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19.쇠날. 맑음, 달 좀 봐!

조회 수 658 추천 수 0 2016.09.08 02:35:02


서울의 한 빌딩에서 시들어가던 벤자민이 몸통만 남아 실려 왔더랬다.

달골 마당에 낑낑대며 화분을 부려놓은 지 한 달여,

아, 싹이 움튼다.

이곳의 볕이 바람이 그리 살려냈을 것이다.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신기한 일, 그것을 기적(奇蹟)이라 하더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이런 게 기적 아니겠는지.

기적!

물꼬에서는 날마다 기적을 체험하며 산다.


다시 민주지산 은주암골에 들었다.

이번 여름에만 네 번째.

선배들과 비박을 했고, 아이들 계자에서 갔고, 어른들 계자에서도 올랐던 길.

느지막한 시간, 현지인만이 산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벗과 사뿐사뿐 올랐다.

아이들이 ‘은주암골 은주암굴’ 전설을 따라 치맛자락 리본을 매며 올랐던 흔적,

더러 리본이 풀리려 하거나 풀려 땅에 떨어져있기도 했다.

아하, 그거 다시 매주러 갔던가 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곳에 있는 시간만큼 우리 생의 큰 기쁨이 또 있을까.


드디어 162 계자 후속작업도 막바지다.

162 계자 기록글이 다 올라갔고,

비로소 교무실 잠자리를 걷었다.

계자를 마친 샘들의 평가글도 하나씩 들어오고.


‘...

마지막 선생님들 갈무리를 하고 기차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집까지 계속 울면서 갔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요... 부끄러웠습니다.

...

처음 계자,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물꼬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한 낯설음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왜 이런 불편한 곳을 다시 올까?’

‘이 곳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도 다시 올 생각을 할까?’

이러한 부정적인 초반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게 되었어요.

...

아이, 어른 모두 같이 성장했던 일주일이었어요.

사실 저는 남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할 정도로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남들이 저를 쳐다보고, 저의 말을 다 같이 듣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제가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그래서 처음 하루재기 시간에는 짧게 말하고 빨리 지나가자 라는 생각으로 항상 짧게 말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말하는 것이 처음보다는 두렵지 않고,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진심을 다해 말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꼬를 통해 저도 성장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생각해봤던 계자였습니다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물꼬라는 장을 통해 사촌동생을 이해했다는 고백을 들으며 같이 울었고,

그런 얘기들을 꺼내주고 나눠주어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계자는 끝나도 계자는 그렇게 또 우리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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