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산에 들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내고 학교아저씨와 버섯을 따러갔다.


재미가 좋지.

버섯 싹도 보기 어려운 지난번 산행이더니

이번에는 산이 물을 좀 먹었다고 버섯들이 부지런히 올랐더라.

가지버섯부터 손을 내밀었네.

그건 독버섯이 아닌가 의심할 여지없이 딱 가지색이다.

굽더더기 보였고, 밀버섯도 땄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이 한번 훑었더만.

싸리버섯 군락지에서는 벌써 떼어난 흔적들이 많았고,

아주 어린 것들만 있었다.

어쩌다 툭, 뜻밖의 자리에서 커다란 더미를 발견도 하고.

학교아저씨는 따온 것만 봤지 싸리버섯 붙은 건 처음이시라고.

능이버섯은 통 찾을 수가 없더라.

소나무 아래도 갔다.

오늘의 가장 큰 목적은 송이에 있었다.

아... 벌써 사람 손 탔더라.

겨우 말라버린 두어 송이만 찾았네.


"이제 내려가지요."

점심에 내려오리라 하고 갔던 걸음이었다.

그런데, 고생을 좀 했다.

늘 감각으로 다니는 산,

오늘 지도 맵을 들여다보며 야, 우리 위치가 보여요,

여기가 물꼬, 여기가 달골, 우리가 여깄고,

그렇게 신기해라 하며.

그걸 들고 내려오기 시작하다.

이상도 하지, 이 길로 타면 바로 달골로 내려오지 싶은데,

지도는 전혀 다른 곳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생전 보지도 않던 지도맵을 켜 우리 위치를 봤더란 말이지,

반짝반짝 현재위치를 가리키는 걸 재밌어라 하며.

어, 아니래네요. 석현 쪽으로 더 올라가야 한 대.

저 꼭대기를 넘으면 되려나봐.

산을 하나 넘으니 아직도 자꾸 더 더 더 위쪽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상도 하지.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아예 전화기를 끄고 계곡 쪽으로 타고 내려왔다.

저어기 대해리와 석현의 중간 길이 보였다.

진이 다 빠져 학교에 닿으니 1시도 훌쩍 넘었더라.


지도 오류, 어떻게 된 것일까?

밤에 통화한 아이가 가르쳐주었다.

그 맵이 위성으로 잡는 게 아니란다.

하나의 기지국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반경으로 구를 그린다지,

그렇게 세 점에서 위치를 잡으면 거의 오차 없는 위치정보가 된다고.

당연히 두 지점에서 위치를 잡으면 오차가 더 커질 테고,

그게 하나만이라면 더욱 클 수 있겠지.

무선통신 환경이 좋은 편인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산에서는 데이터 통신이 어렵단다.

온라인 지도 기반의 앱은 무용지물이기 일쑤라는.

애플 지도 믿고 가다가 미국 내 중규모 이상 도시 지역 거주민 아니면

지도 따라가다 바다 속으로 가거나 산으로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밤에 지도맵에 대한 글에서 읽은 문장이었네.

아들 오면 산꾼들이 권하는 맵 하나를 깔아달라 해야겄다.


고개 너머 김천에 버섯 산행을 왔던 이가

온 걸음에 물꼬에도 인사 들어와 저녁을 먹고 떠났다.

가방에 든 송이를 나눠준다 하기 귀한 서울 가서 드십사 하였네.

주신다던 그 마음이 송이 한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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