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7일)가 지나면 당장 밤공기로 계절을 읽는 산마을입니다.

그런데 입추를 지나고도 예년같지가 않네요,

도시처럼 열대야까지는 아닙니다만.

저녁밥상을 물리고 인영샘과 태희 형님 평상에 누웠는데,

먹구름이 개고 있는 하늘이 너무 예뻐서 그간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지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서 넋 놓고 누워있었다.’(태희 형님)

여기 산다는 건 그런 것.

그 한 풍경에 산골살이의 고단이 다 날아가는.

아이 하나의 웃음처럼 말입니다.

자연 안에 있다는 것이 계자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겠다 새삼스러운, 뜨거운 날입니다.

 

어른 ‘해건지기’.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 앞에 서는 교사로서, 새로 사는(죽었다 다시 산) 삶을 위해.

팔단금으로 몸을 풀고, 티벳 대배로 백배, 이어 명상으로 가다듬는.

‘지혜 형님과 해미의 약을 챙기기로 했다. 아침 옴아훔을 하며 해미생각만 했다. 내가 이 아이를 한 존재로, 진심으로 느끼고 다가갈 수 있도록, 내가 쉽게 지치지 않도록, 쉽게 판단하지 않도록 기도했다.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지만 내가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미의 약 먹기는 어렵지 않았다.(아직!)’(주인샘)

곧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여름에는 남방 요가로 몸을 열고, 앉아 명상하고, 셋째마당은 밖으로 나가 걷지요.

 

‘시와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이 끝나고

‘손풀기’를 시작할 무렵 ‘반짝 한데모임’이 있었습니다.

6남매가 저들끼리 너무 싸우니까.

왜 그런지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면 다른 이들이 도울 길도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함께 이 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해.

‘항상 6남매 아이들이 싸울 때 보면 ‘엄마’랑 관련해서 싸우는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짠하고 그래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펐다. 그 아이들이 원래라면 그런 가슴 아픈 말들을 내뱉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경민샘)

자신도 싸움을 거는 게 마음이 안 좋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

그 어쩔 수 없음을 호소하고 아이들은 안타까워하고.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때려요!”

당사자인 민이의 대답은 우리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민이는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 그리 되지요.

반짝모임은 그들의 사정을 살피는 자리 되었고,

좀 더 나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보자는 자리 되었습니다.

 

건호가 교무실에 왔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하며 말을 시작합니다.

뚜렛장애를 가진 이안이의 틱 하나는 자꾸 침을 뱉는 것.

배식대 앞에서 맨 먼저 밥을 받는 이안이가 침을 튀겨 싫은데,

혹시 방법이 없겠냐는 겁니다.

작년만 해도 그런 상황이라면 싫어요, 대놓고 말했을 그 아이,

그런데 이제 아주 조심조심 살피며 말하고 있습니다.

이해하지요. 저라도 싫었을 겁니다.

일곱 살에 처음 물꼬에 왔던 그 아이가 이렇게 커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화만 냈다면, 이제 방법을 찾아보자 하는 거지요.

이안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샘들이 밥을 대신 받아주면 어떨까 궁리해봅니다.

 

‘손풀기’.

아이들은 누구나 그림을 잘 그리지요.

그런데 어느 나이쯤에서부터 그림 잘 못 그려요, 그리 말하게 되는 걸까요.

마치 수학 잘 못합니다, 만큼이나 그림 잘 못 그린다는 이들이 많은.

우린 그저

일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을 누구든 종이 위에 그려낼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즐기는 예술 말이지요.

거기 더해 명상을, 또 더해 아이들의 말하기를 듣는 거지요.

자유롭게 그림도 대하고자 하는.

어떤 아이는 아주 자그만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고,

또 어떤 아이는 천하태평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지요.

‘병준이 건호 채성이 옆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명암 넣기도 하며 꽤 잘 그리는 모습에 놀랐다.’(예지샘)

동양화를 전공하는 수현샘은 이 시간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합니다,

그저 보기에는 서양 데생 정도일 시간이니,

이 시간의 방향성을 읽고 더 좋은 방식을 제안할 수 있기를 또한 바랍니다.

 

‘보글보글 1’

아이들은 아침부터 이 시간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습니다.

 

감자화채: 민수 원우 진선 송인 채성

수박부터 열심히 파냈지요.

복숭아는 서로 자르고 싶다 다투다 돌아가며 칼질을 해봤습니다.

제일 먼저 완성하여 다른 방에 배달을 가고 있었네요.

