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서 논두렁들과 품앗이샘들의 반짝모임(그쯤일)이 있었다.

두어 시간 자고 나섰다.

어딜 가려면 그 시간을 당겨 그리 준비해야는,

비워두는 시간과 공간은 그런 것.

황간역에서 선배를 만나 같이 떠났네.

상찬샘, 영출샘, 행연샘, 점주샘 함께했고, 그리고 계자 학부모이기도 한 정용샘도 봤다.


영출샘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든 진공관 엠프와 스피커로 음악을 들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마침내 자신에게 맞춤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과정이 준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거니와

그런 만큼 공을 들인 소리가 사람을 떠날 수 없게 했다.

가끔 음악을 듣다가 야, 이제 쟤도 좀 쉬라고 해, 그렇게 시끄러워지고는 하는데,

소리가 어찌나 둥근지, 층이 얼마나 풍성한지,

귀가 밝은 사람이 아닌데도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던 거다.

몇 시간을 듣고 있어도 둥근 소리가 편안하여 소리를 더 높여 듣고 싶어지더라.


황매산 아래 행연샘의 별장에서 묵었다.

어시장에서 장어며 가자미며 새우며들을 사서 올라갔더랬다.

그곳에도 직접 만들었다는 진공관 엠프가 있었다.

오디오가 좋아도 음원을 보유하는 일이 또 큰 일.

거기 엄청난 양의 LP가 있었다.

마침 영출샘이 가져간 음반들도 있어 오래 오래 잘 들었다.

엘리 나이의 ‘월광’ 연주곡은, 내 생애 들은 최고의 연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나치주의자였다던 그의 이력은 차치물론.)


요양병원에 계신 한 선배의 어머니 문안도 갔네.

친구들 모였을 때 같이 뵈러 간다고 우르르 갔다.

들여 준 과일들을 어머니는 이웃 병실이며 간호사실에며 두루 나누었다,

마치 댁에 사셨던 때처럼.

지금은 병원이 삶 터이신.

그렇다, 어디나 내가 앉은 자리가 삶의 자리라.

유쾌하게 지내고 계셔서 기뻤다.

때로 어르신들이 노인병원에 계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시대도 그러하고.

(학교아저씨랑 가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한다,

우리도 나이 들면 서운케 생각 말고 요양병원 가는 걸 당연하다 여기자고.)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뵈러 가느냐는 것일 테지.

아주 먼 곳도 아니니 또 그리 뵙겠다 하고 나왔다.

세 차례 그리 다녀왔네.


점주샘 집에서 차를 달였다.

6월의 시 잔치에 물꼬에서 만나 가을에 남도에서 이리 모이자던 모의가 있었던 바.

벗이란 게 참 좋지, 무슨 얘기를 이리 밤새 하는지,

뭐가 이리도 재미가 있는지...

사람 사는 게 무에 별 게 있겠는지,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마주하는 기쁨일 터.

그것도 그저 같이 웃고 노닥거리는 것만이 아닌

물꼬라는 의미 있는 공간에 같이 손발 보태는 인연이라 더욱 고마운.

나이 들어 좋은 벗들과 보내는 시간이 눈물 나게 정겨웠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548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182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20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466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37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289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266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49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18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179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59
6625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40
6624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030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18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591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27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13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471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04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3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