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16.불날. 맑음, 말복

조회 수 716 추천 수 0 2016.09.08 01:40:59


말복.

그 다웠다. 더웠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 더위가 될 수는 있는 걸까...


어제 여름 일정을 끝냈고, 서서히 후속작업이다.

옷방으로 걷어온 옷들을 보내고, 남은 빨래를 돌리고 그 빨래를 널었다.

정점을 찍었네, 162 계자를 그리 말하고 있다.

2017학년도의 안식년을 앞두고 지난 수년 계자 가운데 최상이었다고 말할 정도.

최고 기온이었단 날씨보다 더 뜨겁게 보냈다.

계자 준비위가 구성(사실 딱히 그리 이름 붙인 건 아니었지만)되어 계자 전 한 주를 샘들이,

그리고 계자를 끝내고 다시 한 주를 이리 보내게 되었다.

금룡샘도 휴가 한 주를 이곳으로 들어와 뒤를 돕다.

함께한 모두에게 찬사와 감사와 다음 걸음에 기쁨을!


점심 밥상을 물릴 즈음 이른 아침 고추밭에 나간 장순샘과 학교아저씨가 돌아왔다.

이제 고추를 거두는 시절이라.

물꼬 안의 농사야 손바닥이지만

거드는 농사가 두어 마을은 될세.

산마을의 가을은 그리 시작되고 있는.

아이들이 남긴 재료로 이 여름의 마지막 팥빙수를 먹었다.


연규샘이 하루를 쉬는 중.

이번 계자에서 전체 축을 맡아 무려 삼 주째의 물꼬살이다.

든든했고, 잘 했다.

밤에는 교무담당으로 맡았던 재정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야물게 잘 못하는 부분을 그가 잘 채워주었다.

계자에 자원봉사를 하는 품앗이샘들도 1만원씩 참가비를 낸다.

1만원! 찻값이고 밥값일 돈.

그러나 그것이 갖는 의미가 적잖다.

참가하겠다는 의지이고, 하나의 절차 이행이고, 물꼬에 대한 성의와 예의이고,

작으나마 재정에 도움이다.

하지만 늘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싸 짊어지고 오는 샘들이다.

그런데, 한 샘한테, 물꼬를 오래 드나든, 1만원이 입금되지 않았음을 냉정히 전했던가 보다.

“내가 5배는 (뭘) 사갈게.”

“아니, 4배만 사오고 1만원은 입금시켜주세요.”

와, 그래, 주는 건 주는 거고 받는 건 받는, 훌륭한 계산법이라.

기특하고, 고마웠다.

이번 계자는 일종의 질서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기꺼이 혹은 마음껏 형편껏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뭉그러지는 일도 많았던 물꼬 일들이라.

초등 2년에 계자에서 만나 중고생 새끼일꾼을 거치고 품앗이 이르러

이제 대표교사 노릇을 하는,

오래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는 그 느꺼움의 복됨 앞에

이 산마을의 고단함을 어찌 무어라 입에 올릴 수 있겠는지.

아, 삶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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