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육지도 예비교사연수 여는 날.

교육봉사이고 연수이다.

비 온다는, 그것도 80%가 넘는다는, 소식에

읽던 책을 들고 오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말짱해진 하늘,

우리들이 절묘한 물꼬 날씨라 부르는. 고마울.

하기야 비 오면 오는 대로 고마울 것이고,

비 내리면 내리는 대로 적확한 뭔가를 할 것이다,

물꼬의 많은 움직임이 그러하듯.

뭐든 할 일이 있고, 뭐든 또 적절한 걸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곳이니.


아침 수행을 하고,

달골 욕실을 서둘러 청소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자기로 했지만 날이 쌀쌀하니 달골에서 묵어야겠다 하고.

황간에서 들어오기 전 뭘 좀 사가냐 물어왔다.

먼저 다녀간 이들에서 다음 걸음 사람으로 이어지는

마치 전통처럼 그리 이어가는 이들의 자원봉사이자 연수이다.

지내는 동안 먹을 것들을 사오고, 여기 필요한 것들까지 챙겨준다.

해서 지난봄처럼 이 연수에도 굳이 밥상을 위해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맞이.

반갑기 더한. 상훈샘 영지샘 그리고 종완샘.

다시 온다 했고, 정말 다시들 왔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들 경주샘 나정샘 태현샘 영식샘.

한자리에 앉아 떼오오랑쥬로 시간을 열었다.

각자 조재키로.

시럽을 넣고 오렌지쥬스를 부었다. 그만 많이 부었네.

"너무 많아요. 자, 두 모금씩 마시기로."

거기 홍차 다즐링을 얹었다.

마침 달골 앞마당에서 따온 민트 잎도 띄웠네.


처음처럼 또 '물꼬 한 바퀴'.

그건 이 공간을 익히는 시간이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리는.

밥을 준비하는 동안 몇 곳 청소를 당부한다.

자전거집 풀을 뽑았고, 고래방을 청소했고, 옛 목공실인 창고(비닐하우스)를 치웠다,

언제나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

모든 물건에 이면이 있듯 공간도 그렇지요. 구석을 잘 치워내기."

하지만, 일은, 이 나이의 젊은이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치워낸 곳에 거미줄이 그대로 있거나,

구석에 먼지가 고스란히, 혹은 청소도구가 제 자리에 가지 않기도.

언젠가 이 시대 젊은 친구들이 손끝이 맵지 못하더라 하니

기락샘이 그랬었다.

문서나 이런 것에 깔끔할지라도 일은 익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겠다고.

그렇겠다.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니.

이곳에서 일을 통해 배움을 엮는 한 까닭이기도 한.

하여 교사연수에서도 일을 또 중요한 한 과정에 놓기도 하는.

"일은 일이 되게!"

일이 되었더라.


밥을 먹고 충분히 쉬다.

새벽부터 길을 나섰으리라.

햇발도 세니.

날이 더운 동안 이곳에서의 점심시간은 그랬듯 긴 쉼 뒤 달골 올랐다.

일부는 창고동 소파 뒤와 가장자리 걸레질.

6월 시 잔치 전 품앗이샘들이 구석 청소를 하기도 했으나

소파의 파리똥들이며 뒤쪽이며 아래쪽은 본래 그 모습인 양 손이 못 갔다.

서둘러했던 일이기도 했고.

그런데, 나정샘 영지샘 경은샘 소파를 뒤집어도 닦고 있더라.

남자샘들은 달골 뒤란 경사지 수로를 쳤다. 지난 4월에도 그들이 했던 삽질이다.

그리고 모두 모여 '아침뜨樂' 오르는 계단 풀을 뽑았다.

뜨락은 온통 풀밭, 그것도 허리까지 오는.

그나마 아고라 쪽은 청계에서도 새끼일꾼들이 한 번 손을 봤고,

계자에서 아이들이 아침에도 올라 그토록 무성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계단은 거기 계단이 있던가 싶게 흔적이 다 묻혀있었다.

계단 지나 '온 우주(옴)' 일부에 심어둔 잔디를 살리기 위해

회양목 둘러친 안쪽과 바깥 가장자리 풀도 뽑아냈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 정말 이런 일은 같이 해야 한다.

어둑해지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일찌감치 내려와 밥상을 준비하련,

하나라도 손을 더 보태고자 하여 같이 끝내니 밥이 늦어질 밖에.


그런데, 상훈샘이 벌에 쏘였다.

감기로 고생이더니 이런 일까지.

태어나 처음이란다.

"이렇게 바깥에서라면 제 오줌이 제일입니다."

그리 한다고 화장실을 다녀오데.

나중에 보니 금세 가라앉았더라.

"나 때문에 야외학습 시 좋은 공부 하나 했네."

그렇다고 모두 주억거린 고개.


저녁에는 고기를 구웠다.

들어오기 전의 연락에서 고기를 사가도 되겠느냐 조심스레 물었던 그니들이다.

채식이 중심인 밥상이지만 굳이 못 먹을 것까지야.

그러고 보니 외려 이래저래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들여온 여름이었다.

뭐, 퍽도 더웠으니까.

"판소리 들려주세요."

"그때 CD 틀어놓은 줄 알았어요."

지난봄 연수에서 사람들이 모이길 기다리며 소리 연습을 잠시 했던 적 있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夜단법석에 들기 전 소리 한 대목 하다.

그리고 물꼬 노래집 '메아리'를 잡고들 앉았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듣고 싶은 노래를 들려도 주고,

모르는 노래를 가르쳐도 주었다.

"야, 노래 불러본 게 언젠지..."

아이들마냥 목청껏 불렀다, 모두.

잠시 교육이란 무엇인가 묻기도 하고, 교사로 서기 위한 준비의 시간도 있었네.

"누가 이렇게 예쁘게 끝까지 정리를 했대?"

경주샘이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을 보여주고 있었던.

경주샘의 피아노 연주도 있었네.


비도 내리고, 야삼경 지나니 움직이기가 귀찮아들졌다.

"학교에서 자면 안돼요?"

그러지 뭐.

잠시 달골 가서 상황을 수습해놓고 내려오다.

갈무리 하고 모다 잠자리로 간 뒤 교무실에 들었네.

모다 애썼네, 얼마나들 고단할까. 요새 어디 이리 일을 하는 기회가 흔하던가.

그런 줄 알고들 와서 또 이리 움직인 훌륭한 젊은이들이라...


밤, 비 다녀간다.

고마운 하늘이지, 자주도 하는 말이지만.

내일은 갤까? 개면 좋은데, 개겠지, 갤 테다(아니면 또 그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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