 

감자수제비: 결 재현 건호 규민 병준

호박과 당근을 쓰는 결이를 자신보다 잘 썬다 예지샘이 감탄이었습니다.

수제비를 끓이느라 더웠지만 맛있다는 말에 모든 더위가 날아갔다고들.

 

감자맛탕: 하은 서연 해미

하은이는 감자껍집을 벗기고 서연이는 썰고 샘들은 튀기고 물엿을 볶고,

역할 분담이 좋았습니다.

전학 온 해미를 하은이와 서연이가 잘 받아들이고,

해미가 그만큼 또 요리에 기여했다 했지요.

 

감자핏자: 무량 병준 인영 우준 이안 우석

도우 없는 핏자를 만든다 하니 걱정들이 태산이었다가

너무 맛있어요. 또 먹고 싶어요, 다음에도 핏자 할 거예요,로 끝난 방.

병준이와 우석이가 양파를, 우준이가 햄을, 무량이가 파프리카를 썰고,

인영이는 계란을 풀어주었고 이안이는 치즈를 올렸습니다.

이안이가 침이 자꾸 나오니 아이들이 입을 가려 달라 부탁하고

이안이는 그걸 또 잘 받아들여 그리하고.

처음 왔던 지난 계자의 보글보글에서는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던 우석이더니

시간이란, 젖어드는 것이란 참 무서운 일.

 

감자볶음:정은 여원 현

현이는 이동수업을 이 방으로 왔네요.

입맛 까다롭다던 정은이와 여원이가 저들 입맛에도 맛나게 볶았답니다.

정말 맛있었지요.

(그런데 저들이 하면 안 익은 것도 맛만 좋다 합니다, 우리 아이들)

 

감자전: 민 서윤 하준 유지 희정

민이는 시작하며 배고프다 생감자를 주워 먹고

서윤이와 하준이도 재촉인데,

희정이와 유지가 의젓하게 큰 형님으로 동생들을 다독이며 요리를 했습니다.

유지는 2년만 있으면 자기도 새끼일꾼을 할 수 있다며

벌써 그 몫을 해내고 있지요.

아이들이란 상황 속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오던 날, 날이 많이 서 있었던 그 아이

연규샘 수현샘 도영 형님의 따뜻함 속에

이제 민이는 한 번의 다툼도 없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서윤이에게 양보도 하는 오빠 노릇해가며 말이지요.

 

용욱이는 화채를, 이안이는 피자를 만들고 싶었으나 병실에 있었습니다.

옷방에 말이지요.

옷방은 아주 이안이의 거주지가 되었습니다.

자는 동안에도 소리를 지르고 몸이 떨리는 이안이는

자신으로 다른 아이들이 불편할까 걱정이,

그래서 해결해주기로 했던 것.

옷방에서 화목샘과 자기로 한 거지요..

그런데 처음엔 옷가방만 들이더니

종이가 들어가고 크레파스가 들어가고 아주 거주민이 된.

그 방이 오늘은 병실이 되어 열이 난 이안이와 욱이가 누워 뒹굴었지요.

힘드니까, 더우니까, 계곡에서 하루 두 차례나 다녀온 이안이가 곤했을 법,

욱이도 너무 신명나게 좇아다녀 고단이.

그럴 땐 쉬어주기.

유지와 병준이가 여러 곳에서 큰 형님 노릇을 하는 계자인데,

병실에선 또 용욱이를 돌봐준 병준이었답니다.

 

‘구들더께’.

늙고 병들어 방 안에만 붙어 있는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말.

게으른 사람을 일컫기도 하고 그렇게 누운 사람을 말하기도 하는.

여기서는 뒹굴거린다는 뜻, 쉬어가자는 시간, 그리고 뭐든 하고픈 대로 보내자는 시간.

“다들 뭐하니?”

샘들도 아이들 곁에서 쉬거나 눈을 좀 붙이거나.

모둠방문에다 함정을 만들고 있던 한결이며 규민이랑 건호랑 무량이랑 보이기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아이들 근황이 어찌 되나 알려 달라 하였습니다.

모두 정말 같이 살아가는, 한 마을을 이루고 오래 살아온 사람들 같은.

민이는 예지샘을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다투는 모습만 보다가 새로운 모습에 놀랐다고.

사람이 얼마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들이 가진 여러 모습 가운데 긍정이 더 발현되도록 하고 싶은 이곳.

