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5.달날. 무지개

조회 수 738 추천 수 0 2016.09.24 17:00:44


날은 꼬물딱거렸고,

가끔 구름 사이에서 해가 존재를 보여주기도.

인근 도시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 무지개가 반겼다.

주로 꼬랑지를 멀리 내빼는 모양새이기 흔한 다른 때와 달리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원을 온전하게 보여주다.

이런 것도 기쁨이라.


9월이 되었으나 이곳은 아직 가을학기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가위를 지나 9월 19일로 여는 날이 될 수 있지 싶은.

아무래도 이번 학기 고3 학부모(그게 참... 딱히 하는 일 없이 이름만 그렇다지만)에

도교육청과 협의 건이 둘, 교육지원청과도 하나, 책도 하나 엮을 일이 생겼다.

안식년을 위해 준비할 일들도.

무엇보다 다시 겨울이 오고 있지 않은가. 서서히 해야. 연탄부터 2천 장을 넣어야 한다.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선생 하나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는 길.

한참 전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고, 그 사이 다녀와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참.

의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안 구트의 글들을 생각했네.

(...) 의사들은 마치 무료 체험 서비스라도 제공하듯이 그것(*건강검진)을 권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말도 없이 개인이 대부분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치료와 진단법을 제안하면, 환자들은 부담스러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다.

그가 ‘심한 기관지염으로 거의 ‘폐 페스트’에라도 걸린 것처럼 죽을 지경이 되어 병원에 갔을 때’도,

‘정말 심하게 아팠고 전문가가 내 이런 상태를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했지만 의사의 물음은 그의 아파트 경비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내 안부를 한차례 묻더니, 나 같은 기관지염이 “요즘 이라고 했다. 염증이 있으면 수치들이 변했을 거라며 혈액 검사 같은 것은 현재로서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니, 다 나으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다음에 ‘건강 체크’를 좀 해보자고.

(...) 환자는 뭔가 문제가 있고 뭔가를 원한다. 즉 건강해지기를 원한다. 의사에게 거는 기대는 명확하다. “고쳐내시오”. 하지만 그 일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고, 어쩔 때는 고쳐내개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 시도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그런 대목도 있었다.

맞춤 건강 서비스가 가난한 건강 보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추가로 주머니에서 돈을 우려내는 것이라는 비판은 따지고 보면 맞다.

하지만 민간 의료 보험의 경우

별로 의미 없는 검사와 실험적인 치료, 쓸데없는 특진 등을 위한 비용이 보험료에 이미 일괄 산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들 있다.

그렇다. 우리는 건강검진, 마치 조기 검진이 모든 질병을 막아주는 것처럼 착각한다.

흔히 더 오래 살기 위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배후에 있는 본질은, 진단이 더 일찍 이루어질수록 환자가 진단을 받은 후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것이다. 고로, 진단 때문에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검진은 그야말로 걱정을 사서 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암은 유갑스럽게도 조기검진을 통해 없앨 수 없다. 최상의 경우 일찍 발견하면 상황에 따라 치료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빨리 자라는 암의 경우 이런 일은 아주 행복한 우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진행이 느린 암, 가령 장이나 자궁 경부에서 서서히 자라는 암 같은 경우 정기 건강검진 때문에 오히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괜찮은 단계에서 그런 종양을 절제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럴 때 검진이 끝났으니 안심하라는 의사의 말은 옳다.

다음 검진까지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으니.

그런데 조기 진단으로 말미암아 온갖 의료절차 속에 곧 이 모든 것들이 편입될 테지.


적지 않은 이들이 쉬 지나치는 점 가운데 또 하나는,

진단 차례는 이런 까다로운 기계없이도 가능할 때가 많다는 것.

만약 사람이 머리를 부딪힌 뒤, 신경학적으로 눈에 띄는 증상이 없고 외적으로도 찰과상이 심하지 않으면, 머릿속도 당연히 외부처럼 온전하다고 보면 된다. 연구에 따르면, 그런 상황에서 두되는 오히려 CT를 통해서 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적어도 아이들의 경우, 과다한 방사선이 신경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가 재밌다.

여섯 살 짜라 아이를 데리고 나이 지긋한 엄마가 허겁지겁 응급실로 와

친구가 밀었는데 혹시 모르니 CT 촬영을 하자 요구한다.

젊은 의사는, 보기에 괜찮고, 득실을 따져봐서 별다른 징후도 없는데

공연히 꼬마를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엄마는 찍어달라며 혹시 자녀가 있느냐,

의사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한 최고의 비장한 수단까지 동원한다.

아이는 CT를 찍고 돌아가고, 엄마는 저녁에 남편에게 자신이 아이를 보살핀 증거를 제시한다.


건강 강박증에 던지는 닥터 구트의 유쾌한 처방들이 그야말로 유쾌했네.

그러니까 건강과 젊음에 대해 맹목적으로 집착 말고

현대 의학 한계의 진실을 간파하고 현명하게 살아라, 그런 이야기들.

의사들이 우리보다 더 많이 공부한 전문가들이기도 하겠지만

한편 사람 몸을, 소우주라는 이 몸을 얼마나 알겠느냐 말이다.

때로 인문학적 소양도 없이 무식한 데다

인간성도 엉망인 의사를 만나고 돌아왔던 불쾌한 경험들이 되살아나더라.

내 몸 내가 잘 들여다보고 내 몸이 하는 말을 들어볼 것.

그리고, 그 몸을 만드는 내 환경과 습관을 먼저 잘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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