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엇의 사람들이 한가위 인사를 다녀가고,

한가위를 쇠고 학교아저씨가 돌아오고,

낮에는 광목을 정련하느라 빨고 삶고 담그고 말리고 다시 씻고 삶고 담그고

그리고 표백제를 넣어 담가두었다.


저녁답에 무범샘이 한나가 쓰던 우크렐레며 곡주며들을 안고 한가위 인사를 왔다.

창고동에서 차를 냈다.

최근 한쪽에 다실이 생긴 셈이다.

진즉부터 다기를 하나씩 갖다 놓다 다탁이 생기고,

다완이며 잔이며 차호며 차츰차츰 자리를 잡더니 드디어 차를 달였다.

그래도 아직 차시며 거름망까지는 올려다 두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차를 못 낼까,

백차 백호은침에 청차와 보이차도 마시고, 설국차도 마셨다.

한·중·일 문화의 차이랍시고 몇 마디.

“우리는 다례(더러 다도라고도 하지만)라 하는데...”

중국에서는 다법, 일본은 다도라 말한다.

검술(劍術)만 해도 그렇다.

더러 검도라고도 하지만, 술(術)이 재주로도 읽히니 결국 예(藝)술이라.

그런데, 중국에선 검법(劍法)이라고 일컫고, 일본에선 검도(劍道)라.

붓글씨도 그러하니,

우리가 주로 서예(書藝)라 말하고 중국은 서법(書法), 일본은 (書道).

그러니까, 우리는 예절이거나 예술로 보고 중국은 쓰임으로 보고 일본은 도로 보고.

아하, 말하고 보니 정말 그런 듯.

예술을 논했기보다 말잔치에 다름 아니었다 욕하면서도

또 야나기 무네요시를 들먹이지 않을 수가 없더라.

한·중·일 동양 3국의 도자기를 비교하면서

중국은 형태미가 완벽하여 저 높이 선반에 올려놓고 보고 싶고,

일본은 색채미가 깔끔하여 옆에 놓고 사용하고 싶어지는데 ,

한국은 선이 아름다워 어루만지고 싶어지게 한댔지.

음... 중국 것은 쓰고 싶어지고,

한국 것은 만지고 싶어지고,

일본 것은 놓고 보고 싶어진다, 그런 생각이 들데, 오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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