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오르려하고 별도 보이더니

밤 10시께 마당에 나가 본 하늘은 별 하나 없이 까맣더라.


날마다의 삶이 이리 도전 같아서야 어디...

겁이 많은 나는 오늘 도착한 히터봉을 뜯어 각오에 각오를 더해 뒤란 보일러실로 갔다.

소사아저씨를 불러 옆에 있게 했다. 정말 혼자서는 못 산다, 정말. 나란 사람 말이지.

머리로 얼마나 여러 번 작업 차례를 더듬었던지.

작업을 위해 먼저 옛 목공실로 가 육각렌치며 펜치며 드라이버며들을 챙겼다.

(이런 게 또 물꼬에 있지. 그게 어딘가. 이러니 또 작업을 하겠다 덤빌 수 있고.)

온수기로 들어오는 물 잠그고, 나가는 물 잠그고,

꼭대기 안전반(안전핀?) 열어 압을 빼고(이때 물이 퍽 하고 나오는데 좀 있으니 멈췄다),

기존 히터봉을 빼내려는데,

아차차차차차,

온수기 전원만 차단하면 되었다 생각,

“전기인데!”,

얼른 가서 메인 전기 차단기를 내렸다.

단상(이라고 하나?) 연결선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히터봉을 고정하고 있는 네 개의 너트를 푸는데,아, 물이 흘러내린다.

이게 가장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물이 팡 하고 터져 나올까 봐, 물바다 될까봐,

그래서 처음엔 온수기의 1,100리터 물을 다 빼내야 하나 고민했던,

그리 많이 쏟아지지 않으니 걱정 말라던 안내(제품 발송자)를 받았더랬다.

그런데, 너트 하나가 어디로 튀었는데, 새 히터봉에 달렸거니 하고 소홀했다가

어, 없는 거다. 그러니까 여기서 빼낸 너트 넷으로 새 부품을 고정해야는 건데,

벌써 쏟아진 물이 아래 흙들을 패고 어딘가로 섞여버려 찾을 수가 없다.

우선 물이 더 빠지기 전에 새 부품부터 넣고 생각하기로!

새 걸 넣고 세 개의 너트부터 죄니 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제야 흙을 파헤쳐 나머지 너트를 찾아내다.

다음은 다시 과정 되밟기.

“어, 그런데 이 굵은 볼트는 어디서 난 거예요?

지난번에 기사 아저씨 오셨을 때 이거 빼내는 거 보셨어요?”

뭘까? 어딘가에서 나와 올려져있는 굵디 굵은 너트 둘은 도대체 어디 소속이란 말인가?

위에 배전함(?)을 살피니 거기 차단기 단상이 둘 빠져있다. 거기다!

어둑해 오고, 쪼그려 앉았던 작업 환경을 비로소 벗어난다.

1. 그런데, 통전 불은 들어오는데, 전원 불은 왜 안 들어오지?

2. 온수가 이제 나올까?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전원을 켰으니 내일 아침이면 온수는 상황을 알 수 있을 테고,

통전과 전원 등도 밝은 아침에 다시 살펴보기로.


오늘부터 진행하기로 한 바깥 일정 둘이 있었는데, 10월 첫 주로 밀다.

오늘 일들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당장 뭐가 어찌 되는 것도 아니고

어째도 일이 되어는 가겠지만

이제는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는 일정을 조금 천천히 하고자 한다.

겨울 앞에서 좀 주춤해지는 마음이기도 하고(늘 지병처럼 도지는 겨울 무서움증?),

아무래도 더뎌지는 몸의 속도 때문이기도 하고.

일정을 밀기를 잘했다. 히터봉부터 그리 갈 수 있었으니.


또 하나의 도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인데 내게는 그런 단어를 필요로 하는.

영상을 하나 올려주기로 한 분이 아무래도 시간이 벅차거나 잊었거나,

그래서 내가 직접 해보자 시도. 어제부터.

그런데, 달골에서 랩탑으로 스마트폰 개인용 핫스팟 기능에 기대 하는 인터넷으로는

결국 밤을 넘기고도 50%를 못 올린.

계속 켜둘 수도 있겠지만 전화기를 써야지.

그래서 오늘은 교무실에서 낮 1시부터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

자정에 학교에 내려가니 아직도 몇 %가 남은.

기다렸다 올리고 왔다.

글쎄! 내가! 그런 걸 다했다.

그냥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걸, 무슨 기술인 것도 아닌 걸,

그걸 했다고 이리 우쭐함이라니.

기계며에 관한한 내가 그러하다니까.

이게 또 다른 것에서는 낫다, 그런 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인근 초등학교에서 10월 이틀 쓰기로 한 대안학교 체험수업 협의.

날짜를 몇 개 제시했고, 그쪽에서 내일 오전까지는 확정키로.

속틀은 지난번에 보냈던 대로, 아니더라도 물꼬에서 짜는 대로, 점심도 물꼬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곳이 아니라 예산에서 불이익이 좀.

결국 체험비가 아니라 강사비를 받게 되는 형식으로.

물꼬를 익히 아는 담당 선생님은 못내 미안해한다.

인근 제도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물꼬를 알고 물꼬에서 하는 것들을 나눈다,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는지.

아이들을 만나는 일, 그만한 일이 어딨겠는가, 그것도 10월 좋은 날에.


가까이서 일하던 목수들이 일을 끝내고 귀가했다는 소식.

고마운 물꼬 인연도 있어 참을 내가기 세 차례,

날마다 한 일도 아닌데(낯이 좀 가지럽다)

‘고맙습니다, 정성어린 새참’이라고 인사를 넣었더라.

‘옥샘의 새참이 참 이쁠 수밖에 없는 것이...

마치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일깨워준 것 같아서요.’

고마워하는 그 찬사가 더 고마웠다.

때로 날마다 마음 쓰고 뭔가 해도 그런 걸 헤아려주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걸.

너무 자주 해서 그런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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