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헤어져 홀로 공사 현장을 찾아 살고 있는 이가

1일 점심을 먹고 오후를 보내고 갔다.

비 오는 날 반죽해서 낸 수제비와 칼국수.

사는 일이 무에 별 거겠는지,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

항상 물꼬 다녀갈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보태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커서 빚지는 것 같은...불편함에서 비롯한 것 같아요

그래도 심란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고, 한결 나아져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합격으로 보답 드릴게요. 제가 잘 사는 것이 물꼬를 돕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물꼬가 옳다는 것을 보인다는 것이면요!


도영이가 떠나면서 '다녀올게요!' 이랬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 저도 가기 전에 하고 싶었는데...잊어버리고 못했어요.


저도 다녀올게요! 빠른 시일 내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그런데... 저는 이렇게 치유 받고 힘을 얻고 가는데.. 옥쌤은 지치고 힘들고 우울하면 누가 위로해주나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지난여름 끝의 정환샘 메일이었다.

오늘은 연규샘의 메일이 닿았다. 영국 버밍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에다 가을비 오는 이 산마을의 두려움을 걱정해왔다.

겨울 앞에서의 내 엄살을 늘 그리 마음 써주는 동료들이다.

나는 그대들의 건강한 삶으로, 그리고 연대로 또한 힘을 내나니.


서양화가 한 분이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 하나 보내왔다, 사진으로.

메인 작품인데 제목을 달아달라는.

아비와 딸 둘이 가게 앞에서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

아비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어린 딸들도 아비를 따라 그러고 있었다.

‘거울’이라 붙였다.

본 대로 하는 법일지라.

하여 우리 어른들이 잘 살아야 할지라. 가르치는 대로가 아니라 보고 배우므로.

지난해 그렸던 유화 하나 찍어 보내드렸다.

발색이 좋다고 반가워라 하셨다.

작업실에 와서 같이 작업 좀 하자셨다.

2017학년도의 물꼬 안식년엔 그럴 시간을 얻을 수 있으려나.


주말에 엄청날 거라는 비 소식에

산에 간다던 이들이 보따리를 풀었고,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에 물꼬 생각이 났다고 전화들도 했다.

하지만 웬걸, 잔뜩 흐리기만 하고 겨우 얼마쯤의 빗방울,

그런데 그것도 잠시, 정말 비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이 비에 산에 간다던 이가 있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 걱정했다.

다행히 한 축제에 가 있었다. 그런 곳에 같이 있어도 좋겠다.

노심초사한 것이 무색했다.

남도는 비 많았다 했다.

지진에 비에, 그리고 다시 그 위로 넘친 비,

아무쪼록 무사들 하시라.


불쑥이라는 말,

갑자기 쑥 내미는 모양, 툭 비어져 나오는 모양을 말하는 부사.

(앞뒤 생각 없이 함부로 말을 하는 모양 또한 불쑥이란 말을 쓰지.)

연락 없이 불쑥 찾아오는 이가 무례함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버섯발로 뛰어나가 맞는 반가움일 때도 있다.

결국 누구냐인가가 중요할 테다.

불쑥, 그리 그리운 사람 하나 찾아가고픈 날이었다.

내 불쑥은 그니에게 무례일까 반가움일까...


출판 건 하나 논의 중이다.

초벌을 쓰고 있다.

방향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다.

물꼬 살림에 보탬일 수 있으면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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