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30.쇠날. 비

조회 수 758 추천 수 0 2016.10.10 09:17:27



뜨거운 뒤끝 이제 연일 흐리거나 비.

마감할 글 하나 있어 아주 달골에서 내내 책상 앞에서 씨름하기로 작정한 날.

비 오는 산마을 낮밥 초대도 있었으나

한발을 나설 수가 없는.


비 많은 아침 사람들이 다녀가다.

마침 비도 오니 걸음들이 느슨하여 햇발동 거실에서 차를 한참 달여냈네.

달골 지하수에 문제가 생겼고,

물을 팠던 곳과 보강 공사 일로 여러 차례 조율이 오가는 가운데

새로운 업자를 통해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던 바

오늘 다녀가기로 했다.

새로 파는 일은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결국 보강 공사로 이야기는 모아지는데,

한 달 정도 말미를 두고 팠던 곳에서 여의치 않는다면

그때 그곳에서 일을 해보기로 한다.


올 한해는 대해리 도로 공사가 한창.

오후에 정전이 있을 거라고 전기공사 쪽에서 사람이 다녀가다.

마을에는 방송으로 상황을 알리고,

제일 문제가 될 학교는 직접 사람이 다녀가고,

그리고 달골도 그렇게 찾아온.

비는 멎었으나 날 흐리고 여유로우니

차 한 잔 안 주냐 너스레를 떠는 이.

아, 들어오셔요.

지역에서 사는 일은 이리저리 사람들이 관계망 안에 있고

이러저러 소식들도 듣게 된다.

전기라면, 뭐 좀 여쭈어도 돼요?

집 안 공사 같은 것은 안 하지만 알아봐 줄 수는 있겠다고.

창고동과 햇발동을 오가며 서너 가지 질문,

그리고 내선들을 봐줄 업자를 소개 받다.


이 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중년부부 다녀가다.

자기야, 자기야 라고 아내를 부르는 남편.

새로 맺은 부부연이겠다 짐작되더니 재혼 3년이란다.

서로 상처가 많았던 관계를 정리하고 어렵게 만났다는 두 분.

얼마나들 애틋해하는지.

학교와 기숙사 이 너른 곳에 정작 제 방 한 칸이 없어요 했더니

두 분은 원룸에 사신다고.

그래도 서로 의지하며 같이 일을 다니고 있단다.

아내는 남편 운전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사는 이야기들에 모두 덩달아 눈물 글썽이기도.

오래 한 인연을 이어가는 이들도 보기 좋지만

어려운 시간을 건너 새로 또 연을 맺는 것도 보기 흐뭇하더라.

차를 놓고 우리들의 삶을 같이 격려하였네.

아무쪼록 잘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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