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아침처럼 샘들이 먼저 고래방에서 하루를 여는 해건지기,

여전히 대배 백배를 포함.

곧 이어진 아이들 해건지기는 달골 가는 날.

물꼬의 부속건물이 있고, 명상정원 ‘아침뜨樂’을 만들어가는 곳.

대해리, 큰 바다마을에 물꼬기 형상의 아침뜨락이 있고

거기 ‘아고라’에서 아이들과 아침을 열고 싶었습니다.

지난겨울 한 아침 같이들 올라 그 꿈을 나누기도 했던 곳.

용욱이, “그땐 이거 없었지요?”

용욱이와 희정이가 부모님과 이곳을 방문했던 몇 해 전엔 없던 곳이지요.

“맞아요, 그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있지요.

 우리 꿈도 그 모습이 지금 앞에 없으나 언젠가 그렇게 눈앞에 있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진 소망도 그리 이루게 되는 날 오리라 같이 마음 모았더랍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시인 진선이가 끄적인 것을 밥상머리무대에서 낭송하였습니다.

누구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대단한 무엇이 아니어도 나눌 수 있는 곳.

생을 채우는 것이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임을

생은 그런 소소한 기쁨들이 밀고 간다는 물꼬의 생각을

그렇게 확인하는 자리이지요.

저녁에는 그 무대에서 무량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 무릎에 상처가 난 태희 형님을 보고 하은이,

빨리 약 발라야 한다면 옷방까지 데려다주는군요.

 

‘손풀기’.

사흘째입니다.

누구든 아름다움을 알며 그래서 누구나 화가일 수 있는,

그림이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치고,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인 도화지랍니다.

희정이가 그림을 곧잘 그리고

여원이는 자신의 잘 그리지 못한다 생각하고 그리 즐기지 않는 듯하지만 그 역시 잘 그려내며

하준이는 아이다운 선을 그려내고 있더라는

수현샘의 관찰이 있었네요.

대해리는 도로 공사 중,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콘크리트 깨는 소리 넘어오는데

날도 더운데 날선 소리까지 건너와 아이들도 날이 설 법도 하건만

조금 어수선할 뿐 아이들이 명상에 든 그리기였습니다.

샘들 일부는 밖에서 풀을 뽑고 있었지요.

공간 넓으니 일 많고 여기 가면 여기, 저기 가면 저기 일들을 손에 잡다 오는,

그래서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곳인데

이번 계자에 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샘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준 덕,

살림을 같이 살아준 덕.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을 거들고 아이들 돌보고 수업하고

전인적 교사들이다마다요.

‘해건지기에는 부엌일을 돕고, 보글보글2에서는 설거지를 하고...’(새끼일꾼 태희 형님의 하루재기 가운데서)

 

보글보글 2.

어제는 감자가 주제, 오늘은 김치가 주제랍니다.

 

김치볶음밥: 재현 해미 유지 희정 인영

유지는 동생들을 일일이 건사해주고

이렇게 야채는 써는 거라며 써는 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샘들도 잊지 않고 챙겨주고.

그렇게 커가는 아이들입니다.

샘들을 보며 새끼일꾼들이 자라고

그들을 보며 아이들이 그리 해야지, 배워갑니다.

보고 배우는 거지요.

 

두부김치: 채성 정은

불을 많이 쓰는 다른 방들과 달리 수월하게 했던 요리.

뚝딱 해내 다른 방들에 일찌감치 맛을 뵈주고 있었지요.

정은이랑 여원이 같이 온 친구들인데도 제 취향대로 자기 좋은 방으로 가서 움직이데요.

왔던 채성이야 올 때마다 새로운 방으로 가서 움직이며 즐기고,

오늘쯤 되니 정은이도 왔던 아이마냥 편안해보입니다.

 

김치떡볶이: 서윤 서연 송인 여원 이안 우준

화목샘이 지금까지 해왔던 계자 보글보글 가운데

과정으로나 결과로나 가장 성공적인 시간이었다지요.

재료를 썰고 넣고 섞는 과정에

아이들은 아주 집중했고, 서로 양보했고, 사이좋게 나눠먹었답니다.

모두 한 그릇에 담아 먹는데,

침이 자꾸 나오는 이안이는 다른 그릇에 달라 부탁했습니다.

‘안쓰럽기도 하면서 다른 아이를 생각하는 이안이의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화목샘)

그런데, 우준이가 울었습니다. 우석이랑 자주 부딪혀왔지요.

