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

한 이틀 비웠던 학교는 감잎으로 덮여있었다.

교문에도 겹겹이 쌓였고,

주차장도 덮였고,

책방 앞 평상도 이불처럼 깔렸더라.

그렇게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다니.

먼저 내린 것들이 다음 것들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 풍경이 시리게 고마웠다.


이른 아침 점주샘이 진영역까지 태워주었다.

기차를 타고 영동을 지나 대전까지 내리가서 판교로 이동했네.

집안 큰 어르신이 거기 계신다.

명절은 늘 물꼬에서 쇠니 그렇게 앞뒤로 어르신들을 뵙는.

올 한가위에는 또 누가 다녀가려나.

시집장가 가 아이 안고 다녀가는 보육원 아이들(이젠 어른인)이 꼭 있다.

물꼬에서 나는 고향집 노모처럼 늘 목을 빼고 그들을 기다릴지니.


흙날엔 가마솥방에서 모여

자정이 넘도록 아이들 자소서를 붙들고 있었다.

수시에 여섯 장을 쓸 수 있고,

갈만한 곳 두어 곳만 쓰지 싶어도 여섯 장 카드를 다 쓰려고들 한다.

당연히 쓰는 줄들 안다.

이 산마을에서 9학년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아이 하나는 일곱 장이다.

여섯 장에 들어가지 않는 카이스트가 하나.

그런데, 그걸 잘 쓰자면 학생부도 꼼꼼이 봐야 한다.

아이가 보낸 2년 반의 시간이 고스란히 거기 있었다.

자소서 첨삭의 과정은 또한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고맙더라,

아이를 더 보게(알게) 되어서도, 누구라도 그러하듯 또 애쓴 한 아이의 시간들에.


한밤 개가 짖었고, 밖이 소란했다.

기별도 없이 이 밤에 누구신가,

식구들이 나가서 얘기가 오래라,

교장샘을 뵙고 가련다는 반복해서 들려오는 말에 결국 나가보다.

지난 6월 시잔치에도 잠시 얼굴 비추고 갔던 그니이다.

인근 고향으로 들어온 지 2년 여 됐다고 했는데,

연락처가 남겨져있지 않아 마침 궁금도 했던.

그도 시인이라는 소리를 건너 들었더랬다.

술이 거나한 그를 태워줬던 친구가 그 사이 가고 발이 묶인 그니는

수행방에서 잠자리를 폈다.

문득, 사람들이 외롭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찾아가고픈 시간이 있다.

물꼬가 또 그런 곳이구나, 생각했네.

오시라, 언제고. 물꼬가 하는 순기능 하나가 그런 것 아니겠는지.

비빌 언덕, 혹은 찾아들 오두막 그런.

그래서 나 또한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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