 먹어도, 앞으로 더 나이 먹어도.
무엇을 이제 정리했다 싶어도 생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그러기를 요구하지.
그렇게 흔들리는 게 건강한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그 속에 자기중심을 찾는 것.
지금 내 글을 통해, 혹은 깊이 생각한 후 자신의 생각을 다잡았다 싶어도
또 우리는 흔들림 앞에 설 것이다.
그때는 그때대로 또 중심을 잡으면 될 일,
생이란 그런 거구나 받아들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