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나무날. 맑음

조회 수 817 추천 수 0 2016.09.18 15:15:20


23:59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 온다하고 맑은 하루였더니, 자정을 넘기지 않고 예보를 증명할세.


오늘도 긴 하루였다. 여전히 더웠다, 30도.

그래도 바람은 가을내가 난다.

학기 시작이 그리 큰 의미도 없는 이곳 삶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9월을 여는 날이라 하나 가을학기를 시작한 건 아니다.

아마도 이번 학기는 한가위를 보낸 19일에 열지 싶다.

절집에서 목수 일을 하는 물꼬 인연 하나,


참을 냈다. 두 번째다.

“오지랖도 넓다.”

참을 내러 짐을 챙기며 받은 전화에 선배가 그랬다. 아님!

새참을 한번 더 준비한다는 문자에 목수가 답했다,

비싼 발걸음 너무 자주 하면 희소가치가 떨어진다고.

물꼬는 가치 체계가 다른께. 우리는 할 수 있을 때 한다.

겨울 그 추위에 밥바라지 한 거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님, 그랬더니

낼 참 가져오는 걸로 채무관계 없던 걸로 하자던 어제였다.

물꼬의 계산법 역시 세상과 다르지,

한 번 은인은 영원한 은인이라, 평생 갚는.

그렇게 내간 참이었다.

멀다면 모를까, 할 수 없다면 모를까,

다행히 가까웠고, 다행히 나갈 수 있는 날이었다.


한 절집에 들린 차에 그곳 뒤란 마루를 봐버렸네.

강을 보는 풍광 좋은 그곳이 손이 가지 않아 창고이고 있었다.

비질을 했다.

너른 우리 집도 손 못 가는 곳 투성인 걸,

하지만 뉘 집 부엌인들, 뉘집 방인들 어떠랴, 누구든 잘 쓸 부엌이고 방이지.


밤에는 사람들이 다녀간다. 한옥 목수들이다; 김목수 노목수 강목수

17,8년 같이 일한 사람들이다.

오랜 인연이 보기에도 고맙다.

보이차 황인이며 홍차 다즐링이며 네팔 백차며를 냈다.

무범샘으로 넓혀진 인연들이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 ,고맙다.


보일러실 전기온수기의 히터봉을직접 바꾸기 위해 재료상과 통화.

사진을 보낸 뒤 짬 봐서 전화하마 했고, 오늘 했다.

“이렇게 했다면 잘못한 건데요...”

에그머니나, 2010년 전문가가 바꾼 거다.

3상인데 단상으로 연결했는데...

3상은 뭐고 단상은 또 뭔가.

다시 필요한 곳들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 했다.

이러면 또 일은 다음 주로 넘어가네.


한 청소년센터에서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 한가위 이후로 잡자 했다.

저녁답에 관내 한 초등학교의 체험학습 건으로 협의.

전교생이 다 온다면, 그래봐야 50명도 아닌, 아무래도 품앗이 샘들을 불러야 한다.

그런데 한 학년씩 온다면 굳이 샘들 부를 일 없이 혼자 할.

담당교사도 있고 담임교사도 있으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10월 두 차례에 걸쳐 5, 6학년 대상.

점심도 물꼬에서 먹이기로.

09:30 시작해서 14:00 끝내는 일정으로.

뭘 할지는 차차 논의키로.


밤, 한 학부모와 통화.

가족의 갈등이 아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얘기 나누다.

우리 어른들이 잘 살아야, 사이좋게 지내야, 좋은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까닭도 그런 것.

그들은 동물적인 직감으로 아니까, 우리 어른들이 편치 않으면 공기로 다 아니까.

물꼬가 아이들의 학교보다 어른의 학교로서의 기능에 더한 비중이 가게 된 배경도 그런 것.

아이들은 그들의 생명력으로 잘 살아내니까, 힘이 있으니까.

우리 어른들이 행복하게 지내야 아이들도 내일을 꿈꾸게 될 것.

나를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우리 어른들이 잘 살아야 함, 행복하게, 마음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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