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쇠날. 비

조회 수 690 추천 수 0 2016.09.18 15:22:08


알타리도 무도 싹이 올라온다.

두더쥐도 계속 땅을 파고 있다.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차츰 굵었다.

방문객들이 있었다.

어제 인근 마을로 이사를 들어온 부부.

짐을 부리고 면소재지에서 밥을 먹을 만한 곳을 찾았지만

담배연기와 수선스러움과 먹을 만한 것이 없어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엊그제 물꼬에 책을 기증했던 이들이다.

나중 나중에야 차를 한 잔 하자 했는데,

산마을에 비도 오고, 모여 밀가루 음식을 만들어먹어도 좋으리.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얼굴에다 익은 이름이다 싶더니

세상에, 아주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벌써 족히 30년은 됐을 시기에 스쳤던 인연이다.

이렇게 또 산마을에서 마주하게 되다니, 그것도 이웃으로 살게 되다니.

그는 몰라도 나는 그를 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세상이 어수선하기도 했던 시절이라 서로 더는 말을 못 이었지만

안에서들 살아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찌 되었든 그 과거가 지금 내게, 지금 그에게 남아 이곳에서 그곳에서 살고 있을 것.

뜨거웠던 젊은 날이었다.

높은 꿈이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답일 테지.


포도를 냈더랬다.

"저는 포도를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먹을 수가 없어..."

남편 분은 지병이 있는데 포도를 먹으면 안 된단다.

"저도 너무 좋아하는데..."

드십사 했다.

기분 좋게 먹으면 그게 약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절제와 금욕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의 간도 영원히 버틸 수 없다,

그런 문장을 생각했네.

밥상을 물리고 학교도 한 바퀴 돌고,

가는 걸음이 바빠 차를 내지는 못했다.

보이차를 가져왔는데, 가고서야 열어보니 여간 좋은 차가 아니다.

'너무 좋은 차네요. 반절은 다시 나눠드려야겠어요.'

인사 넣었다.

칼제비 감사히 먹고 물꼬 여행도 즐거웠다는 긴 문자가 닿았다.

'(...) '뜻'을 펴기 위해 살아오신 시간이 물꼬라는 공간에 배어있네요!.'

그랬던 걸까...

'좋은 뜻 성한 몸 실한 밥 기다림 지구력..들이 어우러져 차고 넘치는 물꼬가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졌다.

'지금까지 '정숙'할 틈이 없었던 생활을 돌아보면서 다시금 힘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오늘 옥쌤 물꼬에서 느낌으로 배우고 싶은 덕목입니다. 정숙 기다림 지구력...'

고요함, 기다림, 끈질김... 정말 지니고 싶은 덕목들일세...

좋은 곳에서 아무쪼록 빛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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