‘우준이 말로는 우석이가 자꾸 시비를 건다고 했다. 그래서 우준이에게 우석이 형이 때렸을 때 우준이가 우석이형을 다시 때리지 않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주었다.’(민혜샘)

(우준이는 이안이를 정말 ‘형’으로 잘 챙겨줍니다.

이안이도 이곳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 우준이라 했지요.)

 

김치만두: 민 현 원우 하준

요리가 어렵기도 했지만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아이들이라 힘 좀 들었을.

만두 속을 만들 땐 재료 손질이며 잘 배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니

길어지는 작업에 조금씩 지루해하였는데,

원우가 끝까지 옆에서 만두를 빚더라 합니다.

모양이 좋은 것들은 가마솥방에 보내져 쪘는데,

오며가며 사람들이 감탄연발하며 먹었지요.

흠난 건 내가 먹고 잘 난 걸 이웃에 보내는

우리들의 어미 맘을 배웠던 시간.

 

김치전: 건호 무량 찬우 병준 규민

정신없고 시끄러웠으리라 짐작되는.

아니나 다를까 그랬다는.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고 함께 나눠먹는 시간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아이들이 모였다.’(수현샘)

하지만 수현샘이 자분자분 일러주니

음식이 오면 기다려주고, 저들 먼저 먹으라고 했을 때 샘들 것 따로 남겨주고,

심지어 그 양이 많아서 샘들이 놀라워했다지요.

재료를 마구 집어먹고 자꾸 다른 방 음식을 기웃거리던 찬우,

다른 방의 민이가 와서 저처럼 기웃거리자

그건 또 못마땅하여 다투기도 했더랍니다.

건호 무량 시끄럽게 하지만 도와달라고 하면 또 잘 움직이고,

규민이도 부탁을 하면 얼마나 잘 들어주던지요.

병준이가 특히 큰 형님답게 샘들을 많이 도왔다는 후문입니다.

 

김치국수: 하준 하은 우석 민수 용욱

국수를 삶고 오이랑 김치를 써는데,

다섯이 돌아가면서 모다 칼질을 해보았다지요.

하은이가 서툴면서도 여러 가지 다른 친구들을 도왔습니다.

다른 방에서 맛없다고 평가가 돌아왔어도

그래도 만든 이들은 맛있다고 그릇을 싹싹 비웠네요.

음식은 하는 이의 정성과 실력도 있겠지만 먹는 자의 자세와 태도이려니.

그리고 저가 만들면 죽도 만찬이라.

 

김치주먹밥: 찬우

열린교실처럼 여기도 '다좋다'가 있음 어떨까요.

찬우는 여린 방들 말고 주먹밥이 간절히 하고 싶었습니다.

홀로 방을 열고 주인샘이 도왔지요.

 

아이들이 애썼다고 설거지는 샘들이 하는 보글보글.

새끼일꾼 효기 지혜 태희 형님들이 도맡아

시작을 하면 바꿔주기도 하는데 끝까지 손을 안 놓습디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쩌구 하는데,

여기 와서 보면 입이 딱 벌어지지요.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들을 발현하도록 하는 그 자발성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생각해보게 됩디다.

해찬이며 현지며 도영이며,

이 여름도 빛나는 물꼬 영광의 이름 ‘새끼일꾼’들!

 

‘도깨비몰이’.

'포켓몬 고'의 열풍으로 들어오던 날 아이들도 그거 물꼬에서도 하고 싶다고.

“하지 뭐. 그거 보물찾기잖아.”

그렇게 마련된 시간.

연규샘이 주도하여 샘들이 밤마다 머리를 맞댔고,

모둠마다 낱말 하나를 연상해낼 쪽지를 여덟 장 씩 만들었네요.

네 모둠이 그걸 다 모으면 하나의 노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부르면 되는.

학교 땅그림에 모둠마다 보물을 찾을 구역이 그려져 있었지요.

높이 있는 것은 원망도 받고.

“너무 높이 있어서...”

하지만 그러니 보물이지요, 보물이 어디 쉬 얻는 것인가요.

풀밭을 돌아다니고 나무를 오르고 돌을 들추고...

하준 병준 재현 채성이가 찾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여러 장을 찾은 민이는 민이대로 더 찾지 못해 또한 아쉬움.

그렇지만 더운 날씨로 조금 지쳐가기도.

‘다들 의욕이 없었지만 쌤이 손을 잡고 같이 하자고 하면 다시 흥미를 보인다. 옆에서 북돋아주는 힘의 중요성을 느꼈다.’(수현샘)

부엌에선 상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박바구니에 화채가 담기고 리본이 달리고,

노래를 찾은 아이들이 가마솥방으로 와 인영샘을 중심으로 손말로 노래를 부르자

밥바라지 엄마들이 상품 수여!