역사지식 과학지식이 많은 이안,

속틀을 짜던 날 퀴즈대회를 제안했던 그는 마침 몇과 그리 놀고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 해먹에선 또 문제가 불거졌군요.

우준이는 싸움이 일어났을 때 논리적으로 잘 말하지만 욱하면 아주 거칠고,

찬우 역시 입이 여간 사납지 않은데,.

해미는 싸움을 중재하려고 나섰다가 싸움에 휘말려 찬우와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시간을 정하지 않고 노는 것이 화근.

병준이가 상황을 정리해주었습니다. 5분씩 타기로.

민이랑 우준이가 사이가 좋아졌고,

사람 많으니 찬우랑 하준이가 양보도 하고.

해먹 타던 민이 신발이 날아가자 찬우가 주워주기도 하고.

틈이 생기니 서윤이는 엄마를 보고 싶어 했습니다.

샘들이 고단을 잠시 푸는 시간었으니 선생님들이 놀아주지 않는다 심심했던 거지요.

예쁘고 야문 일곱 살, 그 빛나는 나이를 들여다보며

보낼만 했겠다 싶었습니다.

하은이는 모기 물린 서윤이와 인영이에게 모기약을 내미네요.

사흘쯤 되니 다들 날섬들이 그리고 낯섬들이 좀 누그러지고 순순해져들 가고 있습니다.

 

책방.

계자 때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그곳 아닐지.

놀이터고 도서관이고 침실이고 교류와 환담의 장.

‘애들이 제 발에 바둑돌을 올리면서 놀았는데 맨발로 돌아다니다보니 더러울텐데 정말 즐겁게 놀길래 감동받았다.’(현지 형님)

그런데 책방 정리는 요원한 문제,

이번에도 밥 종이 치면 그대로 달려 나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헌데 같이 있던 현지 형님이 정리하고 가자 했더니

가던 길을 돌아와 정리했지요.

 

계자 중앙위원들의 반짝모임이 있었습니다; 연규샘, 인영샘, 화목샘, 태희샘.

이 낡고 불편한 공간을 메워내는 건 샘들의 움직임.

그게 조금 원활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에 교무 일을 맡은 연규샘을 비롯 전체를 점검하는 시간이었지요.

낡은 살림이 아무리 해도 윤은 안 나지만 안 하면 표 나기 마련.

아이들에게 더한 공간의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도

(정리해두면 아이들도 그 정리를 유지하고자 하지요)

일정과 일정 사이 샘들은 늘 비를 들고 있는데,

새끼일꾼한테는 그저 몸으로 그 모든 청소를 다 하려말고,

설명하느니 내가 하고 말지 하는 마음이 들기 쉽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샘들한테 가르치며 같이 하기.

그 전체를 관장하는 건 학년부장 역할인 인영샘이 맡기로.

이곳은 단순히 캠프장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터, 일상이 함께하는.

샘들이 아이들 가르치고 돌보는 일 말고도 마당 풀도 뽑는.

아이들은 동물이다, 이곳이 허용되는 곳인 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아는,

그렇게 흔들리며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샘들이라고 다를까,

낯선 이들도 익어가고, 있던 이들은 또 처음처럼

그렇게 자리를 또 잡아갈 것입니다.

 

‘대동놀이’.

고래방에서 여름밤이 떠나가라 노래와 함께한 뜀박질.

어제는 화목샘 주인샘 민혜샘 태희샘이 준비한 놀이이더니(기표샘이 돕기도)

오늘은 현택샘 예지샘이 진행을 맡았댔지요.

왕과 신하 놀이에서 와, 지난겨울의 진선이의 공받기 실력은 여전했더랍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 노는지.

놀아야 합니다, 놀아야 건강합니다, 건강해야 공부도 잘합니다.

 

‘한데모임’.

노래집 ‘메아리’를 가져와 노래부터 불렀습니다, 불러댔습니다.

물꼬하면 또 풍성한 노래들이지요.

저들끼리 너무 거칠게 다투는 6남매들도

다 같이 부르는 노래에 신나게 참여합니다.

‘신나게 부르는 노래가 모두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물꼬의 매력을 또 한 번 느꼈다.’(태희 형님)

“오늘 하루는 또 어떠셨습니까?”

희정이며 재현이며 민수며 채성이며 우준이처럼 손을 들고 말하지 않아도

송인이도 정은이도 하루 무난했던가 봅니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이나 다른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없나요?”

혹여 거친 아이들 때문에 자칫 우리가 놓치는 아이는 없을까 잘 살피려지요.

