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27~28.흙~해날. 비

조회 수 696 추천 수 0 2016.09.18 14:54:58


비도 멎고 동도 트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 잠이 사라진.

아침절에야 눈을 좀 붙인.

가을 오는가. 가을바람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생각했다.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김현 선생은 그리 번역했더라.

비 한 방울씩. 그러다 가랑비로 좀.

모자란 대로 가을비라 할만하다.

그 아래서 무씨를 뿌렸네.


가물어서 색이 바래고 통 자라는 기미가 없더니 어제부터 꽃이 폈어요,

달골에 물을 주었던 손들을 생각했다.

햇발동 마당 너른 물 항아리 뚜껑에는 여름 수초가 두어 가지.

부레옥잠이 보라색 꽃을 피웠다.

뜨겁고 가물었던 여름이었다.

학교의 중앙현관 앞 해가 내리꽂히는 처마 끝 아래

국화 일부는 뿌리째 말라버려 얼마 전 패냈다.

가마솥방 안 다육들은 튼실한 것들조차 머리 위로 갈수록 아주 가녀려졌다.

살자고 그리했을 것이다. 견뎌야했을 것이다. 체구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달골 마당의 꽃들도 꽃들이 자글자글했다. 그 역시 마른 땅에서 살고자 한 흔적.

마당 귀퉁이 넓적한 꽃을 피워내고도 남았을 맨드라미는 손가락만큼만 겨우 자랐다,

제비꽃 종류인가 다시 들여다봐야할 만큼.

그도 살아야 했으리.

채송화는 겨우 잎만 알맹이처럼 내밀었다.

봉선화 역시 오르지 못하고 낮은 키의 풀 마냥 존재만 드러내다 말았다.

더웠던, 아니 지독했다고 말할 여름이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민주주의의 이상을 향해 나아갔던

최초의 민주주의인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묻는 책 하나를 뒤적이다;

<최초의 민주주의-오래된 이상과 도전>(폴 우드러프/돌베개, 2012).

소크라테스부터 투키디데스, 이솝에 이르기까지

아테네 민주주의 시기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민주주의 이념을 살폈다.

그들은 무엇을 지향했던가?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 조화, 법에 따른 통치, 본성에 따른 자연적 평등, 시민 지혜,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 일반교육이 민주주의를 이루는 이념들.

참주정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법 밖에서 통치하는 군주, 집단일 수도.

아테네에서 귀족과 평민의 대립을 이용, 독재권을 행사한 자들을 참주라고.

참주정은 민회에서 발언할 권리를 제한하고 억압한다.

민주주의가 성숙기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아테네인들은

참주정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 것으로,

자유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됐다지.

이렇듯 그들은 부의 지배를 막고,

모든 시민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꿈꿨다.


개별 참주들을 옹호하는 것은 마치 날씨를 변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며칠 사이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해서 매일같이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 하지만 날씨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아테네인들은 그들을 통제할 어떠한 수단도 갖지 못했다. 참주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도 있으나, 차차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결국 무엇으로도 그들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아테네인들이 참주정에 대해 가졌던 판단을 믿어야 한다. 그들은 두 세대에 걸친 참주 통치 이후 참주정에 대해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p.131~132)


저자는 민주주의가 다중에 의한 참주적 정치체계에 불과하다 통렬하게 비판한다.

예컨대 다수결.

소수를 위협하고 배제하며 다수에 의한 독재에 종속되니까.

그렇다면 이런 참주정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시민 교양교육(파이데이아)!"

전문적인 지식훈련만이 아니라 전문가의 주장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하는 것.


거짓말은 논쟁의 결과가 아니다. 거짓말을 하는 자들은 보통 논쟁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논쟁을 두려워한다. 전문적 지식의 권위를 등에 업은 자들은 논쟁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자신들에게 첩자나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거짓말을 하곤 한다. 그들은 열린 논의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려는 것이다. 권위는 확실성을 확보된 경우 획득되며, 권위에 호소하기 위해 우리는 전문가들을 믿어야 한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사람들로부터 진실을 감추며 논쟁을 원천 봉쇄하려는 경우, 우리는 그들이 진정으로 전문가인지 혹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정치에서 거짓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짓말은 수사술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고지식함이나 권위를 쉽사리 믿어버리는 대중의 경향으로 인해 비난받아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거짓말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논의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여 거짓말에 맞서야 한다. 정부의 보조 지원금이 주로 생필품 시장에서 쓰여지듯, 거짓말은 주로 이념의 시장에서 작동한다. 이 같은 거짓말이 합리적 토대 위에서 선택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붕괴시키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p.312)


우리들의 ‘섬모임’을 생각하다. 최근 또 주춤하던 챍읽기였다.

자, 다시 모여서 책을 펴기로. 파이데이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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