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29.달날. 맑음

조회 수 839 추천 수 0 2016.09.18 15:00:02


"버섯 따러 갑시다!"

두 번은 못가도 그래 산살림 풍부한 이 골짝 살면서 산에 한번을 못갈까.

버섯나라를 들다. 낮 4시 30분에야 학교를 나서 달골에 오르다.

산딸나무 열매들이 지천이었다!

십자의 하얗고 커다란 꽃 때문에 정작 열매는 잊히기 쉬운.

이름에서 이미 짐작하겠지만 산의 딸기 아닌가. 달고 향긋했다.

그들의 나라도 가뭄에 황량했다.

대개는 여름 끝물 비 다녀가고 산에 들면 버섯은 환영인사가 바빴네.

지난해만 해도 능이도 따고 싸리도 따고 잡버섯도 꽤. 더덕이야 물론.

오늘은 통 만날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하얀 꽃 피운 삽주가 위로였네, 위에 좋다는.

정말 그것들만 보이데.

"위 안 좋은 사람이 있나 보네."

산은 늘 그렇게 필요한 걸 보이더라.

지난해 능이를 딴 곳, 그곳까지 기웃거렸으나 독버섯조차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우산나물이며 창고동 앞 응달진 곳 심으리 하고 그늘진 곳에서 자란 두어 가지 식물을 캤고,

또 큰 나무 그늘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는 단풍나무 어린 그루도 파왔다.

날 이미 어둑해서 달골 뒤란 언덕빼기에 이르렀네.

거기 온통 더덕밭이지. 어두워도 향으로 가늠할 수 있으련만 어렵더라.

달겨드는 모기들을 휘저으며 겨우 몇 뿌리 캤는데, 작기가 참...

그래도 이런 거 좋아하는 벗이 오면 주리 하고 흔쾌한 작업이었다.


점심께 준태샘이 왔더랬고,

여러 가지를 부려주었다.

따뜻한 찐빵과 도넛도 왔고, 그것을 다식으로 놓고 차도 달였다.

보이차 황인을 마셨네.

보이차 중에서 칠자병차의 경우 녹인(綠印), 홍인(紅印), 황인(黃印) 들로 표시하더라.

찻잎산지 또는 차창에 대한 표시라지.

녹인과 홍인은 주로 청병 방식으로 만들고, 황인은 숙병으로.

칠자병차는 대익(大益), 비봉(碑鳳) 같은 표시들도 있다.

잘 만들어진 찻잔과 말차를 마실 다완도 셋,

저마다 어찌나 재미나게 만들어졌는지 보는 것으로도 좋았다.

지난 번 방문에 입안이 자주 헐어 고생을 한다는 말을 듣고

지인이 클로렐라를 배양한다며도 가져왔다.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사이 구름다리에 매달린 대나무풍경이 떨어져 손을 본 뒤

밀가루칠 때 쓰는 쇠거름망 망가진 손잡이 만들고 있었는데, 거들어주었다.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일전에 파라솔 구멍을 뚫는 걸 돕고는 마침 댁에 노는 파라솔 있다더니 실어왔다.

달골 데크 야외용 테이블에 세웠네.

창고동에 찻잔을 얹을 나무 선반도 지난번에 이어 하나 더 걸고,

오늘내일 미루던 수도 호스 새는 것도 고쳐주었다.

대나무풍경 다시 매다는 일도 도와주고.

낮밥이 늦어졌다.

밀가루 반죽해두었던 것을 꺼내 칼제비를 만들어먹고

학교아저씨랑 셋이 그렇게 산에 들었던 거다.


정수기 큰 거 들어내고

그 자리에 온도조절기가 있는 스테인리스 물통을 두다.

맥반석을 깔고 물 순환기를 꽂았다.

그런데 정수기로 들어오는 물 호스 연결장치를 빼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

아주 한참만에야 구조를 이해했네.

아무렴 그리 어렵게 만들었을라구.

그런데 번번이 물을 채우지 않고 자동으로 물을 급수하는 장치는 어째야 하는 걸까...

찾아보기로.


내일은 새벽부터 고추밭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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