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 땅이 그르렁거렸다,

지난 12일의 지진이 있은 뒤라 지진일 수 있겠구나 조금 더 침착하게 반응한다.

그때보단 진도도 덜하다.

별일 없느냐는 안부 전화가 있었다. 고맙다.

그런데, 지난주도 이 시간이었지 싶은데, 혹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가을학기 시작.

어느 가을보다 늦은 시작이다.

아이들 수시 원서 때문이기도 했고,

한가위 연휴가 까닭이기도 했다.

몇 아이들이 자기소개서를 포함 수시원서 접수를 일찌감치 마무리 지었다.

끝이 아니라 이제 그야말로 시작.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수능, 건승을.


어둑하다 가랑비 내리는 한낮 몇 모여,

가마솥방에서 낮밥을 먹고 차를 달여 내며 지난여름과 이 가을을 얘기했다.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무성한 풀에 대해, 11월에 만들 ‘꽃그늘 길’에 대해,

흙집 보일러실 전기온수기 수리를 위해, 끝물 고추며 수확작업에 대해,

그리고 뜨락에 깔 잔디와 옮겨 심을 토끼풀에 대해...

남은 9월엔 크고 작은 나무 작업을 좀 할 것이고,

가까운 도시에서 할 치유수업 사전모임(할지 말지 결정할)을 가질 것이고,

산에도 들고 방문객도 맞을 것이며 두엇의 상담도 잡혀 있다.

10월엔 인근 초등학교에서 와서 이틀 동안 체험학습을 할 테고(오늘 일정표를 보냈다),

먼 곳으로 떠나 중학교 공부를 할 새끼일꾼 가족이 묵어갈 것이며,

서울에서 강연도 있고,

치유를 위해 한 부모가 다녀갈 것이며,

치료를 위해 오는 아이 위탁교육도 있을 예정.

빈들모임도 하겠네.

11월엔 또 11월의 일들이 있을 테지.


묵었던 무범샘이 이른 아침 떠났다,

달골 ‘아침뜨樂’을 둘러보는 걸 잊지 않고.

연못(달못)을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한다는 얘기를 듣고

목수 일을 다니는 터라 방도를 찾을 길도 있지 않을까도 하는 듯.

아침을 여는 산마을을 내려다보며 마당에서 차를 마셨다.

깨어나는 혹은 사라지는 그 경계의 시간들은 언제고 아름답더라.

건넛산이 가만히 대문을 열고 있는 아침이었다.

기락샘도 이곳에서 출근을 하였네.


옷방 장에서 광목을 꺼내 어제부터 정련 중.

조각 천으로 창 스크린을 하나 만드는 중.

그 둘레를 이을 감이다.

빨고 삶고 담그고 말리고 하기를 세 차례,

꿉꿉한 걸 접어 다듬이질 대신 비닐에 개켜 넣어 밟고 다림질.

색이 부담스럽게 하얗지 않고 은은한 상아라 편안했다.

재단하여 너른 부분은 재봉질 도움을 좀 받아야지 한다.

그 위로 다시 손으로 바늘땀을 넣으리라.

그런데, 재봉틀에 문제가 생겼네, 바늘 본체가 밀린다.

오래 쓰다보면 조금씩 밀리기는 한다고 했는데,

다른 문제가 아니길. 인근 도시로 나갈 때 들고나가보리.

그나저나 인근에 재봉틀이 있는 댁이 없던가...

아니면 또 시간을 좀 더 들이는 게지.


저녁에 학교아저씨 한가위 명절 쇠고 다녀온 이야기를 듣다.

누군들 고민이 없으랴, 살아가는 일에.

학교아저씨는 당신대로의 삶의 무게들이 있을지라.

갈등하는 가족사 속에 형제의 막내로서 가족도 이루지 않고 살고 계시는 삶이

보기에 때로 안타깝다.

임금 구조가 있는 곳에 계셔야하는 건 아닐까, 가끔 그런 얘기 나누고 있다.

가령 절집에서 처사 같은 직분을 가지실 수도 있잖을까.

그런데, 물꼬는 물꼬대로 당신이 하는 소소한 일들이 아니면 또 이어가기가 어려울지라.


묵고 가신 분이 감기를 두고 갔나 보다.

밤, 콧물 재채기 목 따가움, 아, 환절기 알러지일 수도 있겠고나.

기다리는 소식이 함흥차사일 때도 가라앉는 몸이려니.

아무쪼록 다들 편안하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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