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21.해날. 맑음

조회 수 734 추천 수 0 2016.09.08 03:07:27


아버지는 오늘도

하늘 가까운 들로

땅을 꿰매러 간다,

그렇게 시작하는 시가 있었더랬다.

가뭄!

물을 받아둔다, 새로.

낼부터 제한급수, 아침저녁 두어 시간씩만 물을 내보내겠단다.

물이 퍽 풍부한 골짝인데, 이 여름 한계치에 이른 더위와 가뭄이다.


지난봄도 그런 때 있었다.

하지만 제한을 결정한 다음 날 낮

울다 울다 지친 아이가 비로소 잠에 들어 바삐 탄 젖병이 그만 무색해지듯

비 내렸다, 참다 참다 쏟은 그 무엇처럼.

반가운데, 단단한 준비가 그만 허탈해지는 것도 같았던 각오였더랬다.

이 여름, 다시 결정된 제한급수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엌에는 늘 물통 하나 있다.

아이들 드나드는 곳에서 혹여나 물 뚝 멈추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냐,

어느 해 다녀가신 울 어머니의 간곡함으로 들여놓은 물통이었다.

일 년 내내 거의 쓰일 일 없는 물통이어도

단 한 순간을 위해 채우고 비우고 씻고 다시 채웠던 물.

이 여름 마른 날은 또 얼마를 더 갈 것인가.


멀지 않은 한 절집에 다녀왔다.

새로 건물 하나 들이고 있었다.

거기 물꼬의 인연 하나 목수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하필 이 가까운 데가 현장이래?”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가까이 사는 벗도 있는데

참 한 번을 아니 낼까.

마침 이곳도 한갓진 하루이니, 그런 날 참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또 복이리.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감자전과 수박화채,

별 대단할 것 없는 들밥을 고마워해서 더 고마웠던.

오늘 서울 최고기온 36.6도는 20년 만에 최고였다지,

올 들어 가장 높았던 11일, 우리 아이들과 산에 들어가 있던, 36.4도를 뛰어넘은.

같은 선물도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배가 되기도 하잖던가.

마침 얼음 띄운 수박화채가 반갑기 더했다는.

“힘이 많이 됐어요!”

일이 끝나 일단락 현장을 접으며 대장 목수님의 인사가 거듭 들어왔다.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봐주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대입 수시모집 기간 앞이라.

교무실에서는 주말이라고 기숙사에서 돌아온 류옥하다가

고 3인데도 짬을 내 162 계자 사진을 챙겨 누리집에 올려주었다.

계자 기록 마지막 글도 올라갔고,

162 계자 후속작업 끝!


그리고 영화 한 편; <In the Heart of the Sea>

94일간 7,200km를 표류했던 포경선 에식스호,

80톤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았던, <모비딕>을 낳은 실화.

살기 위해 인간으로서 가장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조난당한 21명 가운데 그렇게 8명이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주주들은 포경 산업의 쇠퇴를 막으려 침몰 사유를 조작하고 성공했다 전하려

1등 항해사에게 선장 자리를 걸고 거짓 증언을 해달라 회유하는데,

그는 거절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 말은 나에 대한 실망이라거나 좌절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그럴 것이라거나 아니라거나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꽃이 피고 지고 저기 바위가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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