 

오늘도 계곡을 아니 갈 수 없는.

정은 이안 현 하은 병준 민수는 학교에 남았습니다.

돌아온 아이들은 빨래를 내놨고,

숨 돌리는 아이들 사이사이에서 샘들은 손톱을 깎아주었습니다.

같이 ‘사는’ 풍경입니다..

걱정은 늘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지요.

“제 깊은 걱정이 뭐라구요?”

“샘들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을 입에 달고 사는 물꼬,

정작 샘들이 교무실 곳간 상자들에 붙여준 이름표가 보이도록 바로 놓지 않아 한소리를 듣기도 했더랍니다.

건호와 무량이가 찬우랑 싸우는 민이를 놀리는 광경을

새끼일꾼 윤호가 봐버렸네요.

건호를 때릴 뻔했다고, 친동생이어 더했겠지요.

혼내긴 했지만 민이한테 사과를 못 시킨 것이 아쉬웠다 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친해져 같이 놀고 있더라나요.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우리가 일일이 나서지 않아도 저들끼리 싸우고 화해하고.

우리 너무 급하지 않기로!

 

저녁 밥상.

우석이의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여냈습니다.

사탕과 복숭아가 장식된 접시 가에 촛불들도 켜졌지요.

모두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를 불러주었답니다.

“나는 예쁘다/ 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우석이는 그 사탕으로 갖은 권력을 다 행사했지요.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는 하던 우석이가

아이들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한.

사탕을 쥔 우석이는 아직 풀 생각이 없는데

아이들은 벌써 한 줄 줄을 서 있었습니다.

현이는 빨랑 주지 않는 사탕 때문에 짜증을 냈는데,

우준이와 해미가 타이르고 있었지요.

‘정현이가 사탕 때문에 짜증을 냈는데 우준이랑 해미가 말로 타일러주는 것을 보고 물꼬의 영향 때문인지 아이들 서로 긍정적 행동 지원 같은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예경샘)

그 줄을 섰던 이안이 침을 튀기고 있자 건호와 결이가 눈살을 찌푸리는데,

우준이가 이안이에게 휴지를 쥐어주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웠고 대견했습니다.’(소연샘)

 

“나도 생일이었는데...”

현입니다.

찬우도 손을 번쩍.

교무실로 살짝 둘을 불렀습니다.

“왜요, 무슨 짓 안했는데...”

현입니다. 마음이 짠했던.혼날 때만 어른들이 불렀던 걸까요?

작은 과자 하나를 리본으로 묶어 주었지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그 작은 물건이 무엇이었겠냐만

그저 네 생일을 누군가 축하해주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6남매 가운데 둘이었네요.

 

‘대동놀이’.

내일 산도 타야 하니 가볍게 ‘밤마실’.

산마을의 두멧길을 한밤에 걷는.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이 세계를 채운 존재들이 있지요.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는 밤.

찌는 더위가 밤이면 얼마나 서늘한 산마을인지.

열대야, 그게 무어랍니까. 도시로 체험갈 판이라니까요.

밤길에서 지혜 형님이 무섭다고 하자 현이,

걱정마요, 제가 지켜드릴게요, 했답니다.

아, 반딧불이! 예 봤습니다.

애고 어른이고 처음 봤다는 이들이 허다했습니다.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밤이었네요.

 

‘한데모임’.

“이번에는 노래를 많이 안 불러요?”

유지가 그랬습니다.

“그리 되었네. 하지, 뭐,”

오늘은 그간 못다 부른 것까지 엄청 부르기로.

넘치는 노래가 우리를 치유하고 있었지요.

민이도 얼마나 열심히 따라 부르던지.

내일 있을 산오름 안내도 합니다.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민주지산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벅찹니다.

미리 어떤 옷을 입을지 챙겨두라 하고 다른 안내는 산 앞에서 하기로 했지요.

일단 푹, 잘 자기로.

“팍 하고 자고, 깨울 때 싹 하고 일어나기!”

 

아이들 잠자리를 준비해줍니다.

이불을 깔기 위해 옷방으로 가는 태희 형님을 따라 여원이가 가네요.

“쌤, 너무 힘드신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왔어요.”

원우, 사택에 가서 자겠다고 떼를 씁니다. 밥바라지 1호기가 그의 엄마이지요.

친한 현지 형님이 교무실로 와서 달랩니다.

