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23.쇠날. 가끔 흐림

조회 수 735 추천 수 0 2016.10.08 17:19:28


사람을 보냈다.

와서 또 어딘가로 이동하는 이가 잠시 묵었다.

기간이 조금 긴 아이들 위탁교육 대신 어른들이 자잘하게 묵도록 하고 있다;

이도 어른의 학교로서의 기능이겠다.

수행을 끝낸 뒤 창고동에서 아침 차를 마셨다.

창고동 한켠을 찻방으로 준비하고

한가위 끝에 한 밤 무범샘이 묵어가던 날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방을 처음 열었다.

그리고 오늘, 간밤에 들어온 분과

난로에 불을 지피고 음악을 틀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우리 생에 무에 그리 대단한 일들이 있겠는가.

그저 이런 시간이 좋고 귀하다.

‘아침뜨樂’이 어떠한가 돌아도 봐주었다. 고마웠다.


자소서 첨삭이 이어지는 날.

얼마 전엔 대입 수시로,

이제부터는 하반기 기업채용 건으로.

오늘은 몇 곳의 지원서로 꼬박 5시간이었다.

품앗이 하나는 못내 미안해하며 그리고 쑥스러워하며 자소서를 보내왔더랬다.

미안하다니. 그대들이 여기 보탠 손이 얼마일까.

서로 이럴 수 있으니 그래서 품앗이 아니더뇨.

물꼬도 물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기쁠.

열심히 살았더라. 그 흔적들 보며 그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수시 자소서들을 보며도 그랬더랬다.

어떤 삶인들 애쓰지 않겠냐만, 고마웠다.


사람 잘못 봤다 라는 말을 우리 곧잘 하고 산다.

대단히 큰일들 아니어도 자잘하게 하는 농담 속에도 그 말이 있다.

야, 사람 띄엄띄엄 아는구나, 날 잘 모르네,

그렇게도 쓰지.

그런데, 어디 그가 잘못이겠는가, 잘못본 건 내 눈일 것.

사람 잘못 봤다면 내 눈을 찔러야 할 일.

그는 그냥 그였다, 내가 그냥 나이듯.

우리는 그냥 우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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