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물날 지독한 황사

조회 수 1219 추천 수 0 2005.04.23 14:01:00

< 4월 20일 물날 지독한 황사 >

한 녀석이 살짜기 부르는 겁니다,
주먹을 꼭 쥐고.
모퉁이에서 제 손에 뭔가를 건넵니다.
작은 사탕 하나.
"성연이가 줬는데요, 저도 너무 먹고 싶은데,
옥샘이 먹는 게 저도 먹는 거니까..."
내가 먹는 건 네가 먹는 거다,
그런 얘기를 나눴던 '호숫가 나무' 시간이 있었댔지요.

아침엔 마을게시판에 첫돌잔치 포스터를 붙이고
저녁엔 아이들이랑 집집마다 다니며 초대장을 돌렸습니다.
미리 왜 안하냐구요?
산골 동네에선 그리합니다요.
나현이랑 채은이, 류옥하다가 임산에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면장님과 조합장님께 초대장 드리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날,
숲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mbc 촬영팀이 따라갔지요.
촬영 사흘째가 되니 아이들 하나 하나가 뵈기 시작하나 봅디다.
오늘은 류옥하다 얘기를 한참 건네십니다.
"정확하게 학교와 공동체 일들을 짚어주는 거예요."
그럴 밖에요, 예서 오래 자란 아이이니,
게다 얼마나 또 아는 체를 했을지...
아이들을 내내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신경을 쓰는 이라곤 혜연이 하나뿐입니다.
저들 살던 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한 번 더 보여줄 수 없느냐 피디가 부탁해도
누구 하나 툴툴대지 않고 자연스레 다시 하기도 합니다.

계절학교를 다녀간 성빈이 현빈이 쌍둥이의 엄마 김은숙님이
나흘을 머물러 들어오셨고
간밤에 김현덕님 모남순님 안은희님 오셔서
이웃 양계화님까지 힘을 더해
비닐하우스 일이 비로소 좀 되어갑니다.
오후에 여자 아이들은 간장집 뒤란 밭에 토란을 심고
얼갈이배추 모종도 옮겨 심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부엌일을 거들었지요.
밥알 김애자님은
첫돌잔치 음식을 위해 준비를 해두고 나가셨네요.
젊은 할아버지랑 아이들 몰골정비 하느라
물꼬미용실도 차려졌구요.

설거지를 돌리는 구조가 뭔가 이해 안된 정근이와 예린이는
특강을 받았더랍니다.
대단한 수학문제를 풀 듯 심각들 합니다.
"위로가 아니야,
넘들 다 이해하는 문제가 어떤 사람에겐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어.
나 역시 어떤 문제가 그러기도 해."
설명이 필요하면 백 번 천 번도 다시 잘 말해줄 수 있지만,
또 어떤 문제는 지금 이해가 안돼도 시간이 흐른 뒤 그만 알게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또 어떤 문제는, 내가 설득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내 손해를 감수하기도 하는 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법이지요.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도
원고 하나를 처리해야하는 바쁜 저를 위해 보내줍디다.
대충 넘기지 않고
이해가 될 때까지 기를 쓰는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잠자리 들기 전 지용이랑 채규의 큰 싸움이 있었다지요.
채규요, 분명 늦은 잠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랬을 겝니다,
싸워 마땅했을 겝니다.
게다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었더라지요.
한 순간 뭐가 퍽, 하더래요.
얼른 붙잡았겠지요.
"말리지마요.
형이 먼저 그랬단 말예요.
두 대밖에 못때렸어요.
한 대만 더 때리면 상황 끝이란 말예요."
그런데 이미 어른이 봤는데 때리는 걸 어이 보나요.
은주샘이 붙들고 있는데
화난 채규 분을 못풀어 지용에게 침을 뱉었답니다.
지용이도 가만 안있지요.
"퍽!"
"지용아!"
"얘가 침 뱉었어요."
맞기는 지용이가 더 많이 맞았는데
피는 채규가 흘렸다지요.
결정타를 날린 겁니다, 지용이가.
"형 나가라 그래요."
눈가 끝이 조금 찢어졌나 봅디다.
채규가 더 흥분할까봐 아무도 피 얘기는 못하고,
저(자기)는 눈물쯤인 줄로 알고...
"아직 안나갔어요.
천년만년 나가라 그래요."
씩씩거리며 벽장을 뒤적이고 두리번거리더랍니다.
"뭐 찾아?"
"쇠꼬챙이요."
일났다 일났어, 어른들이 그리 생각했대지요.
"형 못 들어오게..."
문고리에 건다고 찾았다나요, 숟가락을.
지용이는 지용이대로 제 억울함을 내내 궁시렁거리고 섰고,
전해 들은 저는 한참을 배를 움켜잡고 웃고...

한 어른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있는 걸 보고
교무실 문 밖에다 쫓아내버렸는데,
어찌나 혼잣말을 해대며 제 분을 풀던지,
아이고, 두 시간마다 전화 오는 원고 독촉으로 정신이 없는 저를
기어이 웃음 터지게 만들었지요, 우리 혜연이.
"불 땠네!"
실컷 울고 들어온 혜연이를 안아주고 곶감집에 올려 보냈는데
느지막히 가서도 능청스레 불부터 챙기더라데요.
저가 나눈 공동체 일이 불때기라고.

첫돌잔치 일 나누기 반짝 모임이 있었고,
한밤 밥알 식구 김준호님 논두렁 박주훈님이 들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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