 

“배 고파요.”

밥 때면 다섯 번의 종소리가 울립니다.

그런데, 민이가 해먹에서 혼자 놀다 저녁밥을 못 먹었던 거지요.

자기는 뭔가에 열중하면 잘 모르니까 터치를 해달라던 민입니다.

“그럼, 먹어야지.”

가마솥방에 들어 밥을 챙겨주는데, 덩달아 몇 아이들 들어서며 배고프다지요.

“이 못 먹고 산 놈들아!”

여기 오면 배가 자주 고픕니다. 해우소도 멀고 부엌도 멀고 마당도 넓고...

어찌나들 먹는지 자주 못 먹고 산 놈들이라고,

좀 멕이라고 집에 전화넣어주마고는 한다니까요.

양푼이에 밥을 비벼 내놨더니 규민 우준 용욱 건호 무량 아주 뎀벼들었더랍니다.

좀 멕이십시오, 하하.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이 모둠 하루재기를 끝내고 씻고,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자리로 간 뒤.

‘이전에는 해미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는 걸 알았다. 싸웠을 때도 해미의 이야기는 항상 들어보지 못했고, 물론 왜 싸웠는지까지도 잘 알지 못했고 그래서 해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해미와 다른 친구의 싸움이 ‘일어나는’ 시기에 함께했고 그래서 왜 화를 내게 되는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항상 육남매 아이들이 아픈 손가락처럼 계속 신경쓰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이런 환경의 아이들과 함께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많이 낯설게 느껴졌고 어떻게 대해야할이지 몰라서 조금 당황했던 것도 같다.’(경민샘)

‘오늘은 6남매들이 컨트롤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조금씩 발전해가는 것 같아서 좋다.’(윤호 형님)

‘새로 온 6남매들이 적응이 되었는지 어제보다는 덜 다투는 것 같다. 다행이다.’(효기 형님)

현지샘은 채성이와 이안이랑 같이 그림을 그렸는데,

‘오랫동안 그렸는데 거의 한번도 증상을 안 보여서 그때처럼 말도 잘 걸고 받아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샘들 하루재기 때 옥쌤께서 해주신 말씀을 지금까지 말을 들었던 것 중에서 최고로 귀담아듣고 새겨서 나름 실천에까지 이르렀는데 정말 애들이 평소보다 더 편안해보여서 지금까지 대했던 게 미안했다.’ 했습니다.

‘가장 먼저 6남매의 행동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이들도 우리한테 마음을 열고 우리도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이들 서로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서 그런지 크게 다투는 일은 조금 줄어든 거 같다. 그래도 계속 다툼이 끊이질 않지만 전보다 잘 해결되는 듯하다.’(예경샘)

‘화가 났을 때와 안 났을 때의 모습, 표정, 말투의 차이가 너무 극명했고, 그것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그런 언어를 듣게 되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그러한 환경을 서로 싸우면서 밖으로 꺼내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화목샘)

샘들이 상황상황마다 미숙했음을 고백했습니다.

“아니야, 샘, 애썼어, 충분했어.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돌아보면 부끄러울 일,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더 잘했을,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일어나지 않았으며 좋았을 일들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서 없었다면 더 좋았을 일들도

그때 그게 최선이었고, 그게 내 한계였던 것.

그런데, 그래서 더 나아졌냐 하면 또 같은 상황을 만나고 또 넘어지고,

그게 사람의 일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가는 우리 생 아니겠는지.

어찌 했어도 과거는 지났고, 우리는 또 새로움 앞에 선. 나아갈.

그래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지금, 이게 최선이듯.

 

윽, 다리가 수난.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다 피워놓은 모기향을 맨발로 밟아버렸네요. 꼬마 화상.

계자 시작할 땐 벌레에 물려 다리가 땡땡 부었더니.

가마솥방에선 밥바라지 말고도 상담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번 계자입니다.

해서 어느 때보다 바쁜.

두 배는 돼버린 종아리를 던져둔 가방처럼 거들떠 볼 사이 없이 잰걸음으로 다니다,

그제는 부엌에서 상담하며 사혈을 했더랬는데,

이제야 좀 가라앉았네요.

학교 병원 약국 동사무소 소방서 경찰서 지역아동센터 건강증진센터...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답니다.

하나의 공동체인 거지요.

계자를 하는 동안 우리가 살던 이 자본의 시대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보려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연습해보는 거지요.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생이 충분하다는,

그 속에 우리 충만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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