‘솔직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원우 나이 때 그저 물꼬가 좋고 편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인식을 받고 쭉 오고 있는데 원우에게 그렇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옛날 잘 보살펴주신 선생님들께 고마웠고,...’(현지 형님)

그때의 선생님들이 조금 그리워졌다고.

우리에게 그때의 사람들이 그리 남았듯이

아이들에게 지금의 우리도 그리 남을 것.

훗날 이 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할 게다 싶을 때마다

허리 곧추세우고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지요!

 

“(사택에)일찍 올라갈게요.”

발바닥이 아프다, 이렇게들 힘이 들었겠다,

그간의 밥바라지들, 그리고 먼저 오신 1호기 엄마 퍽 애쓰셨겠다,

밥바라지 2호기 엄마 김수현샘이 그러셨습니다.

오늘은 종일 밥바라지 1,2호기가 같이 밥을 냈지요.

2호기 엄마는 엊저녁 들어오셨습니다.

보육원에서 국장일을 보는, 그리고 제 벗이고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당신입니다.

지난해 여름 청계에서도 손을 보탰던 그니.

정말 일 많은 곳이라고, 정말 애쓰신다고, 정말 훌륭한 공간이라고

꼭 손발 보태는 시간을 마련하겠다셨고, 그리 오신. 휴가도 없이.

계신 곳에서도 얼마나 늘 일이 많으실 터인데.

정서행동장애아들이 대부분인 보육원에서

가장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들의 아이들에게 이곳이 잘 쓰이고도 있으니

그리 손발 내주신다던 걸음이라지요.

 

샘들 ‘하루재기’.

‘오늘이 가장 피곤했던 날이었지만 아이들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올 때마다 힘이 났다. 하은이는 편지를 써주고, 하준이 태성이가 내 그림을 그려주어서 그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 오늘은 서윤 인영 채성 여원 정은 등 여러 아이들이 해주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힘을 내게 해주었다.’(예지샘)

나흘쯤 되자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모두 자연스레 한 식구가 되어 하루가 흐릅니다.

 

오늘 자고 낼 산 다녀오면 끝나는 계자이군요.

아...

여기저기 망가진 물건도 많은 계자입니다.

결이가 평상 곁 커다란 솔라등을 부러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민이가 소도의 솟대를 부시고,

자가 망가지고 화분이 산산조각 나고 유리다기가 깨지고...

"민아, 너는 괜찮아? 말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네가 깨지는 것보다 그게 깨지는 게 나아."

그럼요, 아이가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물건이야 쓰다 보면 그리 되지요. 거기까지가 그 물건의 쓰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민이에게 우리집보다 니네가 더 부자라 하니,

나중에 더 좋은 것 갖다 드릴게요 했습니다.

하하, 고맙군요.

 

일상과 계자가 같이 가는 곳.

이번 일정에는 부엌에서 상담 하나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특수학급에 입급을 시키느냐,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 지역아동센터는 어떻게 할까,

그렇게 아이 배치 문제도 하나 진행되고 있었지요.

오늘 밤 그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김수경:

시원한 숲속에서 온갖 풀벌레와 매미소리를 들으며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깥은 매일 기록적인 더위라는데 그런 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옥샘이 하시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리게 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사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선생님의 좋은 기운을 나눠 받았으니 저도 힘차게 열심히 살아볼께요.

여기서 생활한 며칠은 그저 좋았다 라고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무언가가 있었어요.

저 자신을 뿌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장 선생님이신 옥샘, 그리고 여러 곳에서 오신 선생님들, 품앗이일꾼, 새끼일꾼으로 오신 선생님들, 역시 다양한 지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좋았습니다.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 걸어들어 온 듯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숲속의 동화같은 멋진 학교에 와서 멋진 경험을 하고 이제 돌아가기 전날 밤입니다.’

 

우스갯소리 하나.

처음 온 병준과 오랜 물꼬 친구 무량의 대화,

“어, 옥샘이셨네!”

“몰랐어? 저런 옷을 누가 입겠어?”

5년 건호가 3년 때 영동역에서 저를 보며 아래위를 훑어보며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옥샘은 옷이 왜 그래요?”

“왜?”

“왜 그렇게 입었어요? 남들하고 좀 다르잖아요.”

“하이고, 이제 이것들이 할머니 옷 입는 거까지 간섭일세.

맨날 어데서 온, 굴러다니는 옷을 이어붙이거나 늘이거나 줄이거나 뭐 그런 얄궂은 옷들이 저들 눈에도 좀 그랬나 봅니다요, 하하.


산오름으로 넘어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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