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28~29. 물~나무날. 비

조회 수 760 추천 수 0 2016.10.10 09:16:17



요새 달골에 식구가 늘었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사람들 빈 때에도

곁에 죽은 자의 집도 있고, 새들 날아들고, 족제비도 살고, 뱀 한 마리도 있고,

좀 멀리는 고라니 부녀와 멧돼지 부자도 사는 이곳,

얼마 전부터 흰 줄무늬 황색 고양이가 찾아들었다.

고양이, 별 유쾌해하는 존재는 아니다.

순전히 에드거 알렌 포의 단편으로 시작되었거나

무수한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 묘사가 음침했거나

그의 서글프다 못해 가슴을 할퀴는 울음소리 때문이었거나.

그런데, 늦은 밤 가끔 길 가운데서 웅크린 그가 보일 때,

더러는 반가움이 되기도 하더니

요새 그는 아주 달골 마당에서 지낸다.

오늘은 비를 피해 차 밑에 있었더라.

먹이를 주며 아주 같이 살까 고민 중.


비는 내리고,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다.

불편한 마음은 결국 그런 일을 부르더라.

외제차인 줄 알았더니 그나마 다행.

하지만 새 차여서...

한동안 물날은 마의 물날이었다.

한동안이라고 썼지만 그러기를 한해는 족히 되었는 듯하다.

문제를 더듬으면 꼭 그날이고,

그래서 물날에 있는 찻자리는 그 마음을 챙기는 명상이었다.

이리 엉키면 저리 풀리는 사람살이라.

그리 또 기대며 다음으로 가는 사람의 일.

허니 혹여 마구 엉켜버린 그대의 일도 저기서는 또 풀리는 길 있으리.


얼마 전 부음을 받았다.

부친상이었다.

그리 가까울 것도, 그저 오래 전 잠시 인연 있어 전화번호로 남은 이여

본인의 일이라면 모를까 굳이 한 다리 건너까지 챙기기는 별스럴 수도 있는 관계였다.

그리고 우리 즈음의 나이대라면 대개 어르신들 그리 돌아가실 만할 연세들이어

그저 먼 죽음이려니 하고, 빈소가 멀기도 하여,

문자로나 위로를 하자던 것이 그만 일상에 묻혀 여러 날 흘러버렸다.

그런데 나무날 오늘, 삼가 인사올립니다로 시작하는 긴 문자가 닿았다.

‘금번 ***의 장례에 찾아주신 분들 혹은 직접 오시지는 못했어도

마음으로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드립니다...’

아, 이런! 그제야 앞서의 문자를 살피니 그의 아버지 부고가 아니었던 거다.

그렇게 덜컥 떠나는 생이라니...

그런 순간은 산사람들을 생각는다.

그리운 사람을 보러 달려가자 해지는 거다.

사랑하는 그대는 오늘 별일 없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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