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28.나무날. 맑음

조회 수 792 추천 수 0 2016.08.10 16:36:46


 

난계 국악체험촌에 들어가 장구를 쳤다.

다사농악전수를 하고 있었다.

대상샘 관호샘이 거기 계신다 온 연락.

여기까지 왔는데 교육일정 한 가운데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가고말고.

“거기 가서 저녁밥 얻어먹고 오랜만에 장구도 좀 두들겨야겠네.”

설장구에서 태가 가장 아름답고 가락이 섬세한 대상샘,

다섯 살에 쇠를 치기 시작했던 관호샘,

전국교사풍물모임이 활발하던 시절, 우리들은 그런 말을 했더랬다.

한강 이북에 김덕수, 한강 이남에 배관호,

섬진강 서쪽에 이동철, 동쪽에 배관호,

이 나라에서 설장구 가락이 가장 좋은 유대상.

물꼬에 해마다 학교 문 연 날 잔치에 와서 비나리도 하고 풍악을 울렸던 당신들이다.

동철샘만 해도 물꼬 선생들 풍물 전수도 하셨더랬다.

그들로부터 풍물을 배웠고, 그렇게 오랜 시간 스승이고 선배이고 벗이었다.

자랑스런 당신들이다. 사랑하노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대상샘은

이제 학교를 접고 아주 장구를 치고 계신다.

작년에 도시를 떠나 시골 산자락에 집을 짓고 살면서

물꼬가 얼마나 일 많은지, 그간엔 그게 안 보이더란다,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셨지.

그나저나 얼마 만에 치는 장구이던가.

가락이 자꾸 삐지고, 곁가락을 좇아가기가 힘들고, 오금질과 장구가락이 따로 놀고...

기예가 뛰어났던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 그렇겠지만

손을 놓으면 또 잊히기 쉬우나니.

아이들을 위해서도 연습 좀 해야지 했다.

그나마 요새 소리 연습은 좀 한 덕에

뒤풀이에서 한 작은 공연에서 못 한다 않고 심청가 한대목 하였네.

하다보면 잘하고 잘하면 재밌고,

10학년에야 산골을 벗어나 제도학교를 처음 간 아이가 했던 말이다.

그렇다, 해야지!

 

그나저나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

전수관은 방마다 악기를 다 갖추고 있었고, 방음도 훌륭하며, 숙소는 또 얼마나 편한지,

이 더운데 펄쩍펄쩍 뛰며 장구를 쳐도 더운 줄을 몰랐다, 에어컨이 펑펑.

이런데도 사용료가 얼마 안 된다고.

이 낡고 불편한 물꼬 같은 곳을 와주는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을 건사하러 이 거친 현장으로 오는 물꼬 품앗이샘들,

새삼 그들이 고마웠고,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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