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아침,

공항에서 전화가 왔다.

여식과 다름없는 연규샘이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상이 좋아 먼 곳이 그 거리가 아니라 하나

이국으로 가는 마음만큼이나 보내는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리고 축축했다.

아무쪼록 맘 좋고, 건강하시게.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느지막한 아침 멎다.

어제 첫 수시 원서를 접수한 아이로부터 다급한 연락.

여러 교사들이 같이 자소서 문항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며

좀 걸리는 한 가지를 입을 모아 수정을 권한.

입력 뒤 아직 수정이 가능한 시간 안.

하여 다시 쓰고 고치고 확인이 오고가고.

공통문항을 제외한 다른 대학의 자소서까지 재검토.

‘해건지기’도 미루고 그렇게 낮 2시에 이르렀더라.

그제야 수행을.


달골 햇발동 싱크대 수도꼭지가 여러 날 전부터 말썽.

열고 닫는 꼭지 부분이 자꾸만 아래도 내려앉으며 물줄기가 약해지는 거다.

언젠가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고쳐주었는데,

그 과정은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 거다.

분명했던 건 부품을 따로 교체를 했던 건 아니라는 것. 뭔가 만져주면 해결되는.

한참을 걱정만 하다가, 손대려면 겁부터 더럭 난다, 뻥 솟구쳐 올라 물바다가 되는 상상,

시간이 흐르고 있었더랬다.

지난해 여름 가마솥방 수도는 류옥하다가 갈아주었다.

그때 보니 일자 드라이버로 양 쪽을 죄더라.

찬찬히 오래 수도를 살핀다.

그리고 드라이버와 스패너를 들고 나왔다.

가까운 물건들을 치우고, 조심조심 물을 잠그고

천천히 부품을 풀다.

꺼내 들여다보니 손잡이 아래 부분이 들려있다.

돌리니 잠기고 손잡이 들어보니 이제 충분히 위로 올라가네!

된 거다.

다시 역순으로.

그리고 틀어보다. 와!

하루 일을 다 했다는 생각.


“우리가 그때니까 거길 갔지, 요즘 같았으면 ‘in 서울’도 힘들어.”

명문대라는 델 다닌 몇이 모여 보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이다.

요새 상위 몇 대학 학생들을 만나보면 수능 몇 개 안 틀렸단다. 세상에!

학력고사 세대였던 우리는 체육을 뺀(거의가 20점 만점이었으니)

320점 만점에 40점을 버리고도 서울대를 갔으니.(내신이 30%)

그보다 못한 성적으로도 눈치지원 배짱지원으로 합격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었다.

상위권 대학 입학정원이 줄고(졸업정원제가 있었다),

고교 학급당 학생 수도 절반으로 줄고(그러니까 그때 10등은 요새 5등),

하여 한 학급에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4분의 1로 준.

그런데, 학력고사가 비록 단순 암기만 했다 비판받았지만

적어도 그때는 독학이 가능했고, 그저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었다.

새로운 대안으로 사고력과 통합교과를 앞세운 수능이 등장하면서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대입을 대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그리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큰 도시는 경제력과 정보력과 학원이 받쳐주지만

특목고와 강남 일부 고교에 밀린 지방명문고들은 위상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대응할 수 없는 대입이라면 앞으로도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만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이며

그건 고스란히 계급차 지역차로 커지고 말.

새삼스러울 것 없이 IMF가 한국 사회에 남긴 상흔마저 교육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뼈를 묻을 줄 알았던 평생직장이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더라,

믿을 건 학력과 자격증.

목숨 건 대학진학열과 전문직 선호,

의대 치대 한의대 교대로 아이들이 몰렸다.

마침 1996년 김영삼 정권 말기 쉬워진 설립요건으로 대학도 늘었겠다.

한국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교에서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2000년 62.0%, 2010년 75.4%, 2015년 70.8%.

2017학년도 수능지원자 60만 5988명(재수생 포함), 대입정원 약 51만 명.

아이들이 수시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아, 무슨 놈의 대학을 가는 게 그리 어렵대니?

차라리 학력교사로 돌아가자,

암기 위주라 비판 받고 성적으로 줄 세우기 하던 시절이 더 좋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치

정보력에 의존해야 하는 바가 큰 요즘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서, 그렇게 대학을 간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 삶이

더 나아지기는 했는지...


헬리콥터가 낮게 날아가는 소리인가 했다.

19:44, 20:33 지진. 경주 인근으로부터 시작됐단다. 5.1, 5.8 진도.

원전은 괜찮을 것인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4456 2016.10. 1~3.흙~달날. 비, 비, 그리고 흐림 / 정환샘의 메일과 옥영경 2016-10-10 815
4455 2016. 9.30.쇠날. 비 옥영경 2016-10-10 745
4454 2016. 9.28~29. 물~나무날. 비 옥영경 2016-10-10 759
4453 2016. 9.27.불날. 갬 / 샘들아, 바깥 해우소에 옷걸이를 달았네 옥영경 2016-10-08 957
4452 2016. 9.26.달날. 비 옥영경 2016-10-08 797
4451 2016. 9.25.해날. 맑다고 하기가... / 버섯 산행 옥영경 2016-10-08 1233
4450 2016. 9.24.흙날. 하루 내내 화창하기가 드무네 / 자발성 옥영경 2016-10-08 755
4449 2016. 9.23.쇠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6-10-08 725
4448 2016. 9.22.나무날. 썩 화창하지 못한 / 膝下 옥영경 2016-10-08 763
4447 2016. 9.21.물날. 가끔 해 / 히터봉 갈다! 옥영경 2016-10-04 1179
4446 2016. 9.20.불날. 맑음 옥영경 2016-10-04 789
4445 2016. 9.19.달날. 갰다 가랑비 지나 다시 갬 옥영경 2016-10-04 749
4444 2016. 9.18.해날. 비 / 한·중·일 문화의 차이? 옥영경 2016-10-04 755
4443 2016. 9.17.흙날. 주룩비 옥영경 2016-10-04 766
4442 2016. 9.16.쇠날. 비, 태풍 영향이라지. 옥영경 2016-10-04 772
4441 2016. 9.15.나무날. 아침 맑더니 흐려감. 한가위 옥영경 2016-10-04 768
4440 2016. 9.13~14.불~물날. 흐리다 맑음 옥영경 2016-10-04 690
» 2016. 9.12.달날. 갬 / 무슨 놈의 대학 가는 게 그리 어렵대? 옥영경 2016-10-04 814
4438 2016. 9.11.해날. 비 주춤주춤 / 첫 수시 원서를 쓰다 옥영경 2016-10-04 816
4437 2016. 9. 9~10.쇠~흙날. 뿌여나 맑았고 이튿날 저녁답 소나기 옥영경 2016-09-24 7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