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나무날 오달지게도 부네요, 바람

조회 수 1409 추천 수 0 2005.04.24 13:21:00

4월 21일 나무날 오달지게도 부네요, 바람

< 복사꽃같이 아이들이 피었습니다! >
- 자유학교 물꼬 첫돌잔치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고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 모자 씌워주고파..."
가마솥방에서 노래 한자락 부르고
여느 나무날처럼 물이랑 노느라 자연물로 배를 엮어 도랑물에 찰방거리고
물의 표정을 살펴보는 실험도 확인하였지요,
반짝 대동놀이도 하고.

첫돌잔치 준비로 어른들이 바쁘게 오가고
하던 대로 하자해놓고도 사람들 불렀는데 공연연습은 해야자며
아이들도 고래방(강당)에 둘러앉아 연습 좀 하고 있는데
의정부의 놀이패 '살판'식구들이 들어왔습니다.
여섯 해는 됐지 싶어요, 얼굴 본 지.
하도사님 현경님 동일님 학수님.
온 걸음이라고 아이들 풍물 특강도 한 시간 해주셨지요.
곁에선 밥알 김영규님이 빔 프로젝트를 쥐고 한참을 씨름하는데
학수님이 손을 보태 무사히 공연준비가 되어가나 봅디다.
살판 식구들이 잔치 축하한다고 징도 하나 매달아오셨고,
괭과리로 시계도 만들어주셨네요.

여섯시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들어서셨습니다.
물꼬 식구들도 오늘 고기맛보네요,
닭계장이 맛나게 밥상에 올랐습니다.
낮에 벌써 상촌 농협 조합장님이 음료수상자들을 내려놓고 가셨고
서울에서 한 가정이 다녀갔지요.
밥알식구들이 들어오고
대구의 큰 논두렁 김숙희님이 친구분이랑도 오시고
수원에서 논두렁 유영숙님도 내려오시고
서울에서도 몇 논두렁님들이 아이들 달고 오시고
무주에서 넘어오신 분도 계시고...
헌데 물꼬에서 하는 마을잔치 가운데 가장 적은 마을 어르신들이었네요.
낮에 오달지게도 부는 바람 속,
어르신들 들에서 돌아오셔서 곤한 몸을 움직이기 힘드셨겠다 짐작합니다.

일곱 시 반, 펼쳐보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었던 빛그림(멀티미디어 동화) 두 편이 올랐고
그 작업을 할 때 찍어두었던 아이들 얼굴들이 스크린에 떴습니다.
가슴이 울컥 했댔지요.
령이와 류옥하다가 무대로 올라 진행을 해나갔습니다.
둘이 공연 전 잠시 진행에 대한 얘기 나누고 나갈 때
교무실에서 우리들을 들여다보던 mbc 피디님이 놀래셨더라지요,
어떤 말들을 하나 저들 입에서 정리가 되는 걸 보고.
그런데 기억을 도울 수 있도록 짧게 한마디씩 써준 날린 제 글이
아이들의 진행을 되려 방해했지 싶어요.
무슨 글인가 들여다보느라 더 헤맸네요.

"축하해주실 분 안계셔요?"
멋쟁이 우리 면장님이 손 번쩍 들고 한 말씀 해주신 다음
물꼬 상설학교 아이들이 첫 무대를 맡았습니다.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 한 대목을 하고
강은주샘이 가르쳐준 손말로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했지요,
혜연이가 피아노를 치고.
참하게들 하고 내려오데요.

둘째마당은 대전의 국악동호회 '청률'이 맡았습니다.
일곱이 내려오셨지요.
밥알 아버님들이 달아놓은 조명이 어찌나 적절하던지
무대가 아주 빛났더랍니다.
가야금 산조를 먼저 들려주고
'그 저녁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와
중광지곡 가운데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을 들려주셨더이다.
'강마을'도 준비하였으나 청중의 앉음새들이 불편하여 접으셨더라지요.
대금 이용무님, 소금 조용연님, 해금 이영미님, 가야금 이자연님, 장고 송정섭님,
그리고 단소와 기타를 이상원님이 다루셨습니다.

다음은 '살판'이 나섰네요.
"야, 같이 '구궁'하고 그랬는데, 많이 늘었네..."
현경님한테 농담도 보냅니다.
밥 먹고 하는 짓이 두들겨대는 거니
기량이 어찌나 출중하던지
지난 여섯 해 그들이 보낸 노력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지요.
잘 노십디다.
모두 모두 나와서 기차놀이도 하며 춤들을 춰대는데,
물론 시작은 대해리의 분위기잡이 조중조할아버지가 해주셨지요,
햐아, 신명 납디다.
저도 좇아가 장구를 매고 두들겨댔지요.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아이들도 잠자리에 들고
남은 어른들이 가마솥방에서 가벼이 곡주를 들이킵니다.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 후기들이 나오고
부엌에서 손발 척척 잘도 맞던 밥알식구들의 흥겨움도 전하고...

유쾌한 대해리의 밤이었네요.
멀리서 축하해주신 여러분들,
어려운 걸음 하셔서 자리 함께 하신 모든 분들,
그리고 잘 자라 가는 우리 아이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혹 못챙긴 인사가 있거들랑
야무치지 못한 이여서 그러려니 너그로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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