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20.불날. 맑음

조회 수 801 추천 수 0 2016.10.04 16:54:21


바람이 인다. 스산하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었다.

밤 11도. 새벽은 10도까지 내려갈 거란다.

봄 없이 여름이더니 가을도 그러할 모양.

서울은 지금 17도더라.

밤 10:10 건너편 산을 넘어 달이 올랐다.

몸을 다 드러내는데 3분이 걸리더라.

3분...

달을 들어 올리는 데 쓰인 3분, 그 시간의 길에 대해 곰곰 생각는다.


아침 수행을 끝내고 명상정원 ‘아침뜨樂’을 걸었다.

풀 우거져 모험을 찾아 떠난 아이 같았다.

지팡이로 먼저 풀덤불을 헤치며 나아갔다,

뱀이며 거기 사는 존재들 있거들랑 먼저 몸 피하시라 하고.

달못 둘레도 장대로 풀을 뉘며 밟아주었네.

살리려 애썼으나 끝내 말라비틀어진 측백들이 여럿이었다.

저들도 살고자 했을지라.


교무실에서는 두 대의 프린터를 점검.

미리 챙겨야 급할 때 잘 쓰지.

복사기마저 지난여름 아주 못 쓰게 되었으니

프린터가 그 기능까지 해야 될 것이라.

며칠 전 고3 아이가 여러 시간 들여 잉크도 넣고 고쳤지만 깨끗한 인쇄물을 내진 못했다.

“이제 그만해. 담엔 다시 확인해보고 읍내 나갈 때 들고 가든지 할게.”

오늘 가져나가자 하고 확인,

어, 그런데 깔꿈하게 나왔다.

다른 프린터도 확인해두었네, 그 역시 온전하더라.

마치 가을학기가 거기로부터 준비되었다 싶었던.


전국에서 10대 템플스테이에 든다는 한 산사에서 연대하자 한다.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의 제안.

일단 물꼬를 다녀가는 게 필요하겠다.

청소년활동을 곧 진행한다 하니 거기 도움이 필요한 듯.

좋은 산과 강을 끼고 있으니 그쪽에서야 굳이 예까지 무에 올 일이 있겠나 싶고,

우리 편에서라면 그 쪽 일정에 강연 혹은 수업 정도 갈 수 있을 듯.

10월에 물꼬에 모여 협의해보기로.


어제 재봉질을 하다 문제가 생겼다.

자꾸 바늘이 미끌려 빗나간다.

인근 도시로 나갈 때 챙겨야지 하고 덮었다.

혹 기다리는 이가 그 사이 다녀간다면

가는 걸음에 만든 것을 보내면 좋으리 하고 마음이 바빠졌다.

머잖은 마을에 한 어르신이 공업용 재봉틀을 가지고 계신단 걸 떠올렸고,

저녁답에 건너가 작업하다.

손으로 조각 천들을 붙이고 그 둘레 큰 천은 재봉틀에 맡기기로.

특히 위쪽에 달 고리는 특별히 튼실해야겠기에.

나머지는 다시 손작업으로 바늘땀을 넣겠지만.


예쁘게 담은 송편을 ‘드시소’ 인사와 함께 보내왔다. 문자.

올 한가위 못 먹었던 송편을 그리 먹었네.

그리고 오지 않는 연락 하나,

혹 아프신가... 다만 그게 걱정이다.


기락샘은 리스본으로 출장을 갔고,

한편 내년 연구프로젝트 결과가 닿았다.

연구기금을 신청해서 재심사에 들어갔던 일인데,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했는데...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리하여 물꼬의 안식년 한해는 한국에서 보내는 걸로 최종 확정!

그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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