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20.흙날. 맑음

조회 수 793 추천 수 0 2016.09.08 02:36:38


여름은 길었고, 말랐다.

그래도 풀은 사람 키를 넘길 기세로 오르고,

그래도 열매들은 익었다.

학교 마당 가장자리, 본관 교무실 앞의 포도나무도 포도가 실하게 영글었다. 고맙다.

오늘 수확.

와, 달디 달더라.


한동안 비웠던 달골도 버석거리는 바닥을 치워내고,

마당에 물을 주고 풀을 뽑았다.

고맙다, 생명들이여, 표독스런 날씨에도 꽃들은 질기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물면 송충이가 번성하는가,

심지어 잎을 싸그리 여읜 찔레나무는 참담도 하였으나 뿌리 아직 살았고,

지난 십여 년 번번이 말라버리던 척박한 벽 아래선

담쟁이덩굴 비로소 벽을 타고 기어 기어 기어 기어 오르고 있었다.


긴 여름날을 보내고 소사아저씨도 읍내 나들이 가셨네,

씨앗도 산다고.

일손을 보태며 휴가를 보낸 금룡샘도 나가고

다시 그 자리로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범샘.

물꼬의 학부모이고, 벗이고,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을 설계한 상현샘의 후배이기도 한.

한옥목수 일을 시작하며 현장이 가까운 곳에.

태국으로 다시 들어가 4년 여를 보내고 다시 들어온.

가족이 태국에 있으니 왔다갔다 하고 있는.

차를 마시고, 처음처럼 물꼬 투어 ‘물꼬 한바퀴’가 있었네.

그리고 밤이 내린 현관 앞 자갈밭에 퍼질고 앉아 곡주를 마셨다.

아직 하고 계실까, 했다던가. 하하.

그러게. 아직은.


162 계자 샘들의 평가글들이 계속 닿고.


‘...

(어릴 때는 샘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뒷바라지해주고 우리가 자는 시간 동안에 갈무리를 한다는 것도 아예 몰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올 때마다 새롭고 샘들의 손길을 받던 내가 아이들을 보듬는 것 자체가 늘 신기하다.)

물꼬가 내 삶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원동력, 그리고 힘이 되고 있다. ...’

‘... 제가 여러 번의 새끼일꾼 경험과 이번 계자를 통해 또 한 번 '내가 물꼬에 대해 많이 알았고 성장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계속 일을 찾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가마솥방에 몇몇 샘들이 샘들 하루재기를 하기위해 책상을 만들고 있다면 그 일을 도울 수도 있지만 나는 샘들이 쓸 종이와 연필을 가져오는..이렇게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생각이 넓고 깊어진 것 같습니다. ...’


내 훌륭한 벗들이여, 동지여, 도반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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