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서, 그리고 민주지산 은주암골에서 비박하다.

금룡샘 상찬샘 영출샘 동행하다.

뜨락은, 자보면서 기운이 어떤가 살펴보자고 별렀더랬다.

‘민주지산지기’로 민주지산에서 어른의 학교 일정들을 꾸리려는 계획을 듣고

선배들이 이러저러 마련해준 비박장비들을 써보기로도 한 시간이기도 했다.

오후에 들어가 저녁밥부터 거기서 해먹어보자 하였으나,

바로 곁에 집 두었다 뭐하냐며 저녁밥까지 먹고 움직였다.

뜨락의 ‘미궁’자리에 잠자리를 마련했고,

그 앞에 불도 피워 층층나무 가지에 통닭을 끼워 굽기도 하였더라.

불가에서는 다른 현란한 것들이 없으니 사람에 집중하게 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일본생활이 오래인 영출샘이 살아온 긴 이야기를 했더랬다.

뜨락의 기운은 따뜻했고,

모자란 게 혹여 있다면 사람이 채우고 또 채워나가리.

꽂히는 햇살에 잠을 깨 뜨락의 ‘아고라’ 그늘로 옮아갔다.

아침수행도 그곳에서 했네.

아고라는 정말 이야기를 끌어내주기 좋은, 소담한 온기 넘쳤다.

너럭바위에서 나무와 풀에 대해 제 아는 것들을 두루 나누기도 하였다.

 

날이 폭력적이었고,

짐을 꾸려 학교로 돌아와 민주지산에 오르는 시간을 늦추기로.

마을 방송에서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당부가 흘러나왔다.

날이 그렇거나 말거나 무표정한 얼굴처럼

복도는 나무 그늘보다 더한 시원한 바람이 드나들었고,

마루에서 우리 아이들마냥 상찬샘과 영출샘은 턱을 괴고 수다가 길었다.

 

4시에야 학교를 뒤로하고 물한계곡으로 들었는데,

세상에! 차를 댈 곳이 없었다.

겨우 동네 사람이라는 특권(?)을 디밀고 자리 하나를 차지한 뒤 신발을 고쳐 맸네.

계곡을 지나 잣나무 숲을 가로질러 삼도봉으로 향하다 은주암골로 들었다.

은주암골은 오랫동안 묻혀있다시피한 길.

민주지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주로 미나미골로 올라 삼도봉에 이르고

능선을 따라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찍고 쪽새골로 내려오거나, 반대로 돌거나

아니면 삼도봉으로 올라 원점으로, 또 민주지산 지름길로 올라 원점으로.

은주암골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길이 끊어져있기도 했던.

오래이지 않은 전에 정비가 된.

숲 그늘 짙고 호젓하여 나는 그 길을 티벳길이라 불러왔다.

계곡이 깊어 기온이 낮아 여름 산오름으로 그만인.

일제시대 금광지였다는 이곳엔 곳곳에 동굴이 흔한데,

그간 오가며 보지 못한 작은 동굴 하나가 길 어디쯤에 있기 들여다보기도.

와, 그 시원함이라니...

먼저 서울로 돌아간 금룡샘이 비박할 만한 자리를 찾아도 주었다.

해발 900미터 쯤 계곡 가에 제법 너른 곳에 자리를 틀었네.

사람 구경 못하고 살던, 그곳에 이미 살던 친구들이 부산했다.

미안, 미안, 오늘만 좀 재워주기로.

 

마른 속새과 식물이 텐트를 찢기 쉽겠기 가지치기 한 잔 나무들을 깔았고,

그 위에 텐트 셋, 그리고 타프를 위에 치고

가운데 나무 하나 세우니 훌륭한 숙소가 되었다.

넘어진 나무들을 끌어와 계곡에 불을 피우고

음향기를 직접 만드는 영출샘이 준비한 음악을 넘치도록 들었다.

깊은 산중 깊은 밤 그런 호사라니.

삼각의자도 만들어 몸을 싣기도.

아, 사람들이 이렇게 비박을 하는구나...

한밤 계곡물에 들어 선녀 흉내도 내었더라.

밥을 했고 찌개를 끓였고 고기를 구웠고 커피를 내리고 차를 달였다.

물꼬를 나온 나는 자꾸 졸음이 왔다.

물꼬에서라면 손님들을 재우고, 그리고 깨기 전 바라지를 했으리.

그것 아니어도 숲에 들었으니 숲의 흐름이 몸을 또 흘렀으리.

 

아침 수행을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 불러도 안 들리나?”

밥 먹으라 부르는 소리에 깬 게 언제이던가.

계속 계속 졸음이 왔고, 그렇게 충분히 쉰.

고마웠다.

물꼬 어른의 학교에서 열 민주지산 탐방 프로그램을 위한 민주지산지기로서의 첫 답사인 셈이고,

올 여름 계자에 산을 오를 아이들을 위한 사전답사이기도 했다.

이 골에 올라 걷고, 동굴을 들여다보며 쉰 뒤

다시 돌아내려와 너른 계곡에서 오래 첨벙거리지 한다.

짐을 꾸려 석기봉을 올랐다 내려왔다.

 

하산주를 하는 결에 저녁을 먹었고,

먼 길 나서려던 사람들을 붙잡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꼬표 콩나물국밥을 먹고 떠나시라 했다.

같이 산에서 보내는 밤의 시간은

서로를 얼마나 많이 읽게 하던지.

그래서 사람들이 비박들을 하며 그리 끈끈해들졌고나.

산을 읽는 일 또한 묵어보니 또 다르더라.

민주지산에서 재미난 일을 많이 만들겄다.

같이 걸어준, 묵은 샘들께 감사.

영출샘은 묵어가는 답례로

수행방을 보고 이곳을 채울 음향기를 만들어주시겠다 했다.

최근 20년 생활 중 가장 좋은 날들이었다며.

고마울 일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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