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해날 부옇게 맑은

조회 수 1363 추천 수 0 2005.04.29 13:34:00

< 4월 24일 해날 부옇게 맑은 >

들놀이 갔습니다, 동물농장으로.
언제 '물이랑'시간 지리산 자락 같던 풍경 속
소풍 가기 딱 좋은 소나무 숲을 발견해두었더라지요.
그런데 놀러 한 번 오라는 농장지기 아저씨의 간곡한 부탁이 생각나
발길을 돌렸더랍니다.
어찌나 반기시던지요.
그네에 걸터앉아 도랑물에 발도 담구었지요.
다른 그네에선 줄서서 서로를 밀어주다가
추천가 한자락도 부릅디다.
꽃그늘 아래도 거닐고 다슬기도 줍다가
토끼랑도 놀고 강아지랑도 놀고 오리도 따라다니고 고양이도 좇고...

너럭바위에 누워서 아이들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 눈여겨본 영화는 아니나 일본의 <간장선생>이 떠오르데요.
2차 세계대전 가운데 일본의 한 섬을 배경으로
날마다 뛰어다니며 온 마을 사람들을 살피는,
개업의는 발이 생명이라고 믿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간염을 연구해 나가는 그가
학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작업에 더욱 고무되는데,
한 날은 마을 한 어른의 위독함을 전해 듣고도
내일 가마 하지요, 간염 바이러스를 들여다보느라.
얘기가 될려고 그 어른은 그만 세상을 떠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현미경을 내던져버리지요, 물론 산산조각이 났구요.
다시 뛰는 그입니다.
'아이들에게 귀 기울이게 하소서.
진실로 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걱정만 않고 힘이 되게 하소서.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게 하소서.
아이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도, 사랑하는 것도
기꺼이 놓을 수 있게 하소서...'
조각난 현미경 위로 뛰고 또 뛰는 그를 생각했습니다.

울 학교에 개가 일곱 있지요,
장순이 떡볶이 쫄라이 오뎅 흰빛 번개 까미가 그들입니다.
"오뎅 주자."
"안돼. 왜냐하면..."
우리는 떡볶이 까미 쫄랑이를 동물농장에 나눠주기로 결정하였답니다.
어른들이 멕여줄 땐 많은 게 그저 좋았으나
저들이 짐승 멕이는 일을 맡고 보니
욕심껏 다 키운다 내뱉을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길을 걷고 있는 허가영님이 나흘을 머문다고 들어오셨습니다.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가신다나요.
아이들은 또 좋은 친구 하나를 만났답니다.

채은이가 많이 아팠지요.
다음주가 어차피 집에 가는 주말인데
부모님들 가시는 편에 한 주 일찍 가 몸을 추스르면 어떠냐들 해서,
다녀 오기로 하였습니다.
어, 그런데 채규는 그냥 있는 겁니다.
"채규야, (누나 따라)같이 간다고 떼 안썼어?"
"아니요."
뭐 그런 뜬금없는 소리냐는 표정입니다.
그렇게 아이가 훌쩍 자라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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